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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듬 Jun 07. 2020

가장 모르겠는 사람은 나 자신

너는 너로 살고 있니, 김숨, 마음산책

"나는 나를 알고 싶어 했던 적이나 있던가요.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세상에서 가장 모르겠는 사람은 나 자신이었습니다"


편지 형식의 차분한 글을 읽으며 여러번 멈췄다.


나는 나를 아는가

너는 너를 아는가

잠시 멈추고 사색해보는 건 어떤가-


작가의 목소리를 따라 여러번 멈췄다.


"나는 누구로부터 버려진 걸까요. 버려졌는데, 누구로부터 버려졌는지 몰라 혼란스러워하고는 했습니다.

내가 나로부터 버려진 것이라면 나는 나를 왜 버렸을까요. 그리고 나는 나를 어디에 버렸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모두 자신으로부터 버려진 고아들이 아닐까요"


매일 매일 새벽 다섯시 반이면 일어나 센터에서 운동을 하거나 수영에 집중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정신없이 인터넷쇼핑을 하거나 좋아하는 미드를 무한 반복해서 보았다. 로봇청소기를 일정 시간에 작동하도록 셋팅해 두듯, 아주 오랜 시간을 잘 셋팅된 루틴에 맞추어 몸을 움직였다.


꽤나 부지런한 인간이라고 자부하고 살았는데, 이제서야 돌아보니 그저 내가 내 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스위치 자체를 꺼버린 것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내가 나의 진짜 모습을 아는 것은 그렇게나 두려운 일인가 보다.   


"내 삶이, 내 삶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와 삶이 어우러지지 못하고 겉도는 것 같은. 나 자신이 짝이 아닌 받침대 위에 생뚱맞게 올라가 있는 찻잔만 같을 때가요"


"이렇게 세상 만물 앞에 엎드리고 싶었습니다. 세상 모든 존재 앞에 자복하듯 나라는 존재를 놓아버리고 싶었습니다"


나는 왜 사는가, 왜 살아야 하는가,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는 질문들을 계속 떠올리며 읽었다.


꽤나 오랜 기간을 밤이면 침대에 누운채 그냥 이대로 증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아침이 되면 대체  지금도 숨을 쉬고 있고 다시 눈을 떴는가-하고 괴로워했다. 내가 원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기에 내가 원한다고 죽을 수는 없으니 일단 숨을 쉬고 살지만 대체  살아야 하는지는 정말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모두 과거형으로 적었지만 지금도 진행 중 이다. 빈도가 줄어들었을 뿐.

 

여전히 답은 모르지만, 아마 앞으로도 계속 를테지만, 스스로 질문을 던질  있는 이런 시간들이 있으니 그리 나쁘지는 않은  같다.



"실컷 흐느끼고 났을 때 환희에 가까운 그 어떤 충만한 감정이 내 안에서 차올라 나는 자신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 지었습니다. 슬픔이 극에 치달으면, 폭설이 내린 새벽의 대기처럼 맑고 벅찬 그 어떤 감정이 차오른다는 걸 당신도 알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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