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관계]를 디자인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게 하는 디자인

by 권민
디자인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이미지의 시각적 즐거움이 아니라 그것이 지니는 메시지다.
네빌 브로디, 그래픽 디자이너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수많은 정의 중에서 사회학자 찰스 호튼 쿨리(Charles Horton Cooley, 1864-1929)의 정의가 개인적으로 명료하다. 그는 “커뮤니케이션은 우리가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 혹은 세상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고, 받고, 해석하는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정의를 그의 말로 다시 한번 정의해보자.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우리가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 혹은 세상을 통해 메시지[브랜드]를 보내고, 받고, 해석하는 과정이다.”이 정의를 설명하는 사례는 아마도 할리 데이비슨일 것이다.

“At Harley Davidson, the pur- chase of motorcycle is the beginning of the rela- tionship, not the end.”(할리 데이비슨을 구입한다는 것은 관계가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끝난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떤 관계의 시작일까?

소속감이다.



이처럼 할리 데이비슨 이외에도 수많은 브랜드를 통해 ‘상표’ 가 ‘진정한 브랜드’가 되는 것은 상품의 완성도가 아닌 소속감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의 연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진정한’ 브랜드는 상품이 아니라 경험이며, 소비되지 않고 관계의 끈을 만들어준다. 2000년도 초반에 마케터가 알고 있는 소속감은 ‘고객에게 약속한 것 이상의 것을 이행함으로 (헌신을 느껴야 한다) 그들이 특정 집단에 속해 있다고 느끼는 것이었다. 이때까지 소속감이란 생산자로부터 비롯된 소속감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웹의 시대가 도래함으로써 그 소속감은 생산자가 아니라 브랜드를 공유하는 사람 간의 소속감으로 이동했다.



소속감을 구축하는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공식은 이미 밝혀졌다.

상품(Commodity)에 의미(Meaning)가 부여되고, 그것이 특정 집단(Community)에서 인정되면 상품 (Commodity)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아이덴티티(Identity)가 된다. 이렇게 아이덴티티가 구축된 브랜드가 일관성을 가지게 되면, 그때는 인간 문화의 상징 (Symbol)이 된다. 이 공식은 이미 수많은 브랜드로 입증된 것이지만 제대로 적용해서 똑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신규 브랜드는 드물다. 무엇 때문일까? 브랜드가 브랜드 되는 브랜딩(Branding)은 상품(Commodity)의 의미(Meaning)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커뮤니티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대상을 불특정 다수로 삼은 기존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자신의 이로운 점에만 의미를 두었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하기 위해서 잠시 인간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인간은 각자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 어딘가에 소속되려는 이상한 분리 통합 개념을 가지고 있다. 더욱 기묘한 현상은 인간은 신으로부터 시작해서 무생물과도 친밀감으로 교감하고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군가를 의지하고 신뢰하는 관계를 유지하려고 할 때, 먼저 자신과 유사성을 가진 인간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일관성을 느낄 때 독특한 신뢰감과 확고한 안정감을 갖게 된다.



가장 친밀도가 높은 관계(소속감)는 사랑이다. 사랑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오랫동안 지속해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길고 두텁게 묶어주는 ‘끈’이다. 존중이라는 끈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수시로 끊어지고 무 시되는 끈이다. 신뢰는 길게 뽑아서 연결하기 어렵고 가장 잘 끊어지는 끈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브랜드는 사용자와 어떤 관계를 유지하는가? 이런 인간이 브랜드와 어떤 관계를 유지하려고 할까? 인간은 인간에게 느끼는 것처럼 브랜드와도 그대로 교감하며 교제하려고 한다.



이런 현상을 통해서 인간은 자신과 브랜드와의 경험에서 지속적으로 기대치가 만족되었을 때, 브랜드를 믿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브랜드의 기초는 신뢰에서 시작된다. 그 신뢰는 소속감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소속감’이다. 브랜딩의 궁극적 목적인 소속감이라는 씨줄과 날줄을 이해하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끈인 의미(Meaning)의 어원을 살펴보자. Meaning에는 ‘무엇에 묶여있다’, 즉 ‘다른 것을 붙잡고 있다’라는 뜻이 있다. 상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브랜딩이란 사용자들이 사용자 간에 어떤 관계의 끈에 묶여 있게 만드는 것이다. 기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이론으로는 끈을 만드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다. 커뮤니케 이션은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관계 작용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협력에 의해 만들어진 일방적이고 도구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사귐과 나눔을 목적으로 하는 완성적인 관계이다. 이런 관계는 끈의 강도와 길이(친밀감)에 따라서 달라진다.



소속감(所屬感)은 영어로 Sense of belonging인데 ‘ belong’을 살펴보면 브랜드 관점에서 말하는 ‘소속감’을 잘 설명하고 있다. Belong은 라틴어 belongen에서 유래되어는데, belongen은 Be(강조) + Longen(Pertain: 딸리다, 부속되다)로 이루어진 단어다. 지금은 없어진 Longen은 영어 Long을 뜻하는 라틴어 Longus에서 나왔다. Belong을 어원적 의미로 보면 ‘장기간에 소유되다, 장기간에 걸쳐 사용되다’로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브랜드 소속감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브랜드에 대해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브랜드는 쓰고 버리는 ‘소비’ 가 아니라 서로에게 ‘소유’ 되는 관계다.



디자인이란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 제품이 어떠한 제품인가를 정의할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그리고 가장 명확한 방법이다. 조나단 아이브, 애플 부사장




마케팅에서 다루는 관계는 개인과 상품 혹은 집단과 상품이다.

하지만 마케팅에서 보는 시장과 우리가 살고 있는 삶터는 이렇게 간단하지 않다.


다수와 다수

마을과 주민

사회 구성원과 지역 사회

그리고 가게와 동네 등, 관계의 기준과 수준은 다양하다.


이번에 열리는 커넥츠 디자인 소사이어티에서는 이 부분을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