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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Mar 30. 2017

불황에서 태어나서 활황 하다

[비비고, 쓱닷컴, 29cm, 피코크]의 스콜레 편집후기  

이번 여름은 작년 겨울보다 더 추울 것 같다.

2015년부터 여름부터 시작되었던  불황으로 냉기로 인해 거의 시장 바닥은 모두 얼어붙었다.


내 기억으로는 1997년 IMF 때부터 지금까지 불황인 것 같다. 물론 아웃도어, 스마트폰, 온라인 쇼핑몰 그리고 디지털카메라처럼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과 겹쳐있는 시장은 어느 정도 경이로운 매출 성장 맛보았지만, 지금은 과도한 경쟁과 한물간 유행으로 인해서 옛 과거의 추억이 되어 버렸다. 최근 인공지능과 스마트 기계의 출현으로 인해서 앞으로 직업과 직장이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은 불황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4차 혁명이라고 말하지만 4차 공항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은 그의 저서 《불안》에서 [불안]의 정의를 매우 육감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불안은 욕망의 하녀다.’


그의 주장이 어딘가에서 많이 들어 본듯하며 친숙한 공식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브랜드는 욕망의 하녀다’라는 마케팅 금언 때문일 것이다. 뇌쇄惱殺적인 산업 군속에 전투적(?)인 성향을 가진 마케터들에게 ‘불안’과 ‘욕망’ 그리고 ‘브랜드’를 한 덩어리처럼 사용했기 때문에 더욱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불안]은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으로 가지고 있는 반사작용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불안]은 마케팅 바닥에서 닳고 닳은 마케터들이 시장의 트렌드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리더들에게 가장 즐겨 사용하는 것이 흑마술과도 같다.


불길한 [불안]을 다루는 방법은 뜻밖에 간단하다. 마케터들은 신규 브랜드 안에 글로벌 트렌드, 새로운 디자인, 허영심, 사치, 경쟁심, 체면과 욕망을 적당히 섞어 넣어서 구매하지 않으면 불안하게 만든다. 마케터들은 소비하지 않으면 불안하게 만드는 간단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지만 그것의 독성은 치명적이다.


2017년 트렌드에 관한 책이 서점에 여전히 깔려있다.

가끔 사람들이 나에게 미래를 말하는 트렌드에 대해서 신뢰할 수 있냐고 물어보곤 한다.

트렌드 책을 만든 사람은 정말로 그 트렌드가 올 것이라고 믿을까?

만약에 믿는다면 그것을 말할까?


예전에 전문 땅장사를 하는 친구가 절대로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땅을 사지 말라고 조언을 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진짜 좋으면 자기가 빚을 내서 사지 남에게 추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에 진짜 트렌드가 온다면 왜 그 사람은 그 트렌드의 일을 하지 않을까?



영국의 과학 소설가 아서 클라크 Arthur Clarke가 1962년에 말한 미래예측의 세 가지 법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뛰어난 과학자가 무언가 가능하다고 하면 아마 맞을 것이다.
그가 무언가 불가능하다고 하면 아마 틀릴 것이다.

둘째, 가능성의 한계를 알아보는 유일한 방법은 한계를 넘어 불가능을 추구해보는 것밖에 없다.

셋째, 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되지 않는다.


그는 이 세 가지의 법칙으로 수십 권의 공상 과학책을 썼다. 불관 몇 년 전만 해도 그의 공상 소설이 망상처럼 보였지만 지금 읽어 보면 현실과 비슷하게 펼쳐지고 있는 발견할 수 있다. 여하튼 독자들도 분명 자신만의 미래를 예측, 예상, 예감, 그리고 상상할 방법이 있어야만 숨 막히도록 빠르게 진행되는 미래의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




미래는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미래를 보려고만 한다. 그런데도 미래를 보고자 한다면 신경망이 미래로 펼쳐진 사람들의 이야기나 상상을 들어야 할 것이다.


‘사람은 기계를 닮아가고, 기계는 사람을 닮아 갈 것이다.’


다른 말로 풀이하면, ‘사람은 더 디지털스러워지고, 기계는 더 아날로그스러워질 것이다’였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지금 ‘스마트’라고 부른다. 미래는 분명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MP3플레이어는 언제 나왔을까? 2001년이다. 그렇다면 컬러 액정 휴대폰을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2002년이다. 10년 전에 휴대폰은 모두 흑백이었고 카세트테이프 혹은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었다. 또한, 지금 쓰고 있는 USB 메모리가 아닌 플로피 디스크나 CD에 정보를 담았다.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은 과거의 일들이다. 2020년의 모습은 어떨까? 아마 상상도 할 수 없는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그런데 불황이 되면 호황에 사용했던 이런 불안은 잘 적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더 이상 돈을 쓰지 않고, 그동안 소비영역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았던 머리를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신규 브랜드 런칭의 최적기가 바로 이때다.


 불황에 소비가 과연 사라지는 것일까? 도대체 불황일수록 매출이 올라가는 속옷 산업에는 어떤 소비 메커니즘이 있는 것일까? 불황인데 왜 고급 카메라 기종은 많이 팔리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소비는 사라지지 않았고 이동을 하고 있다. 아마 20년 전 IMF 외환위기 때나 최근의 불황에 매우 혁신적인 브랜드가 출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새로운 욕구의 출현이다. 그래서 ‘불황에는 활황하고, 호황에서는 성황하는 브랜드가 항상 있었다.


