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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바 Nova Jun 02. 2021

섭식장애(식이장애), 소화기능을 일깨우다

소화기능을 회복하는 팁


지난 글에서 우리는 섭식장애(eating disorder, 또는 식이장애)로 인해 기아상태와 극도의 배고픔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법들을 살펴보았다.

그래,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여 잘 먹어보려고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또 한 번 여러분들은 큰 문제와 시련에 봉착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소화(digestion)와 관련된 문제이다.


그렇다. 먹고 싶은데, 잘 먹어야 한다고 하니 그러려고 하는데도 소화불량, 장애 등의 문제로 음식을 먹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음식을 먹으면 기본적으로 가스가 차고, 냄새도 심하게 나기도 하며, 배가 빵빵 해질 정도로 부풀어진다. 구토를 하기도 하고 이상하게 변비에 걸리기도 하며 반대로 설사를 해버리기도 한다. 머리가 아프고 하루종이 속이 메스껍고 울렁거리며 브레인 포그를 경험하기도 한다.  위염과 식도염, 위궤양 등 위장 장애인 경우에는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며 심한 경우 몸이 가렵고 두드러기가 나기도 한다. 식이장애로 위가 점점 작아지고 운동을 하지 않게 되면서 마음을 먹고 다시금 회복을 하려고 몸 상태를 되돌아봤더니, 고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져서 먹고 싶어도 음식을 함부로 먹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듯 식이장애를 겪는 많은 사람들이 위장의 소화와 관련하여 많은 고통을 호소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우리는 그동안 음식을 규칙적으로, 꾸준히, 적당한 양을, 적당한 시간에 먹어주지 않고 너무 안 먹거나(거식, anorexia), 갑자기 확 먹어버리는(폭식, bulimia) 행위를 왔다 갔다 했기 때문에 위장의 기능이 많이 손실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보통 밥 한 공기 뚝딱 먹고 고기도 함께 먹을 수 있던 소화기능상태가 점점, 아주 조금씩.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확 갑자기 나빠지지 않아 인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 끼 먹고 나면 그다음 끼는 너무 더부룩해서 먹지 못하고 끼니를 건너뛰거나 소화불량에 시달려 소화제를 먹고 나서 다음끼를 먹어야 한다.


거식증에 한참 시달렸을 때 소화가 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서 저녁을 굶는다거나 그런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나의 상태를 상당히 ‘자랑스러워’ 했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다음 날 체중은 분명 줄어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위험한 생각이다!

어쩌면 여러분들도 이런 마음이 사로잡힐지도 모른다. 만약 이런 마음이 든다면 이미 식이장애의 길에 들어서 있을 수 있다.


소화기관은 보이지 않게,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서서히. 안 좋아진다. 그러다 ‘아. 뭔가 문제가 있는 거 같은데.’라는 신호가 올 때 즈음엔 위장이 이미 망가질 때로 망가져버린 경우가 많다. 특히 제한된 식사를 할 경우 예를 들어 단백질만 먹는 것, 염분을 섭취하지 않는 것, 설탕을 아예 먹지 않는 것, 지방과 탄수화물을 먹지 않는 것 등은 정확히 말해 그 영양소를 소화시킬 수 있는 ‘효소(enzyme)’ 가 소멸된 상태다.  예를 들어 탄수화물을 계속 먹지 않는다고 하면 우리 몸은 더 이상 ‘탄수화물’을 소화시킬 효소를 만들지 못하게 된다. 지방을 먹지 않는다 하면 더 이상 지방을 소화시키는 담즙이나 효소들이 소멸되어 버린다.


대개 위산 또한 과잉이거나 저하가 될 확률이 많다. 특히, 씹뱉을 하거나 먹토와 같이 게워내는 행위 등은 우리 안에 음식을 소화시킬 수 있는 침샘 분비, 위산액의 균형들을 망가뜨리는 길로 이끈다. 변비약을 과다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장의 운동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약으로 뭐든 비워내기 때문에 장에 있는 근육들이 더 이상 운동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도움을 주는 것 같고 오히려 뭔가 디톡스 되는 느낌, 해독되는 느낌이 나서 상쾌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스로 운동할 수 있는 기능을 상실한다.

점차 한 개를 먹던 것에서 두 개를 먹고 세 개를 먹어도 변이 나오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러다 보면 입으로 음식들을 토해내면 되겠다 싶어서 또다시 음식을 먹고 토하고, 씹고 뱉는 등의 행동을 반복하기도 한다. 이는 치아에도 심각한 부식의 상태를 가져오며, 턱관절에 무리를 주고 심하면 턱관절 장애를 일으키게 되기도 한다. (나 또한 계속된 치아 시림과 부식, 변색 등을 경험해야 했으며 측두하악관절 장애를 얻게 되었다.)




