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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예수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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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Feb 17. 2018

베드로라고 부르는 시몬과
구레네 사람, 시몬

[시몬] 이름의 의미 : 들음, 갈대, 응답하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은 소설입니다] 


십자가 형을 선고받으면 죄인은 양팔에 못을 박을 약 20Kg [횡목]을 들고 처형장으로 간다.


예수님은 새벽부터 구타와 채찍질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기에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질 수가 없었다.

횡목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계속 쓰러졌다.   


그때,

어떤 사람이 예수님이 횡목을 지고 가는 그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는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로서, 구레네 사람 시몬이었다. 

로마 군인은 시몬에게 강제로 예수의 십자가를 지고 가게 하였다. (막 15:21, 새 번역)


예수님은 자신의 첫 제자로 베드로라고 부르는 시몬, 요한의 아들인 시몬을 부르셨다. 예수님께서 베드로라고 부르셨던 시몬은 아마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알렉산더와 루퍼의 아버지인 시몬이 어깨에 메고 가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알렉산더와 루퍼의 아빠, 시몬은 왜 그 자리에 있었을까?

왜 그는 로마 병사의 명령에 도망가지 않고 예수님의 십자가를 들어주었을까? 




주님께서는 인간에게 이렇게 명령하셨다. 

결혼식장에서 하인들에게 쏟아부은 물을 떠서 갖다 주어라고 말하셨다.

갑작스럽게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한잔 달라’라고 하셨다.

제자들에게 시장에 묶여있는 '나귀를 데리고 오라’라고 하시고 누가 말하면 ‘주가 쓰시겠다’라고 말하라라고 하셨다.

유월절을 준비해야 하는 제자에게 물 한 동이를 메고 오는 사람에게  ‘우리가 먹을 수 있게 유월을 준비하여라’라고 말하라고 하셨다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어쩌면  알렉산더와 루퍼의 아빠, 구레네 사람 시몬은 하나님께서 그전에 준비시켰던 또 다른 [시몬]이었을 것이다. 


베드로라는 새 이름을 가진 시몬은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시몬 베드로는 알렉산더와 루퍼의 아빠, 시몬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쩌면 시몬 베드로는 알렉산더와 루퍼의 아빠, 시몬이 들고 있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자신이 짊어지고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시몬 베드로는 감옥과 죽음까지도 같이 하겠다고 했던 제자였으며, 예수님도 그와 항상 동행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시몬 베드로는 나중에 알렉산더와 루퍼의 아빠, 시몬을 만나서 인사했을지도 모른다.

알렉산더와 루퍼의 아빠, 시몬이 시몬 베드로에게 이렇게 인사했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형제님들, 저는 구레네에서 온 시몬입니다.”

시몬 베드로는 자신의 옛 이름과 같은 구레네 사람 시몬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자기를 대신해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어준 알렉산더와 루퍼의 아빠, 시몬에게 자신을 베드로라고 소개했을까? 아니면 요한의 아들, 시몬이라고 했을까?


그들은 그(구레네 사람 시몬)에게 강제로 예수의 십자가를 지고 가게 하였다. (막 15:21, 새 번역)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황당한 사건을 당하기도 한다.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

재수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저주를 받은 것일까?

내가 믿는 예수님은 나와 함께 하시며 나를 돕는 분이라고 하셨는데 왜 이런 상황에 나를 보호하지 않으신 것일까?

이런 일을 당할 때, 알렉산더와 루퍼의 아버지인 시몬을 생각한다.

시골에서 올라온 그도 황당했을 것이다. 그는 유대인이라고 하지만 자기 아들의 이름을 유대식 이름이 아닌 [알렉산더]와 [루퍼]라고 지었다.

구레네 시몬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졌던 그는 당황했을 것이다.

