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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Nov 22. 2017

디자이너는 디자이너에게
무엇을 배워야 할까?

바꿀 수 없는 것을 지키고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 그리고 지혜

궁극의 브랜딩,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통한 스타일 구축 



고대인은 돌을 불로 태우면(?) 철이 나온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돌에서 철을 제련하기 위해서는 1600도가 필요하다. 자연 상태에서 1600도 온도를 가진 것은 용암뿐이다. 어쩌면 고대인은 용암을 보면서 돌도 뜨거운 열로 녹을 수 있다는 확신으로 1600도의 열을 만들 수 있는 용광로를 착안했을지도 모른다. 

고대인은 바꿀 수 없는 돌을 바꿀 수 있다는 용기에서 지혜를 얻게 되었다.  


돌을 녹일 수 있다는 무모한 도전으로 지금의 문명이 만들어진 것처럼, 시장에서도 상품에 아이덴티티가 부여될 때 그것이 상품 이상의 것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품 Commodity이 아이덴티티 Identity를 부여받아서 상품 그 이상의 가치 되는 것은 마치 돌을 불로 녹여서 철도끼를 만든 것과 같은 혁신이다.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우리는 커피를 팔지 않고 빌딩 속에서 안식처를 제공하고 있어요.”

"우리는 신발을 팔지 않고 도전과 승리의 파트너입니다."
“우리는 모터 사이클을 팔지 않고 자유과 우리 안에 있는 본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시계가 아니라 자손에게 물려줄 유산을 보여 드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동차가 아니라 속도의 한계를 넘어서는 자유로움이죠.”
“우리의 핸드백은 당신이 어디 그룹에 속해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핸드폰이 아니라 혁신의 그 무엇입니다.”

"우리는 옷을 파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의 생활문화예술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들의 주장을 들으면서 특정 브랜드가 떠올랐다면 그것은 상품이 아니라 아이덴티티가 구축된 브랜드이다. 아이덴티티 브랜드는 자신의 ‘본질’을 해체하여 새로운 ‘실체’를 보여준다. 


브랜드는 자신의 제품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덴티티(Identity: 같은 것, 동일시, 일체화,귀속감)를설명하고 있다. Identity(Id+entity)라는 단어를 구성하는 ‘Id’는 컴퓨터 접속을 위한 이름 혹은 신분증을 말할 때 쓰는 단어다. 이 단어의 기원은 개인의 무의식 속에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본능적 에너지의 원천을 설명할 때 프로이트가 사용했던 정신 분석한 용어다. 

 Entity는 ‘실체’ 혹은 ‘본질’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Identity’라는 것은 ‘자신의 실체’라는 뜻으로서, 브랜드에서 아이덴티티 구축이라는 말은 품질 개선이 아니라 ‘상품을 뛰어넘는 가치’를 말한다.


아이덴티티 카드(Identity Card)는 신분증이다. 신분증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외국에 가서 여권이 없어졌다면 그 사람이 외국 경찰에게 자신을 어떻게 설명할까? 아이덴티티 브랜드는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게 해주는 브랜드다. 


BMW를 몰고 온 젊은 남자는? Volvo를 타고 온 젊은 여자는? Lexus를 끌고 온 중년의 남자는? 그들의 직업은 무엇일까? 그들의 학력은? 그들의 성격은? 이 질문을 여러 사람에게 했을 때 만약 그들의 대답이 비슷하다면 아이덴티티(신분증) 브랜드라 할 수 있다.

상품(Commodity)을 넘어서 브랜드의 Identity를 구축하여 브랜드가 브랜드 되는 것, 바로 자기다움이라는 Id를 통해서 남과 다른 것(Entity)으로 되어가는 것이 브랜딩(Branding)이다.


최고의 디-사이너(De-Signer)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이것을 활용하여 메세지, 가치 그리고 신념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오늘 내가 소개하고 싶은 오기환 대표, 안동민 대표 그리고 변사범 대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디자인(나는 De-Sign이라고 말하고 싶다)하는 사람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에 관해 아주 간단한 사례를 살펴보자 



Flexible Identity  그리고 Oneness Identity 









플렉서블 아이덴티티 Flexible Identity를 우리나라 말을 그대로 번역하여 [유연성/융통성/탄력적인  아이덴티]라고 이해하면 오히려 유연성이 사라진다. 개인적으로 내가 이해하는 플렉서블 아이덴티티의 플렉서블은 '변하는 것을 변하지 않게, 변하는 것을 변하지 않게'하면서 동일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앱설루트 광고를 보면서 앱설루트 아이덴티티를 무엇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아마도 사람마다 다르게 말할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느끼는 그 무엇은 분명히 있다. 