스콜레에서 다루었던 [비비고, 쓱닷컴, 29cm, 피코크]는 전형적인 불황에서 태어나 호황하는 브랜드다. 

이 4개의 브랜드 호황법칙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불황이 되면 불황 전까지 기업이 주도적으로 소비자를 이끄는 ‘거만한 마케팅 법칙’들은 사라진다. 오직 고객 중심, 고객 이익 증대, 고객 우선, 고객가치 창조와 같은 ‘고객 원칙’만 존재하게 된다. 불황에서 활황 하는 브랜드들은 마케팅 법칙에서 흔히 말초적 공식이라고 불리는 ‘불안’을 자극하지 않았다. 


고객 원칙에 입각한 전략, 즉 소비자를 응원하고, 안정감을 주며, 관계를 형성하고 신뢰감을 주는 전략을 사용한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자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심리학자 프로이트와 만나고 나서 아주 유쾌한 시간이었다고 말하며, “물리학과 심리학은 같은 것을 다르게 인식할 뿐”이라고 프로이트와의 만남을 평가했다.

도대체 상대성 이론과 정신분석학이 어떻게 쌍을 이루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같은 것,’ 즉 인간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마케팅과 정신분석학은 사람을 소비자로 볼 것인가 아니면 환자로 볼 것인가에 대한 차이일 뿐, 결국 ‘같은 것’을 다루는 것이다. 


 [비비고, 쓱닷컴, 29cm, 피코크]은 다른 분야이지만 같은 활황 DNA를 가지고 있다.



불황에서 활황

불황이 되면 마케팅 전략 서적은 덮어 두어야 한다. 대부분의 성공한 브랜드는 호황 할 때 자신들의 탄생을 기념하는 영웅담을 늘어놓는다. 호황으로 덧칠한 자본주의 우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과격하게 말한 것은 필자뿐만이 아니다. 예전에 전 GE 회장이었던 잭 웰치는 “주주 가치 극대화는 미친 짓”이라고 미국식 자본주의의 개종을 선언했고, 현 GE 회장인 이멜트 Im-melt는 “1990년대에는 강아지라도 사업할 수 있었다”라고 개탄했다. 도대체 강아지들이 경영했던 미친 짓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지금 필요한 것은 전략보다는 사람(소비자)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관한 세계관을 정립해야 하는 것이다. 마케팅과 심리학의 중간 학문이라고 불리는 ‘브랜딩’은 제품보다는 가치, 기능보다는 관계, 상표보다는 영혼을 다루는 학문이다.


지금 시장에서 활황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를 살펴보자. 그들은 불황 자체를 오히려 경쟁 브랜드들이 따라 할 수 없는 강력한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다. 불황을 자사의 브랜드를 강력하게 만드는 포지셔닝 전략으로 이용하고 있다. 불황을 통해서 신규시장을 생성하고 독점하고 있다. 불황을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불황 안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해외 명품 브랜드 도처 음부터 명품은 아니었다. 대부분 차고, 다락방, 헛간, 다른 사람의 매장 한편 그리고 창고에서 시작한 브랜드이며, 끔찍한 경제 불황을 직면하면서도 여기까지 버텨온 브랜드들이다. 지금의 명품들이 명품이 된 것은 고난을 통해서 진주 같은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철학을 정립했기 때문이다.


불황 속에 우리는 시장의 세 가지 모습을 살펴야 한다. 바로 현실, 사실 그리고 진실이다.


‘현실 ’적으로 시장 전체가 얼어붙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시장이 만들어지고 불황에서 활황의 인자를 가진 슈퍼 브랜드가 탄생하고 있다. 이것이 불황의 ‘현실’이며 호황에 ‘사실’로 드러나는 브랜드의 ‘진실’이다.


“불황에서 성공의 법칙은 고객 가치라는 원칙뿐이다”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의 ‘실행’은 아무나 하지 못한다. 브랜드의 성공을 위한 길은 오르막길이다. 그러므로 속력으로 신기록을 세우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타이밍을 읽어야 한다. 불황이야말로 시장이 주는 최고의 타이밍이다. 불황에서 탈출하려 하지 말고 이용해야 한다. [비비고, 쓱닷컴, 29cm, 피코크]은 이것을 알고 있었다.


예전에 나는 “2011년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아이폰이 이길 것인가? 아니면 다른 A회사의 B브랜드 가이 길 것인가?”라는 질문을 공개석상에서 자주 받았다. 나는 점쟁이 같은 애매한 대답 대신에 그들에게 질문했다.

“휴대폰을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고 싶은 회사가 이길 것인가? 아니면 휴대폰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은 회사가 이길 것인가?”


조지 버나드 쇼는 자신의 저서인 《인간과 초인》에서 내가 답하지 못했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고 있다.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계에 맞춘다. 비이성적인 사람은 세계를 자신에게 맞추려고 애쓴다. 그러므로 모든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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