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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Apr 03. 2017

매장은 교향곡 악보와 같다.
매장을 콘서트홀로 만들라

스콜레 기보 컨퍼런스(3)









‘우리 매장은 도시의 사원입니다.’ - 패션 브랜드 Anthropologie

‘우리 매장은 도시의 꿈 터 같은 곳입니다.’ - 나이키 타운

‘우리 매장은 빌딩 숲의 오아시스입니다.’ -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 회장


이들이 말하는 매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문화’다. 문화라는 단어 때문에 매장의 목표가 너무 거창하고 개념적으로 들리겠지만, 그들이 말하는 문화란 '브랜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의 경험'을 말한다. 



이들이 말하는 매장의 경험은 다음과 같다. 

매장에서 브랜드의 독특한 존재감이 충분히 전달되어야 한다. 
왜 이 상품이 여기에 있는지를 소비자가 파악해야 한다. 
매장은 상품의 기원을 보여주는 곳으로써 출생(?)에 대한 감동이 전달되어야 한다. 



폭스바겐의 슈퍼 리무진을 만드는 드레스 덴 공장 Dresden Factory를 살펴보자. 이 공장은 예비 차주를 불러서 말 그대로 차가 태어나는 광경을 지켜보게 한다. 일명 유리공장에서 자신이 주문한 차가 나오는 것을 보게 된다. 여기서 가치는 영업소에서 나오는 기쁨보다 자신의 것이 눈앞에서 만들어지는 기쁨을 보게 된다. 

(만약에 아기가 만들어지는 것을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최첨단 시스템 덕분에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기쁨(나의 차가 태어나는)을 폭스바겐은 만들어냈다. 단순히 새 차를 뽑는 것이 아니라 새 가족을 기다리는 경험을 줌으로 인해 잊고 있었던 차에 대한 유대감 감정을 만들어 내고 있다.


  명품 매장을 방문했을 때 그 당시의 기분을 글로 적어보자. 비록 단어로 몇 자 적어보지만, 그 단어가 그때의 기분을 정확하게 전달하지는 못할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매장을 떠오르면서 그 매장 안에 들어갈 때 그 기분을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 느낌을 적어보자. 뭔가 분명히 있지만 막연하고 설명할 수 있지만, 그 표현이 적어보고 다시 읽을 유치하고 궁색하다면, 그것이 바로 느낌으로만 존재했던 ‘문화’가 주는 경험이다. 느낌은 좋은데 글로 쓰면 이상한 것이 바로 ‘분위기’다. 이처럼 문화 브랜드의 ‘느낌’이 존재하고 있다.


 매장의 기준은 다양하다. 어떤 브랜드는 상품이 잘 보여야 한다고 말하면서 내부 인테리어를 그야말로 극단적으로 단순하게 만든다. 반면에 어떤 브랜드는 상품은 그저 사은품이고 매장이 상품인 것처럼 자신들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좋은 것의 기준은 브랜드의 콘셉트에 얼마나 제대로 충실했는가에 달려있다.

 브랜드, 곧 상품에 상표를 붙인 제품에 대해서 지금까지 사람에 비유하면서 말했다. 여기서 콘셉트의 아이디어를 브랜드의 뼈대라고 한다면 매장은 그 뼈대가 외부로 나와서 피부가 아리나 껍질로 이루어진 갑각류로 비유할 수 있다. 매장의 크기, 매장 안에는 인테리어와 오브제, 매장의 위치 등 브랜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공간’으로 표현해야 한다.


 어떤 뮤지컬 세트장 무대 위에서 배우가 여러 개의 도구를 이용해서 자신의 역할을 탁월하게 보여주고 있을 때 우리는 분명 연극임에도 불구하고 실재감을 느낀다. 공감되어서 감동까지 일으킨다. 매장의 판매원이 배우라고 한다면 VDM 연출은 세트장이고 소도구는 상품이다. 고객과 만났을 때는 판매가 아니라 5분짜리 공연을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위키피디아 한국판에서 VMD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했다.


 “VMD란 Visual Merchandising의 약자로, 디스플레이의 하위 개념으로 상업적인 목적성이 강한 일종의 전시와 진열의 의미이다.” 


  이 정의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맞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VMD를 Display의 하위 개념으로 적은 것은 아마도 VMD를 쇼윈도에서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매장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들어온 이유를 물어보면 상품이 연출된 윈도를 보고 들어왔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런 느낌을 매장의 안에서도 그대로 연출되어야 하는데 예전까지는 매장 안은 DP(진열)라고 불렀다. 그러나 지금은 쇼윈도에서 매장 안의 연결까지 모두 VMD관점에서 모두 진열이 아닌 ‘연출’로 바뀌어져 가고 있다. 그래서 VMD를 진열에서 전시로, 전시에서 연출로 완결되는 브랜드의 갈라 쇼(GALA Show)다. 