나는 소화기 문제와 관련하여 극강의 고통을 맛본 사람 중 한 명이다. 음식의 종류들을 하나씩 제한하며 먹지 않기 시작하였다. 고깃기름부터 시작하여 식물기름, 간장, 소금, 설탕, 양념들(마늘, 고춧가루 등) 가공식품... 살이 찌게 만든다는 요인들을 가진 음식들을 다 모조리 제거했다.


처음엔 음식을 제한을 하니 몸이 날아갈 것 만 같았다. 몸이 깨끗해지고 개운해지고 솜털처럼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뒤돌아 보니 소금을 조금만 손으로 집어 먹어도 바로 가려움과 두드러기와 목과 명치가 조여 오는 증상이 일어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 밥 한 숟갈만 먹어도 목이 바로 조여왔고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였다. 위염 증상으로 생각하여 위염과 역류성 식도염에 좋다던 감자와 양배추, 어떤 유명한 의학박사가 만든 야채수프, 자연식물식, 현미채식, 등등... 그 어떤 것으로도 증상을 완화시킬 수 없었다. 위장에 좋다는 그 음식 자체에도 알레르기가 생겨 먹을 수 조차 없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약으로도, 링거로도 버텨낼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약도, 링거도, 모든 영양소에 알러지가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살릴 수 있는 모든 길이 다 막혀서 갈 곳이 없었다.


우리는 다시금 ‘음식은 너에게 중요하며 소중한 것.’ 희망의 메시지를 계속 입력시켜주어야 한다. 그래서 쉬고 있었던 위와 장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위산과 효소들을 나오게 하는 기능들을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시금 소화기능을 되돌릴 수 있을까?


여러분들이 만약 오늘부터 식이장애로부터 회복하는 길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지 1일이 되었다면,  당장에 먹고 싶은 음식을 한꺼번에 다 먹어 버리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물론 회복이 된 사람들 중 그렇게 까지 위장 상태가 나쁘지 않아서 한 번에 올인(all-in) 하여 시작하는 것이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은 사람들도 간혹 있다. 하지만 여러분이 위염과 약간의 역류성 식도염의 증상들이 조금씩 가지고 있다면 올인하는 방법은 지양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이전의 글에서 언급했듯이 세끼를 먹는 것을 추천하는데 보통 식이장애로 인해 정신과 병동에 입원을 하게 되어도 세끼를 먹고 식간 2번이 기본으로 제공이 된다. 규칙적으로 이렇게 먹는 이유는 그동안 불규칙했던 식사습관으로 인해 기능을 꺼버린 위장과 뇌에게 다시금 ‘음식을 먹을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이다.  만약 세끼를 먹는 것이 어렵고 위에 부담이 된다면 세끼를 먹되 양을 조금씩 나눠서 세끼를 먹는 것을 추천한다. 어떻게 서든 아침, 점심, 저녁에 음식이 조금씩이라도 들어가서 위장에게 운동을 시켜주는 것이 포인트다.


이전의 글에서 회복을 위해서는 다양한 영양소와 풍부한 영양들이 들어가 있는 음식들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지만 우리는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응축되고 고농축의 영양분을 한 번에 섭취하는 것이 위장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위에서 언급한 소화불량, 알레르기 관련된 증상들을 경험하기도 한다. 관련된 식단은 다음과 같다.


“자연식물식으로 풍부한 영양소와 건강한 음식을 먹기 위해서 생채소를 먹고 초록 잎채소와 케일과 사과 갈아서 먹거나 브로콜리, 양배추즙을 먹고 과일을 껍질째로 먹으며 통곡물 (현미밥, 오트밀, 보리)을 먹고 혹은 찐 고구마나 감자를 먹는 것. 고단백질인 장어를 먹거나 단백질 파우더, 영양제들을 먹는다. 한약즙이나 쑥즙과 같은 농축된 것을 한 번에 먹는 것.”


물론 모두가 이러한 식단을 먹어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먹어도 만약 소화에 문제가 별로 없다면 너무 고마워해야 한다. 아직 그 정도로 몸이 망가지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회복의 길에 더욱 가까운 상태라고 볼 수 있으니까.


식이장애를 회복하는 과정 속에서 영양분이 골고루 섭취가 되어야 하는 것은 확실히 맞다. 하지만 먼저 우선시되어야 할 것은 많은 양의 칼로리를 몸에 축적함을 통하여 우리의 망가진 기초대사량을 높이고 몸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 일으키는 것이다. 한동안 먹지 않아 이미 위장이 다 망가져버린 상태에서 고영양분이 들어있는 것을 한 번에 먹고 이를 소화를 시킨다는 것은 애초부터 말이 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생채소보다는 익힌 채소 (기름에 볶거나, 뜨거운 물에 데쳐먹는 것)가 좋다. 영양분이 어느 정도는 소실된 상태가 소화에는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찜솥에 찐 감자나 고구마와 같은 구황작물의 경우에는 응축된 영양소가 들어있어 소화가 무리가 간다. 때문에 오븐에 슬라이스 하여 구워 먹는 것을 추천한다. 단백질 파우더나 영양제와 같은 건강기능 식품들은 초반에는 먹지 않았다. 통곡물보다는 흰쌀밥을 먹었다.


