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초콜릿
재작년 여름과 가을을 넘나들 던 계절. 찰나의 대화로 기억한다.
동네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본사에서 오는 케이크의 장식 초콜릿을 꽂는 일도 주 업무 중 하나였다. 매장 한쪽, 카페 기사님 작업대의 작은 냉장고에 늘 있던 장식 초콜릿이었다.
여느 날과 같이 반쯤 해동된 고구마 무스케이크에 초콜릿을 꽂으려 냉장고 문을 열고 여기저기 살펴봤겠지. 서로 비슷한 관심사 덕분에 매니저님과 흥미로운 대화를 자주 할 수 있었는데 특유의 부드러우면서 명확한 목소리로 초콜릿을 찾는 나의 물음에 대답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몸을 돌려 고개를 약간 들고 냉장고 뒤편 위쪽, 부엌 찬장처럼 생긴 선반을 열어 흰색 초콜릿 상자를 찾는다. 맨 오른쪽 선반의 오른쪽 칸에는 다양한 모양의 머그컵들이 놓여있고 바로 위칸에 흰색 초콜릿 상자가 눈에 들어온다.
'찾았다!'
냉큼 손을 뻗어 상자를 집어 든 후 작업대 위에 올려놓는다. 늘 해오던 대로 정사각형의 초콜릿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고 고구마 무스 케이크 위 생크림에 초콜릿을 꽂으면 그만이다.
'........!!!'
열린 상자 뚜껑 사이로 초콜릿 냄새가 난다.
몰랐다.
냉장고에 늘 있던 초콜릿은 그저 짙은 갈색을 띤 딱딱하고 납작한 프랜차이즈 로고. 그뿐이었다.
달랐다.
실온에 있던 초콜릿은 달달하고 쌉싸름한 냄새가 났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온도'의 언어와 영향에 대한 생각으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가가 던 순간.
일상에서 수많은 온도와 마주 한다. 존재의 고유한 향을 풍기도록 하는 온도가 건네는 섬세한 영향들이 삶을 풍요롭고 사무치게 담기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