 간혹 남자들이 멋진 프러포즈 연출을 위해서 공공의 장소에서 자신의 연인 앞에서 무릎 꿇고 반지를 전해주는 연출을 한다. 이처럼 특별한 프러포즈는 언제나 해외토픽이 된다. 이런 부담스러운 프러포즈를 여자가 기쁜 마음으로 받을 정도라면, 그들의 감정은 어느 정도 교감된 상태다. 그래서 이런 과감한 프러포즈를 받고 여자들이 도망가거나 화를 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마찬가지로 손님이 매장에 들어와 다면 브랜드의 프러포즈를 받을 만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렇다고 결혼(구매)을 승낙할 정도는 아니다. 이때 판매하는 사람이 어떻게 프러포즈(제안하다)해야 될까? VMD에 따라서 큰 레스토랑 단 둘만의 장소가 될 수도 있고 모두가 자신들을 보는 공공장소일 수도 있다. 


 마케팅의 판촉에서는 이런 상황을 위에서 낭만적으로 설명했던 것과 달리 한 마디로 ‘충동구매 유발’이라고 한다. 그래서  VMD의 궁극적 목적은 소비자의 모순된 욕구(비싼 것을 사게 사고 싶은 것) 충족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VMD를 ‘비싸게 보이면서, 합리적으로 구매를 돕도록 촉진하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이것 또한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같은 말도 아니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 말할 것인가?

무엇을 말할 것인가와 어떻게 말할 것이냐는 질문은 언뜻 보기에는 철학적인 질문처럼 다가와서 어색하고 난해하게 느껴지지만, 마케팅 현장에서 이 질문을 받으면 쉽게 대답할 수 있다.

이 말을 현장 질문으로 바꾸어서 다시 물어본다면 ‘30% 세일하고 있는 상품을 보여 줄 것인가? 아니면 비싼 물건 중에 세일 중인 물건을 찾게 해줄 것인가?’로 말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소비자는 시즌 기간에 안 팔리다가 결국 세일을 해서 파는 재고 상품보다 오늘의 ‘특별한 횡재’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소비의 기쁨’을 찾고 싶어 한다. VMD의 능력은 같은 세일 상품이지만 가격 소구냐 아니면 체험 소구냐에 달려있다. 매장에서 보물을 찾기 위해서는 고객들에게 이런 기쁨을 연출해 주어야 한다. 그 연출 기술이 바로 VMD이다.


아쉽게도 현장에서 VMD의 전문가를 만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이유는 구조적으로 VMD 기능을 마케팅, 영업 혹은 디자인과 기획 파트의 하부 구조에 두고 있거나, 이런 기능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이벤트 운영처럼 생각하기에 전문가들이 양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패션에서는 VMD 부서가 있지만 다른 산업에서는 ‘겸임’ 혹은 ‘대행’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VMD라는 단어는 일반 업계에서 흔히 듣는 말이 아니다.


매장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들어온 이유를 물어보면 상품이 연출된 윈도를 보고 들어왔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약 55~70%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먼저 매장 윈도를 보고, 간판을 보고 매장 안에 사람들의 상황을 살펴보면서 들어온다. 따라서 지나가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보는 매장 윈도는 ‘쇼’가 아니라 브랜드 철학, 메시지 그리고 콘셉트와 상품들을 보여주어야 한다. 한마디로 브랜드 버라이어티 쇼가 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윈도 VMD 기능을 DP display(예쁘게 정돈) 정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보고 있는 윈도를 본다면 결코 그것이 단정한 정리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싼 물건을 쉽게 사고 싶은가? 비싼 물건을 싸게 사고 싶은가?’라는 설문조사에서 200명 모두가 비싼 물건을 싸게 사고 싶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 비싼 물건을 싸게 사고 싶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혹시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고객의 욕구에 충실하여 브랜드가 비싼 상품을 할인점과 백화점에서 수시 세일로 싸게 판다면 2년도 못되어서 브랜드는 죽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것은 싼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VMD의 궁극적 목적은 소비자의 모순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바로 ‘비싸게 보이면서, 합리적으로 구매를 돕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을‘충동구매의 핵 구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지금부터 VMD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관한 기본적인 ABC부터 짚고 넘어가겠다.



A. alignment           

자동차 바퀴의 수평과 회전을 일치시키는 것이 휠 얼라인먼트 wheel alignment라고 한다. 휠 얼라인먼트가 장착되지 않은 자동차는 핸들이 좌우로 쏠리면서 자동차 직진 방향에 방해를 준다. 브랜드도 휠얼라이먼트가 잘되어야 한다. 시쳇말로 돈 되는 상품과 팔리지는 않지만, 브랜드의 콘셉트를 보여주는 상품이 모두 잘 연출되어야 한다. 

