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구름

by 에포케

내가 몇 살 때 즈음 가족들과 차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던 중, 조수석 뒷자리에 앉아 차창 밖을 바라보며 빠르게도 지나치는 풍경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내리던 비가 그치고 우중충한 색감의 대낮은 차분하고 잔잔해 보였다. 그렇게 거리를 바라보다 시선을 조금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어둑한 회색빛 구름은 어쩐지 세상과 한층 가깝게 느껴졌다. 맑은 날의 구름보다 정수리에 더욱 가까운 듯한 먹구름.


먹구름이 내려앉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하늘을 빼곡하게 채운 먹구름 틈새로 뭔가 보이는.

'??'


어둑한 회색빛 구름이 물을 머금고 무겁게 내려앉은 사이로 보인 건 뽀얀 하고 선명한 연푸른 하늘.

구름에 수증기가 많아지면 비가 쏟아진다는 걸 과학시간에 배워 여렴 풋 알고는 있었지만 무게감 있는 먹구름이 내려앉은 하늘 안쪽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마냥 해맑은 푸른빛 하늘이 여전히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 했던. 그 순간 어린 시절의 나는 눈과 생각, 마음이 감성으로 반짝였다.

속도감 있게 스쳐가던 그날의 풍경에 감탄하던 순간은 잡동산이 같은 기억 틈바구니 어디 즈음에 무심히 있을 테지. 하지만 그날의 비슷한 분위기와 색감을 갖은 날씨 속에 있을 때면 기억은 어김없이 무심함을 툭툭 털고 나와 어린 시절 느꼈던 짜릿한 감성과 조우하게 하는 오래된 달력과도 같다. 우린 달리 된 숫자의 조합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억 속에 있던 시절의 모습과 조우하기도 하니까.


내 나름의 시선으로 사물과 상황을 바라보고 깨닫는 순간을 사랑한다.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잔잔하게만 보이던 배경이 다채로운 색감으로 생기가 도는 순간. 너무나 주관적이고 절대적인 시선으로 소화된 존재들이 어떻게 나의 언어 되고 감성 되는지 과정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생각의 흐름도 보인다. 이렇게 사소로워 보이는 작은 것들이 내게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면, 과연 사소한 것이 사소한 것으로만 끝맺음된다고 할 수 있을까. 문득 드는 궁금함. 아니 자주 생각하는 궁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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