오븐에 올리브유와 후추, 소금을 뿌려 감자를 넣고 구워 먹는다.


좀 더 추가 설명을 하면,

나는 고기를 먹으려고 했을 때는 처음부터 고기를 먹지 않았다. 먼저 고기 자체를 먹지 않고 고기 국물을 물에 많이 희석해서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국물과 밥만 조금 먹고 그다음에는 고기를 한 숟갈씩, 추가해보았다. 한 일주일 정도를 고기를 한 숟갈씩 추가하고 나서 몸 상태를 확인하고 괜찮다면 이번에는 고기를 두 숟갈 추가해보았다. 이런 식으로 고기뿐만 아니라 음식들 또한 추가해갔다.


식이장애를 겪은 우리의 위장은 쪼그라들 때로, 운동이 멈춰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마치 이유식 하는 아이들에게 음식을 하나씩 소개해주듯 모든 음식을 하나씩 소개하며 나가야 한다.


초반에는 가공식품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여기서 얘기하는 가공식품이라 함은 최대한 화학성분과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 유기농, 친환경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공식품을 일컫는다. 가공식품은 사실은 거의 모든 영양분이 많이 깎여있는 상태라 쉽게 소화가 되기도 하면서도 칼로리는 일반 음식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기초대사량을 높이고 몸안에서 칼로리를 태움으로써 에너지를 제공해주는 데에 적합한 음식 군이다.


가령, 찐 고구마보다 군고구마가 소화에는 무리가 없지만 그보다 고구마 가루가 첨가된 과자가 훨씬 소화에는 도움을 준다. 찐 당근보다는 당근을 갈아 만든 야채 빵 같은 것이 우리 몸에 당근에 대한 기억을 입력해 주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통곡물이 너무 먹고 싶다면 통곡물로 만든 시리얼을 먹는 게 소화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에는 건강한 재료들로 만든 과자, 쿠키 , 빵,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들이 시중에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없을 것이다.



소화가 어느 정도 돌아오기 이전까지는 나에 대하여 조금 자비를 베풀며 바라보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동안 음식을 미워하고, 우리 자신을 스스로 증오하면서 먹었던 음식들이 다시금 우리 몸을 공격하는 용도로 쓰이지 않고 영양분을 가득 채워주고 풍요를 주는 고마운 것이라는 인식이 심어질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이 소요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식단을 지키면서 음식을 먹어도 분명 소화불량의 상태가 이어질 질 것이다. 이를 위하여 다른 건강기능식품은 먹지는 않았지만 매 식사 때 화학성분이 최소한 들어가 있지 않은 hcl, 효소제를 함께 섭취했었다.


고통의 기간이라면 충분히 그렇다 말할 수 있는 이 시기를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다시 몸이 좋아지기 위해서, 갑자기 많은 음식들이 들어오니 몸이 부담이 갈 수 있을 거라고 몸을 향해 미안함과 그래도 이렇게 버텨준 오늘의 몸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면 된다. 그 당시 나는 심리적인 장치들 예를 들어 명상이나 마음 챙김, eft, 호오포노포노가 도움이 많이 되었었다.


마지막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조금씩 소화 상태가 돌아오면 그때부터는 먹고 싶은 것을 양껏 먹어도 그렇게 소화에 부담이 가지 않는 상태가  것이다. 소화기관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자연스레 음식을 규칙적으로 지켜서 먹다 보면 몸무게가 올라가니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이 찐다고 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다시금 망가진 몸무게가 균형을 찾기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자. 낮아질 대로 낮아진 기초대사량이 기아상태가(starvation) 우리의 몸을 다시금 살리기 위해서 어떻게 서든 먹는 대로 몸에 저장하는데 이는 오랜 세월 몸에게 다시금 영양분을 넣어줄 것이라는 신뢰가 져버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몸무게가 회복되더라도, 소화가 비록  되지 않더라도 꾸준히 계속 음식을 먹는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의 몸이 스스로를 믿어줄  있게 되고 원래의 우리의 몸의 건강을 지킬  있는 선에서의 고정점(set point), 고유한 적정체중이 회복될 것이다.


다만 잊지 마라!

소화기관이 조금씩 회복되었다고 다시금 거식, 폭식 습관으로 되돌아가는 그 길을 택하지 마라.

지금부터 회복의 길은 시작이다.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아이디어와 방법들을 공유하기 위한 용도이니 모든 사람에게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식이장애, 소화장애와 관련하여 다양한 증상에 대하여는 관련 전문가 및 의사와 상의하시길 권장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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