제발 얼굴 살 만큼은 찌지 말아 줘..
<2019년 6월 24일 오전 11:20>
어제, 오늘 또 여전히 많이 먹어서 살찐 거 같은 내가 너무나도 싫었다.
제발 얼굴 살 만큼은 찌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다.
얼굴 살만 왜 이렇게 퉁퉁 찌는 건지 모르겠다.
내 몸과 얼굴이 싫다.
특히 얼굴 살이 미친 듯이 싫다.
계속 계속 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먹고 있는 내 모습이 미친 듯이 싫다.
머릿속에서는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해야 거식증이 치유가 된단다.
하지만 정작 마음속에서는 이런 나를 싫어하고
‘내가 측정하고 평가한 모습이 아니면 증오하는 나’가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어
자리를 내어줄 생각이 전혀 없다.
사람들이, 내 남편도 예쁘다고 말해주는데
정작 나는 스스로의 모습이 미친 듯이 싫다.
내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먹는 것을 하루 종일 생각한다. 소화 안 되는 내 모습이 싫은데 반면 그렇게 먹고도 잘 소화시키는 내 모습이 싫다.
그렇게 전날에 미친 듯이 먹었으면서도 또 음식을 갈망하는 내가 싫고,
살이 뭔가 점점 찌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이런 내가 싫다.
밥은 먹었는데 계속 음식이 당겨지는 게 싫은데
‘내가 에너지를 쏟을 수 없는 곳이 없어서 그런가.’
‘일을 하지 않아서 그런가.’ 하며 스스로에게 커다란 타박을 주고 처벌하기도 한다.
음식을 먹지 않으면 숭덩 다 빠져버린 머리가 회복이 되지도 않을 텐데.
영양 상태가 난 정말 부족한 게 맞는데.
키 164에 몸무게가 38kg이 심각한지도 모른겠다.
몇 주간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면서 살이 얼마나 쩠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내일 당장이라도 몸무게를 쟤러 가봐야겠다 라는 마음뿐인데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내가 미친 듯이 한심하고 증오스럽다.
남편은 안 먹는데 나만 계속 먹고 있는 것 같아서 이런 내가 너무 돼지 같아서 싫다.
그냥 당장이라도 한국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고
그렇다고 한국에 들어간다고 해서 모든 나의 지금 현재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아서
이런 마음을 갖는 스스로가 너무 싫다.
계속 배는 고픈데 뭘 먹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대변은 계속 나오고 악취 심한 방귀는 계속 나오는데.
그렇다고 안 먹을 수도 없는 거고.
자꾸 허기가 지고.
또 허기가 지고.
배가 고픈 나를 내가 인정해 주고 싶지가 않다.
빵 한 조각만 먹을까. 그래 볼까.
하지만 안돼.
지금 배 상태에서는 또 먹다가 속이 뒤집어질 거야.
살이 찔 거야.
얼굴에 살이 왕창 붙고 눈은 떠지지도 않을 거야.
살이 붙는 내가 너무 싫다.
나는 끝끝내 나를 괴롭히고야 마나보다.
스스로를 극도로 증오하고 미워했었다.
누군가의 찬사와 관심 어린 애정과 사랑에 중독되어 거식증이 시작되었건만 아무리 주변에서 예쁘다고 하여도 더 마른 것을 원했다.
분명히 몸무게가 38kg인데 거울을 봤을 때는 한 없이 빼야 할 부분만 보였다.
얼굴 살은 통통해 보였고 눈은 살도 뒤덮여 있는 것 같았다.
정말 그땐 그렇게 보였다.
왜곡된 신체 이미지(Distorted body image)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날의 일기의 내용들을 보면 어떤 문장을 쓰고 나서 바로 그 뒤에 “이런 내가 싫다.”였다.
어떻게 해서든
종착지는 나를 싫어하고 미워하고 증오하는 쪽으로 갔다.
몸이 점점 깡말라가고, 몸무게는 점점 줄어들고.
생리는 끊긴 지 오래고. 머리는 계속 숭덩숭덩 빠지고
몸은 가렵고 알러지가 많이 생겨 먹을 수 없는 것들이 생겼는데
자꾸 먹지 말라고 누가 시킨다.
먹으면 죽여버리겠다고
얘기하는 소리가 저 편에서 들려온다.
계속 먹고 싶은 욕망과
먹지 말라는 책망 사이에서
하루에도 수백 번씩 갈등을 했던 나날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