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아웃 2'에서 주인공은 사춘기를 지나고 있다.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하는데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가 사춘기의 감정들이다. 나는 여기에 ‘개짜증’이라는 감정을 추가할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인사이드아웃 1편의 버럭이나 까칠이와는 결이 다른 '화'가 사춘기에 추가된다.
사춘기의 지배적인 감정은 ‘개짜증’이다.
짜증이 난 원인은 없다. 그런데 대체로 짜증이 나있다. 어느 포인트가 발작버튼인지 판명이 쉽지 않다. 그리고 짜증의 강도는 ‘최상’이다. 0에서 99로 게이지가 갑자기 올라가는데 급발진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사춘기 딸과 워킹맘의 클라이맥스는 아침이 아닌가 싶다. 아침 시간은 누구나 바쁘지만 특히 출근의 데드라인이 있는 워킹맘에게 아침시간 5분은 30분의 가치가 있다. 그런데 깨워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본인도 나름 피곤할 것이기에 안쓰럽기도 하다. 그런데 눈은 실눈을 떠서는 나를 째려보면서 5분만 있다가 일어난다고 한다. 나도 지금 챙길게 한 둘이 아닌지라 그 녀석만 잡고 흔들 수 없으니 밥을 차리고 둘째의 등교를 준비하고 옷을 입는다.
이미 밥은 식탁에 있기 때문에 알아서 나와서 먹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녀석은 나에게 탭이 10개쯤 열린 노트북을 들이밀면서 전부 프린트를 해달라고 한다. 분명히 어제저녁에 내일 수행평가에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미리 출력을 해둬야 한다고 말했었다. 수행평가에 필요한 자료들은 사진 사이즈 조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프린트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한눈에 봐도 각 이미지를 크기에 맞춰서 프린트를 하는데 15분이 넘게 걸릴 것이라는 견적이 나왔다. 나의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야 하는 시간이 20여분 남았고 본인의 등교 시간도 15분이 남았기 때문에 굉장히 빠듯한 시점이다.
이 시점에서 프린트를 안겨주는 녀석은 본인이 혼이 날 것을 미리 예감이나 했는지 개짜증이라는 방어기제를 작동하기 시작했다.
본인이 짜증 낼 상황이 아닌데 엄마가 50 정도 화를 낼 것 같으니 개짜증 99로 선제공격을 한다. 사춘기 딸의 개짜증 99가 시전 되면 엄마인 나도 이성을 잃고 샤우팅으로 받아친다. 겨우 겨우 프린트를 마치고 그 녀석은 학교로 내달린다. 나는 다시 이성을 찾아 밥도 다 못 먹고 뛰어간 딸이 안쓰러웠다가 샤우팅의 끈을 놓아버려 미안하기도 했다가 고상하게 출근할 수 없는 상황에 화가 나기도 했다가 오락가락한다. 이런 일들이 한 주에 한 번은 일어난다.
사춘기의 지배적인 감정은 개짜증이고 언제까지 계속될지 아직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