  앱설루트를 구성하는 본질 entity은 병과 그 안에 담긴 술(도수)과 이름이다. 그렇다면 엡설루트는 무엇을 플렉서블하게 만들까? 앱설루트를 마셨을 때 변하지 않는 세상이 변한다. 자기의 마음도 변하고 내 옆에 있는 사람도 변하게 된다. 엡솔루트는 우리 자신(Id)을 변하게 만든다. 이처럼 앱설루트는 변하지 않는 것을 변하게 만들었고, 변하는 것을 변하지 않게 했다. 엡솔루트는 플렉서블 아이덴티티 Flexible Identity Design을 통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Flexible Identity Design의 핵심은 변하지 않는 아이덴티티 구축이다.






 앱설루트와 달리 애플은 Oneness 브랜드의 계열에 있다. Oneness Identity를 딱히 표현할 단어가 없지만 애플은 Oneness(단일성, 동일성)을 추구한다. 제품뿐만 아니라 애플은 애플이라는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목적이 스타일 구축이기에 이 부분을 좀더 길게 설명하겠다.


 

  Style은 양식, 문체, 화법, 형식이라는 뜻이 있다. 그래서 그 뜻을 고유한 캐릭터(성격과 성향)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선도적인 브랜드들을 보면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려고 한다. 스타일을 가진 브랜드는 자신만의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브랜드다. 

 디자인의 어원 격인 라틴어의 ‘Designare’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De’라는 down from, from, concerning, about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와, ‘signare’라는 사인, 서명이라는 단어가 결합하여 ‘자신의 것’ 혹은 ‘그 자체’라는 의미를 만들어 낸다. 이것을 그대로 가지고 오늘날의 Design을 해석하면 De+sign(기호, 서명)으로, ‘그 원형, 그것, 기호, 자체’ 등으로 말할 수 있다. 브랜드가 디자인이고 디자인이 브랜드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디자인을 추려 보자.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우리는 애플의 수십 가지 제품이 어떤 모습을 갖추었는지 상상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애플은 자신만의 디자인, 곧 자신의 얼굴을 가진 브랜드다. 몽블랑, 컨버스, 라이카도 그 형태로서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보여 주는 브랜드들로서, 모두 자기다움을 디자인으로 서명(De+sign) 했다. 곧 자신의 디자인이 자신의 서명(브랜드)인 것이다.

Style은 양식, 문체, 화법, 형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뜻을 고유한 캐릭터(성격과 성향)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브랜드는 자신의 콘셉트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일까? 이 질문이 어렵다면 사례를 살펴보면 쉬워진다. 일반 소비자들이 100m 떨어진 곳에서도 어떤 브랜드인지 구별할 수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로고와 심벌이 아니라 외형적 스타일 때문이다. BMW와 비슷하게 디자인한 도요타는 도요타의 신형이 아니라 BMW의 짝퉁이다. 누군가에게 코카콜라와 비슷한 병에 담긴 콜라 음료를 먹으라고 한다면 성분을 의심할 것이다.


예를 들어 애플과 비슷한 외형을 가진 노트북을 펼치면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이거 애플 신형이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구축은 자신만의 차별화된 스타일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브랜드가 자신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면 독점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브랜드는 ‘나와 비슷하면 가짜다’라는 강력한 독점의 독성을 가진 브랜드가 된다. 자신만의 스타일 자체가 시장이 되어 버리면 그야말로 독점과 독과점 시장을 다스리게 된다.
“이 브랜드에서 왠지 A브랜드 냄새가 
나는데, 뭔지 모르지만 비슷한 느낌이 있어.”

스타일은 이처럼 자신과 비슷하거나 따라 하려는 브랜드를 소비자의 ‘느낌’을 활용해 짝퉁으로 만들어 버리고 하찮게 만든다.



주여, 우리에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 라인홀트 니버 (Karl Paul Reinhold Niebu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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