구레네 시몬은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바로 그 현장은 하나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3 그는 사람들에게 미움과 멸시를 받았으며, 아픔과 고통을 많이 겪었다. 사람들은 그를 바라보려 하지도 않았다. 그는 미움을 받았고, 우리 가운데 아무도 그를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4 정말로 그는 우리의 질병을 짊어지고, 우리의 아픔을 대신 겪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하나님께 벌을 받아서 고통을 당한다고 생각했다. 5 그러나 그가 상처 입은 것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고, 그가 짓밟힌 것은 우리의 죄 때문이다. 그가 맞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얻었고, 그가 상처를 입음으로 우리가 고침을 받았다. 6 우리는 모두 양처럼 흩어져 제 갈 길로 갔으나, 여호와께서 우리의 모든 죄짐을 그에게 지게 하셨다. 7 그는 매를 맞고 고난을 당했으나,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과 같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털을 깎이는 양과 같이 잠잠하고 입을 열지 않았다. (사 53:3-7, 쉬운 성경)


하나님께서 구레네 사람 시몬에게 이 모든 것을 이야기했을까?

구레네 사람 시몬은 언제 어떻게 예비된 사람일까?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하나님은 명령하신다. 우리는 그 명령을 이해할 수 없으며 그 말씀은 하나님의 역사 가운데 숨겨져 있다. 



기괴한 명령 때문에 물을 가져다주는 하인처럼

물을 달라고 하는 예수님을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마리아 여인처럼

갑자기 나귀를 달라고 하는 사람에게 나귀를 풀어주는 주인처럼

유월절을 준비하라는 말에 허둥지둥 음식을 만드는 사람처럼

그리고 예수님을 대신해서 십자가를 짊어진 사람처럼

우리의 인생에서 이런 당혹스러운 일이 일어난다.

그때 우리는 [순종] 해야 한다. 


하나님의 예비하심과 명령하심에 우리의 대답은 [예] 뿐이다.

그분의 명령은 이해할 수 없고 우리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으신다.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하고 [무익한 종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라고 말할 뿐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일하심이 모세처럼 혹은 바울처럼 불러주시길 기대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시골에서 오는 길에, 그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는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로서, 구레네 사람 시몬이었다. 그들은 그에게 강제로 예수의 십자가를 지고 가게 하였다. (막 15:21, 새 번역)


그들은  강제로 …. 강제로 … 시몬에게 하나님의 일을 시켰다.

하나님께서 로마 병사를 통해서 강제로 우리에게 자신의 일을 시키거나, 부탁하거나 그리고 동참시킬 수 있다. 


13 하나님께서는 여러분 안에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계십니다. 또한 하나님은 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여러분에게 공급해 주실 것입니다. 14 무슨 일을 하든지 불평하거나 다투지 마십시오.(빌 2:13-14, 쉬운 성경)




구레네 사람, 시몬


1. 

“그런데 이 사람은 당신 친구인가요?” 여관 주인은 피범벅이가 된 사람의 옷을 벗기면서 말했다. 거의 죽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피 흘린 이 사람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아니요… 친구는 아닌데…. 그런데 오늘 친구가 되었어요.” 그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기름을 그 사람의 깨진 머리에 발라 주었다.

“상처가 너무 심하죠.” 그는 얼굴에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여관 주인에게 물었다.

“이만하길 다행이죠, 아마 들판에 이런 상처로 하루를 지냈다면 죽었을 것입니다.” 여관 주인은 가지고 온 더운물로 그의 발을 닦아 주었다.

“이 사람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여관 주인은 다시 물었다.

“어….. 이쪽으로 오다가 뭐라고 하던데…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예? 그럼 친구가 아닌가요?” 여관 주인은 놀라면서 다시 물었다.

“음…. 지금 친구가 되었네요.”

“뭐요? 그럼 이 사람과는 모르는 사람이라고요?” 여관 주인은 닦던 발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관 주인의 손에 있는 수건을 받아서 다시 발을 닦아 주었다.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오는데 이 분이 강도에게 당해서 피 흘린 체 누워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래서 지금 여기로 데리고 온 것입니까?” 여관 주인은 더욱 놀라면서 말했다.

