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무엇이 더 거슬리는 소리일까

by 김보듬


# 1

윗집은 자주 싸운다.

조금 전에도 문 소리가 쿵 하고 나더니 곧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화가 났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다시 또 문 소리가 쿵 하고 나고는 복도를 따라 쾅쾅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났다.


지난주 어느 날에는 새벽 두 시에 화가 가득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고요한 새벽이라 그런지 천천히 조곤조곤 대꾸하는 여자 목소리도 들렸다. 다시 잠들었다가 다섯 시에 일어났을 때에도 윗집 남자는 여전히 화를 쏟아내고 있었다.(저들도 잠들었다가 일어나 다시 싸운 걸 수도 있다)


주로 한 달 이상을 머무는 숙박객들이 있고, 최소 예약 단위가 보름인 이곳에서 저들은 참 열심히도 싸운다.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을 하고 여행을 왔을 텐데 왜 저렇게들 싸우는 거지. 정확히는, 상대방에게 저렇게까지 자주 화를 분출하는 남자는 대체 뭐지.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 다시 또 문 소리가 쿵 하고 나더니 여전히 화가 가득 찬 남자 목소리가 들린다.

신체적 위협을 가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어 베란다로 나가 목을 길게 빼 보지만 세찬 바람 소리에 섞여 잘 들리지 않는다.


둘이 가족이든 혈연이든 연인이든, 그냥 각자 인생을 살면 좋겠다.

각자 행복하게.


#2

요즘 매일 새벽 싱잉볼 영상을 틀어두고 명상을 하고 있다. 정말 명상이 되는 건지 잡념을 가라앉히려고 애를 쓰는 시간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연습 중이다.


지난주 어느 날 저녁, 갑자기 숨이 가빠 오고 현기증이 몰려오는 느낌이라 급히 가부좌를 하고 명상을 시작했다. 시간이 꽤 흐르고 다행히 증세가 좀 가라앉는 느낌이었는데 싱잉볼 소리만 고요하게 울리는 와중에 느닷없이 비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바퀴벌레일 거라 직감했다.

곧바로 불을 켜고 압살용 무기인 실내용 슬리퍼를 들고 쓰레기봉투를 톡 건드렸더니 까만 녀석이 호다닥 욕실 미닫이문 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압살에 실패한 다음날 인터넷에서 다들 극찬하는 맥스포스를 사다가 촘촘히 트랩을 설치했다.


엊그제 저녁, 조용한 재즈를 틀어두고 책을 읽는데 비닐 소리가 또 났다.

침대에서 튀어 올라 무기를 들고 가보았는데 쓰레기봉투 안에 더듬이를 꾸무럭 꾸무럭 움직이며 죽어가는 바퀴벌레가 있었다.


녀석 참. 죽으면서도 굳이 소리를 내어 알려주다니. 내 방에 먹을 거라고는 독약밖에 없는데 왜 들어왔나.

밖에서 자유롭게 살지.


...


내가 고요하게 시간을 보낼 때면 바퀴벌레 소리든 윗집 남자 소리든 모든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둘 중에 뭐가 더 거슬리는 소리일까.


당연히 윗집 남자 소리.


바퀴벌레는 맥스포스가 해결해 줄 테지만 윗집은 내가 해결할 수가 없다.

혹시나 여자가 맞는 것은 아닌가 싶어 불안해지는 마음도 너무 불편하다.


윗집 남자는 본인이 바퀴벌레보다 더 거슬리는 존재라는 걸 알 턱이 없겠지만

적어도 내게 지금은, 그렇다.


바퀴도 사람도 다들 각자 행복하게, 남에게 거슬리는 소리 내지 않으며 살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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