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민 Mar 29. 2017

무인양품, 소리치지 않습니다.
속삭입니다.

스콜레 기보 컨퍼런스(2)

도굴꾼, 고고학자 그리고 마케터

박물관에 있는 부장품들


무인양품 매장에 들어오면 일반 매장에 들어온 느낌이 아니다


상품을 하나씩 살펴보면  다른 브랜드 매장에 있는 상품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무인양품을 보면 마치 인류문화 고고학자가 된 기분이다.  나는 무엇을 찾는 것일까?


무인양품 매장을 발굴하면(?) 계속 뭔가가 쏟아져 나온다.

우리와 같은 사람이 사용하는 생활용품이지만 왠지 나와는 다른 사람의 물건이라고 착각된다.

지극히 평범한 제품에서 나오는 강력한 브랜드 콘셉트 때문에 자주 매장에 들리게 된다.

같은 물건이 항상 다르게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기원전 5천 년 혹은 1만 년 전에 이 땅에서 삶았던 사람은 어떤 생활을 하고 살았을까?

그들에게 있었던 문화는 어떤 형태였을까?


이따금 수천 년 혹은 수백 년 전에 죽은 사람의 무덤에서 잘 보존된 미라와 더불어 그 시신이 살아 있었을 때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들이 함께 발견되곤 한다. 고고학자들은 발굴한 부장품을 보면서 죽은 사람의 사회적 신분(귀족 혹은 왕)을 비롯해 직업을 추측한다. 또한, 당시의 문화를 파악하고 어떤 종교관이 있었는지도 추측한다. 주검의 뼈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이런 요소들을 죽어서도 함께 지니고 싶어 했던 부장품을 통해서 죽은 사람의 세계관과 함께 그 시대의 문화를 파악하는 것이다.


고고학자들이 공교롭게도 2017년 4월 1일에 죽은 그 누군가의 무덤을 발굴했다고 상상해보자. 탄소 연대 측정법을 통해 이 무덤은 2천 년이 된 것이며 무덤의 주인은 30대 남자임을 밝혀냈다. A.D. 2천5백 년부터 화장이기 본적인 장례문화로 안착한 데다, 수없이 발생한 지진을 생각하면 미라로 보존된 무덤을 찾은 것 자체가 놀라운 발견이라며 학계가 술렁인다. 


재미있는 것은 미이라 옆에 놓인 부장품이다. 애플의 아이폰 8, 로모 카메라, 컨버스 신발 세 켤레와 닥터마틴 신발 한 켤레, 무인양품의 노트, Sony의 Nex-5N(그런데 렌즈는 니콘의 구형 렌즈다), 몽블랑 만년필 기본형 한 자루와 플라스틱으로 된 라미 만년필이 컬러별로 5자루가 발견됐다. 과연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미라의 사회적 신분과 그 당시의 문화적 배경을 읽어낼 수 있을까? 아마도 2017년 4월에 아이폰8가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던 사실 또한 이 미이라가 일했을 회사와 직책 그리고 성향을 파악하는데 한몫할 것이다. 


그리고 과거(2011년 오늘) 애플 아이폰의 문화적 상징 코드를 조사해 다른 부장품들과의 연결점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 그리고 브랜드의 특정 제품을 통해 시대상을 그려내거나 한 인간의 프로파일을 그려내는 것은 단순히 상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유냐 존재냐’의 질문이 아니라 소유가 곧 존재를 알려준다.


예를 들어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용의자의 집 신발장에서 컨버스 신발이 무려 100켤레가 발견됐다. 만약 이 현장에 CSI 요원과 마케터를 조사단으로 보내면 이들은 용의자의 프로파일을 어떻게 작성하게 될까?

“이 사람은 컨버스만 신은 여자만 골라서 죽이는 편집증적 사이코일 것입니다.”

이렇게 CSI 요원이 말했다. 반면 이것을 듣고 있던 마케터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이 사람 컨버스를 제대로 즐길 줄 아는구먼.”

아마 황당한 CSI 요원이 그 이유에 대해서 묻는다면 마케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을 이어갈 것이다.

“저는 검정 컨버스만 5개가 있어요. 컨버스의 지독한 마니아라면 최소 500켤레를 가지고 있어야 돼요. 이 사람은 초보 마니아 정도 될 것 같은데요. 보세요, 척 테일러 기본형밖에 없잖아요. 쉐브론 스타는 없다고요.”


