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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듬 Oct 11. 2020

두루마리 휴지와 내 마음

도착 1주일 만에 챙겨 온 와인이 똑 떨어졌다.


굳이 와인 때문에 무려 왕복 두 시간을 들여 시내에 장을 보러 가서는 휴지 30롤 뭉텅이를 구매했다.

평소 쓰던 6롤 짜리를 로켓배송으로 주문해도 되는데 고민도 안 하고 30롤 짜리를 집어 들었다.


대전에서는 7년을 넘게 늘 6롤 짜리로 주문했다.


샴푸든 치약이든 뭔가 사고 싶을 때마다 에버노트에 만들어 둔 재고관리 시트를 보며 진정해야 하는 생필품 쟁임병 환자인데 이상하게 휴지는 쟁임 품목에서 제외였다.

어디론가 떠나게 되면 다른 생필품들은 깔끔하게 들고 갈 수 있지만 휴지는 다른 짐에 눌려 찌그러지게 될 상황이 눈에 그려졌다.

떠날 기약도, 계획도 없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나 떠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던 거다.



옷도 신발도 최소한으로 가져왔는데 휴지는 30롤이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이곳을 떠나지 않을 건가 보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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