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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듬 Jul 12. 2020

1970년과 2020년

fuck the patriarchy

6월 초, 미스비헤이비어를 보았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키이라 나이틀리에 제시 버클리라니. 안 볼 수가 없잖아!


영화 내내 fuck the patriarchy를 외치는 그녀들과 툭하면 가부장제 꺼져 유교사상 부셔버려를 읊조리는 나 사이에 무려 '50년'의 갭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믿기지 않는 사실은, 영화를 보고  뒤의  씁쓸함과 안타까움 지난   동안 많은 사람들이 느꼈을 참담함에 비하면 정말 ---- 아니라는 .



인간 존재 자체에 환멸을 느낀다.

한국 국적 따위를 갖고 있는 게 정말이지, 싫다.

 

판사라는 인간들의 기가 막힌 뇌구조와, 범죄자가 당당하게, 심지어 이 시국에 나 아주 잘 살아있다! 를 외치는 모습이나, 그런 인간에게 조화를 보내는 꼴이나, 죽은 이를 욕되게 하지 말라고 호통치는 모습이나, 기가 막힌 댓글과 반응들에 정말 몸서리쳐진다.



무식하게 술 퍼마시며 '기집년들이 과학기술을 뭘 안다고!' 이딴 말을 떠드는 인간과 같은 장소에 있어야 하고, '결혼하면 남편 아침밥 해줄 거야?' 같은 같잖은 소리에 할 말 꾸러미를 꾹 참고 '저는 아침 안 먹습니다만'하고 대꾸해도 '요즘 여자들'을 들먹이며 혀를 끌끌 차는 인간들과 같이 일을 해야 하고, '여자들은 애 핑계로 조직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개소리에 '지금 니 애도 너희 어머님. 그러니까 여성 노동력으로 돌보고 있는 거잖니. 이렇게 술 퍼마시는 걸 조직에 충성한다고 착각하고 앉아있는 시간에도'라고 반박할 기력도 의지도 없어서 그저 집에 와서 귀를 씻고 셀프로 토닥토닥하며 '그래도 내 다음 세대는 좀 나아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하.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질 것 같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고작 존재의 이유를 잘 모르겠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 '동의합니다'를 누르는 것뿐인 게 화가 난다.


인간이 인간을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하.



그래도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언니'들이 sns에 남기는 글을 보며, 나만 이렇게 참담함과 무력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는 연대의 위로를 얻는다.



1970년 영국에서 일어난 일이 2020년 한국에 살고 있는 나에게 힘을 내라고, 그래도 이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바뀐 것이 있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지금 일어나는 이 말도 안 되는 모든 상황들도 언젠가는 다음 세대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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