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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의 이너콘서트 Nov 16. 2020

성공에 관한 반쪽짜리 진실

[파이낸셜 프리덤] 

언제부턴가 유튜브에서 재테크와 부자 관련 채널들이 내 추천목록에 뜨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그런 영상이 많았는데 나만 몰랐던 것인지, 아니면 요즘 들어 영상 수가 부쩍 더 늘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살짝 거슬렸다.


하지만 세간에 떠도는 조기 은퇴니 경제적 자유니 하는 것들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고(그래도 나름 트렌드라고 하니...), 조금은 '그럼 나도 한 번?' 하는 생각도 들어 그분들은 어떻게 돈을 벌었다는 얘기인지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개의 재테크 채널과 돈의 작동 원리 및 부자가 되는 방법을 다룬 책 소개 영상들, 그리고 실제 몇 권의 책도 구매해서 살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로운 것은 없었다. 그리고 틀린 말도 별로 없었다. 너무 당연한 소리라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어느 정도 다른 측면에서 이런 열풍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그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경제적 자유를 얻는 방법은 조금 실망스럽지만, 아래 네 가지 정도로 축약이 되는 것 같다.

(의도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나친 일반화에 대해서는 미리 양해를 구한다.)


1. 많이 번다. 죽도록, 그러나 빨리 번다.

기존 직장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연봉을 높이며, 남은 시간을 내어 부업을 통해 부수입을 만든다. 부업이 잘 되어 성공하면 기존 직장을 접고 부업으로 시작한 사업을 확장하거나 아니면 두 직업을 계속 병행한다.

그 외에 어떤 일거리라도 여력이 되면 마다하지 않는다. 지금의 직장은 목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다.


2. 많이 저축한다.

버는 돈의 50~80%를 저축해서 '빨리' 목돈을 만든다.


3. 많이 투자한다. 특히 주식과 부동산에.

기본 원칙은 투자한 돈이 만들어낸 이자 수익의 일부만을 생활비로 사용한다. 절대로 원금에 손대지 않는다.

투자한 돈이 벌어들인 이자 수익이 다시 원금에 더해져 "복리"로 수익이 증가한다.


4. 아껴 쓴다. 정말 많이 아껴 쓴다.

정말 구입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지불한 비용을 벌기 위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지 생각해보고 구매한다.



참 식상하고 김 빠지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조기 은퇴와 경제적 자유를 논하는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 째는 이런 주장을 하는 화자다. 이 사람들은 적은 돈으로 짧은 시간에 돈을 벌어 성공한 사람들이거나, 주식과 부동산 투자 관련 회사 사람들이다. 전자의 경우는 성공체험을 한 당사자이기 때문에 나름 설득력은 있다. 공무원 합격수기든 수능 만점자 인터뷰든 그 사람들이 해온 경험은 모두 진리처럼 여겨지게 된다. 이 분들이 잘못한 것은 없다. 본인들의 경험과 믿음을 이야기한 것뿐이니.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기에 한 가지 오류가 발생한다.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 같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사람들의 사례에 대해서는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뒤에서 인과관계의 오류와 관련지어 좀 더 자세히 얘기하겠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주식 및 부동산 관련 업체 사람들)는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그 의도를 짐작할 만하다.


둘 째는 서술 방식이다. 제목은 돈 버는 방법인데, 그 방법을 알려주기에 앞서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여 본인이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이었는지, 그리고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간절했는지', 목돈을 모아 돈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열정적인 톤으로 설명한다. 특히 조기 은퇴와 경제적 자유는  20대와 30대를 겨냥하여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부자가 되겠다는 열정을 가져라. 너희들도 나처럼 부자가 되어라!'


자기 계발 및 동기부여 서적들이 가진 주제. 열정! 그 열정만 있으면 더 악착같이 돈을 모을 의지와 실행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자기 계발 서적은 그 주제가 성공이든, 부(富)든 공통된 전략은 '열정'이다.


세 번째는 이를 뒷받침하는 논거들이 유사하다. 자본주의에서 돈의 원리는 돈(자본)이 스스로 수익을 만들어 내는 구조이므로, 목돈을 먼저 빨리 만들어 투자를 하고 그 돈이 투자수익을 통해 계속 증식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복리에 대한 설명을 상당히 장황하게 한다. 하나같이 이런 원리들만 이해하면 돈을 벌 것 같은 기대감이 들게 하는 놀라운 필력을 발휘한다.


네 번째는 일종의 행동강령 같은 것인데, 매일 돈 관리하는 시간을 갖으라거나, 부자가 된 사람들의 책과 영상을 꾸준히 공부하라고 한다. 돈이 벌고 싶으면 돈 버는 데 성공한 사람들의 방법을 배우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하다.


이런 공통점들을 보고 있자니, 결국 조기 은퇴와 경제적 자유라는 주제도 자기 계발 및 재테크 업계에서 새롭게 분화시켜 만든 또 하나의 사업 아이템이며, 기존에는 3,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던 것을, 새로운 키워드를 가져와 고객 대상을 20대, 조금 넓게는 10대에게까지 확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던 인과관계의 오류에 대해 조금만 더 언급해 보겠다. 우리는 경제적 자유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오직 성공한 사람만을 만날 수 있다. 이것은 상당히 큰 인과관계의 오류에 빠질 우려가 있다.


2000년대 초반 대표적인 경영서적 중 큰 인기를 끌었던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Good to great"는 수천 개의 기업을 분석하여 이 중 탁월한 11개의 기업을 골라내고 이들의 성공요인을 분석했다. 콜린스는 이들이 성공한 이유가 리더십, 사람과 사실 중심의 접근 방식, 집중력, 절제력, 기술 수용 등의 기업 문화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역설했다. 좋은 얘기다. 이제는 시간이 많이 흘러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오류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이 책의 주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 책은 명백한 인과관계의 오류였다. 통계적으로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서 인과관계가 증명된 것은 아니다. 콜린스는 이들 11개 기업과 유사한 기업문화와 전략을 가지고 있음에도 실패한 다른 기업들을 찾아 비교 분석했어야 한다. 그리고 애초에 분석한 수천 개의 기업도 나름 성공한 기업으로만 추출하고 실패한 기업과 비교하지 않았다. 이런 종류의 오류를 과소 표집(undersampling) 오류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이들 11개의 기업 중 대부분이 시장 평균 혹은 그보다 낮은 경영성과를 내고 있으며 시장에서 아예 퇴출된 기업들도 있다.


그저 개인적인 부와 성공을 논하는데 글로벌 기업의 얘기까지 끌어올 필요는 없다. 다만 경제적 자유를 이룬 사람들의 이른바 '성공기'는 성공과 실패가 뒤얽힌 가운데 '좋은 우연'을 만나 성공에 다다른 극소수의 사례다. 그들의 성공을 폄하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분들의 엄청난 노력과 인내를 높이 산다. 다만 실패한 사람들도 그만큼의 노력과 고통을 감내했을 것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고위험 투자군인 주식과 부동산이 개입되어 있다면 더욱이 말이다.


이런 책과 영상을 만든 사람들의 의도가 어찌 되었든, 경제적 자유라는 말에 가슴 뛰며 동기부여가 된 많은 사람들은 어쨌든 부자가 되기 위한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으니 축하할 일이다. 고된 여정이지만 모두 잘 되길 빈다.


실패와 엄청난 노력을 감당할 준비가 되지 않은 나 같은 대부분의 평범한 인생들에게는, 운에 기대어 경제적 자유를 실천하는 일은 하염없이 두렵고 멀기만 한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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