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방학에 스키 안 탄 이야기
겨울방학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겨울방학인 스키방학(Ski break)이 돌아왔다. 일 년에 방학만 13주 정도 된다고 하니, 뭐 좀 해 볼까 하면 아이 방학이다. 스키타라고 있는 방학이건만 기침에 고열이 오른 아이를 데리고 스키를 타기엔 무리가 있었다. 따라서 몸이 좀 회복된 아이와 일주일 동안 박물관만 주구장창 다녔다.
Chocolarium - die Glücksfabrik von Munz und Minor
Lindt 초콜릿 뮤지엄이 럭셔리하고 세련된 모습을 지향한다면 Chocolarium은 아이 친화적인 곳이다. 아이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요소가 뮤지엄 곳곳에 있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 초콜릿 시식을 할 수 있는 종류가 좀 더 많다. 사실상 시식을 하는데 크게 제한을 두지 않는다. 뮤지엄 출구 방향에는 소정의 금액을 지불하면 자신의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조그마한 세션이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고 체험했다는 느낌을 갖기엔 Chocolarium이 보다 적합한 장소이다.
Museum Mühlerama
취리히에 위치하고 있어 기차를 타고 아이와 둘이 방문해 보았다.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확실히 취리히는 우리 동네보다 무척이나 세련되었다. Mühlerama는 건물 전체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제분소인데 현재까지도 가동된다고 한다. 입장과 동시에 통밀을 나눠 주는데 그것을 몇 가지 전통방식의 제분기로 갈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맷돌과 같은 방식을 선택하면 어깨 나가는 수가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게 곱게 갈린 밀을 가지고 직접 빵으로 만들어 볼 수 있는 워크샵이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다. 아이는 도우를 만들어 빵까지 완성하는 과정을 매우 흥미로워했다.
빵이 구워지는 동안 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는데 오랜 세월 잘 유지된 내부가 많은 이의 손을 탔다는 느낌을 주어 따뜻함이 전달되었다. 묵직한 빵을 받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둘이서 와구와구 먹었다는 사실.
Smilestones - Miniaturwelt am Rheinfall
스위스 명소를 재현한 미니어처 박물관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방문객이 있어서 좀 놀랐다. 스위스의 각 도시와 풍경의 디테일이 살아있고, 버튼을 누르면 움직이는 요소들이 지루함을 덜어주었다.
특히 Lindt 초콜릿 공장은 버튼을 누르면 실제 초콜릿이 나온다. 역시나 아이는 이 부분을 제일 좋아했다. 뮤지엄에 숨겨져 있는 낱말 맞추기를 완성하면 퇴장할 때 작은 선물을 주는데, 독일어를 잘 못해 완성하지 못하자 아이가 너무 실망했다. 결국 다른 방문객에게 정답을 물어봐서 구미베어(Gummibären) 몇 개를 선물로 받을 수 있었다.
Kinder- und Jugendmuseum Donaueschingen
https://kijumu-donaueschingen.de/
유럽을 가로지르는 Donau강이 시작되는 Donaueschingen 지역에 위치한 작은 어린이 박물관이다. Swiss Technorama의 독일버전이자 축소판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들이 입장할 때부터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하여 과학자 가운을 입고 체험을 진행한다.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입장료가 많이 비싸지 않고 주말에도 오픈하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하기에 좋다.
Swiss Science Center Technorama
친한 친구가족과 연간회원권을 구매해서 시간 나면 방문하는 곳이다. 아이들끼리 체험과 공연을 보는 동안 부모들은 짧지만 달콤한 휴식을 잠시나마 가질 수 있다. 스위스 내에서는 규모가 있는 축에 속하고, 주기적으로 시설을 교체, 보완하여 여러 번 방문해도 아이들에게는 새로움이 있는 것 같다.
스위스에는 실내키즈카페와 원데이키즈클래스가 활성화되지 않은 대신 박물관을 중심으로 어린이들이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는 듯하다. 특히, 오랜 세월 역사를 간직한 박물관은 체험과 함께 그 가치와 의미를 함께 느낄 수 있어 깊은 여운을 주었다. 나름대로 아이와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았지만, 내년 스키방학에는 꼭 스키를 탈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