“네” 그는 눈을 껌벅이면서 여관 주인을 바라보았다.

“뭐요?”이제야 여관 주인은 자기 앞에 누워있는 사람이 강도 만나서 모든 재산을 털려 죽어가고 있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여관 주인이 너무나 놀란 표정을 했기에 그도 당황해서 여관 주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여기에 데리고 오면 어떡합니까?” 이제야 여관 주인이 놀란 이유를 말했다. 

“여기가 무슨 ……” 여관 주인이 말을 이어가려고 할 때 그는 주머니에서 한 데나리온을 꺼내서 여관 주인에게 보여 주었다. 그리고 여관 주인 앞에 놓았다. 

“이 사람을 오늘 치료해 주고 3일 정도 묶게 하는데 이 정도의 가격이면 충분하죠?” 여 관중인은 돈을 본 다음에 다시 그의 얼굴을 보았다.

“뭐…. 이런 것은 아니지만….. 이 사람이 누군 줄 알고 데리고…..”

“죽어가는 사람이죠.” 그는 수건을 다시 여관 주인에게 주었고 여관 주인은 따뜻한 물에 담가서 다시 건네주었다. 이번에는 정강이 부분에 있는 피딱지를 천천히 닦아 주었다.

“거기에 있는 포도주를 주시겠습니까?” 그는 여관 주인에게 자신의 배낭을 가리켰다. 여관 주인은 은으로 만든 진귀한 술병을 들어서 맞냐고 흔들어 보였다. 그는 술병의 마게를 열어서 찢어진 정강이 부분에 포도주를 부어 주었다. 포도주는 흐르면서 이불을 적시었고 그 달콤한 향기는 여관 2층의 작은 구석방의 공기를 가득 채웠다. 그 냄새를 타고 들어온 것은 햇빛이었다. 지금까지 비가 내려서 어둠 침침했지만 하늘은 게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햇빛은 작은 창문을 타고 들어와 누워있는 사람의 발에서 시작해서 어깨까지 번져갔다. 여관 주인은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이 아주 느리지만 정성의 동작으로 상처를 닦아 주는 모습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저기 앞에 있는 기름병도 주시겠습니까?” 여관 주인은 고개를 돌려서 그의 가방에 있는 금박과 여러 색깔로 무늬를 만든 작은 병을 보았다. 여관 주인은 그 병을 건네주면서 포도주병을 다시 받았다. 향긋한 포도주 냄새가 여관 주인의 코끝을 자극했다. 여관 주인은 단숨에 자기가 들고 있는 포도주가 최고의 지금까지 맡아보지 못했던 최고의 포도주임을 알았다. 어쩌면 이 포도주 냄새는 예전에 가나안 혼인잔치에서 예수라는 분이 물로 포도주를 만들었다고 하인들이 법석을 떨면서 가져왔던 그 포도주의 냄새와도 비슷한 것 같았다. 여관 주인은 술병을 막지 않고 들고 있었다. 그의 입에는 침이 고였다.

“한 모금 드셔 보세요.” 술병을 들고 있는 여관 주인에게 그는 말했다. 그는 기름병으로 정강이의 찢어진 곳을 바른 다음에 헝겊으로 감싸주면서 여관 주인을 보고 한번 마셔보라는 눈짓을 하였다. 

“냄새가 좋습니다. 하하” 여관 주인은 어색한 표정을 하면서 술병을 입에 대어 물을 마시듯 입에 크게 한 모금을 담았다.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포도주 맛이었다. 여관 주인은 고개를 끄떡이면서 아까까지는 전혀 볼 수 없었던 환한 웃음으로 상처를 감싸는 그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

“최고군요.”

“구레네에서 최고는 세계에서 최고죠.”

“예? 이 포주도가 구레네 포도주라고요, 이 귀한 것을” 이 귀한 것을 먹다니 고맙다는 말이 아니라 그것을 상처에 붓는 그를 보면서 또 한 번 놀란 것이다. 다시 그는 여관 주인의 손에 있는 포도주병을 가져와서 다른 한쪽의 정강이 상처에 부으려고 했다.