매장에서는 팔리는 물건만 팔리겠지만, 팔리지 않는 물건도 팔리는 물건이 잘 판매가 되도록 판매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소비자는 콘셉트가 강한 상품을 통해서 브랜드를 느끼고, 질리지 않는 가장 베이직하고 합리적인 상품을 구매하고 싶어한다. 브랜드는 대중적인 트렌드도 보여주지만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도 유지해야 한다. 

이것이 VMD의 몫이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VMD의 핵심은 ‘변화와 일관성’의 연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분야에서 탁월하다고 볼 수 있는 매장이 애플 플레그 샵(뉴욕 식스 에비뉴), 버버리(런던 본드 스트리트)와 폴로 샵(뉴욕 메디슨 에비뉴)이다.]

VMD의 얼라인먼트는 트렌드와 베이식, 욕구와 욕망, 소수의 필요와 대중의 필요, 메시지와 상품 등 서로 다른 이것들을 매장에서 함께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매장의 분위기는 압도적인데 상품이 안보이거나, 상품은 잘 보이는데 브랜드의 콘셉트가 무엇인지 모르거나, 상품은 보이나 메시지를 읽을 수 없고,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 같지만 해석이 안된다면 실패한 VMD이다.



B. Basic                     

VMD의 핵심은 베이직basic, 바로 정리 정돈이다. 잘 정리된 상품은 품질 보증, 브랜드 위세, 브랜드 신뢰 등 일종의 '힘'을 느끼게 한다. 물론 정리 정돈의 목적은 많은 종류의 상품을 한눈에 보여주면서도 대표 상품들을 정렬 속에서 강조하며 잘 팔리게 하는 것이다.

정리 정돈은 컬러별, 사이즈별, 가격별, 콘셉트별로 나누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잘 짜인 상품들은 보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소비자들이 보이지 않는 매장 안내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처음 매장에 방문한 소비자는 직관적으로 매장을 돌아본다. 먼저 이 매장에서 무엇을 팔고, 가격대는 얼마 정도이고, 상품의 질과 더불어 브랜드의 콘셉트를 찾는다. 따라서 정리 정돈은 소비자의 눈의 관점에서 그리고 매장을 보고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정리 정돈은 상품의 배치가 아니라 해석의 순서에서 기획되어야 한다.

(마치 작곡가가 교향곡 악보를 보고 전체 음악을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작곡의 마음으로 소비자가 매장에서 브랜드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VMD를 해야 한다) 



C. Creativity                     

결국 VMD가 말하는 것은 브랜드를 거리의 수많은 매장과 차별화를 위해서 브랜드의 창의성creativity를 보여 주는 것이다. 창의성을 만드는 방법은  소품, 칼라, 조명, 전시, 포스터 등 너무나 다양하다. 수많은 방법은 있지만 핵심은 어떻게 자신만의 브랜드 컨셉을 전달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일단 그림을 보자 










모든 브랜드는 차별화되며 가치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자신만의 고유한 창의성을 매장에서 보여주려고 한다. 그 방법으로 브랜드는 트랜드를 해석하거나, 럭셔리 컨셉을 보여주며 그리고 상품을 독특하게 보려주려고 한다. 그래서 브랜드의 VMD 궁극적인 목적이 브랜드 독창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VMD에서 가장 큰 실수를 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너무 과해서 유치해지고, 너무 약하면 매력이 없어진다. 


무인양품의 창의성으로 만들어지는 매장의 독창성은  [무인양품다워지는 것]이다.

 

무인양품은 자신이 어떤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가를 알고 있다.
무인양품의 창의적인 VMD는  [이름없는 좋은 제품]을 [무인양품]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정리한다면, 

멋진 VMD는 매장에 들어온 손님에게 마치 왈츠 박자를 알려주는 것처럼 동선을 따라서 춤추게 한다. VMD를 따라 움직이는 손님은 물건을 찾는 것도 기쁘고, 여기저기 보다도 잠시 멈추는 것도 흥미롭다. 

 흥겨운 왈츠에도 엄격한 박자가 있듯이 VMD 원칙에도 최소 3가지 기준이 있다. 

1) Alignment 정렬

트렌드와 아이덴티티, 상품 그리고 팔리는 상품과 콘셉트 상품을 중심으로 연출되어야 한다.
2) Basic 기본 
정리 정돈 속에서 팔 것과 보여줄 것을 ‘강조’하며, 소비자에게 ‘순서’ 적으로 알려주어야 한다.

3) Creativity 창의성 

궁극적으로 1)과 2)를 포함한 VMD 전략의 기준은 브랜드 콘셉트를 얼마나 창조적으로 보여줄 것인가에 두어야 한다.


무인양품은 VMD의 ABC에 철학까지 갖혔다.


무인양품의 매장경험 

        




무인양품은 매장으로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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