브랜드는 상품을 팔지 않고 문화를 판다는 이야기는 이제 명품에서부터 5천 원짜리면 티를 파는 사람들도 이야기하는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어떤 문화를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브랜드와 융화되어 새로운 문화 코드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물론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의 컨버스 수집 습관을 예로 든 것은 문화 코드를 지닌 브랜드, 혹은 브랜드 문화에 대한 극단적인 사례지만 많은 학자가 이 같은 현상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HEC의 교수이자 브랜딩학의 거장 장 노엘 캐퍼러의 《뉴패러다임 브랜드 매니지먼트》에서도 같은 맥락의 문구들을 찾아볼 수 있다.


“브랜드의 제품들을 통합하는 것은 그들의 상표나 일반적인 외적 표시가 아니라 그들의 종교다. 즉 어떤 공통된 정신과 비전, 그리고 이상들이 그 브랜드에 구현되어 있는가다. 강력한 브랜드일수록 매우 강한 감정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브랜드에 관한 종교성을 이야기하며 상품이 아닌 감정을 지닌 유기체로서 브랜드를 말하고 있다. 이제는 식상하기까지 한 ‘문화를 통해 브랜드를 만든다’ 혹은 ‘브랜드가 문화가 된다’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다시금 본질적인 통찰이 필요하다. 아직도 이 메시지를 럭셔리 브랜드를 위한 마케팅 포인트, 차별화 전략을 위한 문화 코드 차용, 세련된 프로모션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거나 이보다는 좀 낫지만 보이지 않는 상품의 정의에 필요한 문구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면 이보다는 한 키높인 생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원시 부족의 장례풍습, 인간이 죽은 후에도 자신이 사용했던 물건과 함께하고 싶어 하는 이유, 그리고 이에 대한 배려를 알아챌 수 있어야 그들의 세계관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비단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할리 데이비드슨을 비롯한 특정 브랜드의 소비자들은 유언으로 자신의 소장품을 관에 같이 넣고 달라는 말을 남기기도 한다. 왜 그럴까? 자신의 세계관 혹은 아이덴티티와 일치하는 브랜드에 대해서 인간이 보이는 행동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특정 코드가 있다.


도굴꾼과 고대 학자의 관점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게 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라.
가질 수 없는 것을 갖게 하고 가질 수 있는 것을 가질 수 없게 하라.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고 낯선 것을 익숙하게 하라.


처음에 이 표현들은 특정 브랜드의 소수 사용자만이 즐기는 은밀한 밀교 密敎에서나 볼 수 있는 그들만의 환희에 대한 서술이었고, 마케팅 연금술의 주문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제 이것은 시장에 존재하는 강력한 브랜드들의 공통된 속성으로 밝혀졌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이다. 특정 브랜드에 완전히 빠져야만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그들만의 ‘문화’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애플이 대표적인 사례이지 않은가. 애플 마니아들은 (애플의 타제품에 비하면 매스 제품이 된) 아이폰이 애플과의 첫 경험이라면 애플의 문화를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말한다. 아이폰에는 여전히 트렌드라는 트랜스 지방이 껴있기 때문이란다. 애플뿐만이 아니다. 럭셔리 문화의 상징이 된 브랜드, 마초 문화의 상징이 된 브랜드,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가늠하는 눈금이 되어 버린 브랜드 등, 브랜드가 보이지 않는 문화의 표면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어떻게 무인양품은 양품만으로 브랜드 구축의 필요조건인 무인(로고와 심벌 없이)을 뛰어넘어 글로벌 브랜드가 되었을까? 


무인양품의 심심한(?) 컨셉으로 어떻게 글로벌 진출을 할 수 있을까?


해외에 있는 무인양품 매장에 들어가면 파란 눈을 가진 사람이 무인양품을 고르는 표정은 우리와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도굴꾼처럼 또 어떤 사람은 고대 학자처럼 (우리가 보기에는) 별거 아닌 상품을 신기하게 만져보면서 쳐다본다. 그들은 낯선 문화를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감화력, 무인양품이 말하는 감화력은 [브랜드 철학의 중력]과도 같은 것이다.

무인양품 안에 있는 이 힘은 분명히 존재하고 느낄 수 없지만 설명을 할 수 없는 힘이다. 



타 문화를 감지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예를 들어 자신이 다른 나라에 갔는데 자신만이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무인양품 매장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진다. 상품이 특이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아니다. 뭔지 모르는 것이 낯선 기분을 만든다. 어떻게 그런 낯설고 익숙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까?


비슷한 상품, 하지만 다른 철학으로 상품을 차별화할 수 있다니 ...

그것을 느끼게 만들다니 ...




강좌신청 : http://www.schole.ac/landing/gibo_conference





이번 스콜레에서 준비한 캠페이닝 브랜드는 러쉬뿐만 아니라 캠페인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파타고니아와 무인양품의 발표할 예정이다. 3개의 브랜드가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차이와 차원에서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인양품無印良品에서 유인양품有人良品으로 ...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