“저기요…” 여관 주인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예?”

“음….. 저의 집에 좋은 포도주가 있는데…. 그것도 가져올까요?”

“아니요, 이거면 충분할 것 같은데요.” 그는 다시 정강이에 포도주를 부으려고 하자 여관 주인은 그의 배낭에 다른 포도주 병이 없음을 슬쩍 쳐다본 다음에 급하게 말했다.

“어,,,,,선생님, 저희 집에 술이 있는데…. 그 술로 쓰시고 그 술은 그냥 보관하시죠.”

그는 여관 주인을 본 다음에 한번 웃고 다시 술을 그의 정강이 상처에 부어 주었다.

“입에 좋은 술은 상처에도 좋습니다. 구레네 포도주가 최고죠, 입이나 상처나…. 술은 마시고 취하지만 상처는 치료를 해주죠, 나중에 제가 갖다 드리겠습니다.”

“아…. 예…..”여관 주인은 마지막까지 쏟아 버리는 포도주를 그저 쳐다보기만 했다.

“그런데 언제 의사가 옵니까?” 그는 일어나서 창문 쪽으로 갔다.

“아, 곧 올 것입니다. 저녁식사는 여기서 항상 하니깐요….. 그 친구의 의술은 믿을만합니다. 그런데 요즘 예수라는 사람이 완전히 이 동네는 휩쓸어서 대부분의 환자는 모두 예수만을 쫓아다니죠.”

“그래요?”

“난리도 아니에요, 그 예수라는 사람이 장님, 문둥병, 귀신 걸린 사람…. 일단 그가 손만 얻으면 모두 나아진다고 이스라엘 전체가 시끄럽죠, 처음 들었나요?”

“아…. 저는 구레네에서 왔습니다. 일 년에 한 번씩 예루살렘으로 와서 예배드리죠… 그런데 성전에서는 예수라는 사람에 대해서 말이 없던데.”

“그것은 바리 세파와 제사장들이 회당에서 절대로 예수라는 이름을 말하지도 말라는 공포를 했거든요.”

“무슨 문제가 있나요?”

“문제요? 뭐 그렇죠, 그쪽 친구들이야 하나님을 독점하는 사람들이니깐 사람들이 모두 예수라는 사람으로 쏠리니깐 은근히 시기하는 것이 아닙니까?”

“시기라뇨?”

“예수라는 사람이 한 번은 회당에서 제사장을 비롯해서 바리 세파와 사두개인들에게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하면서 크게 야단친 적이 있었죠, 제가 보기에 이제 갓 삼십이 넘어 보이는 친구에게 혼이 났으니 기분이 오죽 좋겠습니까? 하하하” 

“그래요? 그 예수라는 분을 한번 만나보고 싶군요.”

“어려울 것입니다. 거의 수 만 명이 그를 따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때문에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할 수 없어요. 언제까지 예루살렘에 계실 것인가요?”

“아, 저는 여기서 유월절을 보내서 다시 구레네로 갑니다. 잠시 시골에 내려가서 부모님을 만나 뵙고 가려고 합니다.”

“그래요? 가끔 예수가 성전에서 사람들을 가르친다고 하던데…. 어쩌면 그를 만날 수도 있겠군요.”

“한번 보고 싶군요, 저는 오늘 저녁에 성전에 갔다가 시골로 내려갈 것입니다. 혹시 오늘 올라가다가 예수라는 분을 보았으면 좋겠군요.” 그는 정신을 잃은 사람의 모든 상처를 깨끗하게 씻기고 기름으로 닦아 주었다. 여관 주인은 다시 근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어떻게 할 것인가요?” 여관 주인이 걱정하는 것은 한데 나리 온으로 3일 치의 숙박은 가능하지만 만약에 의식이 계속 없을 때의 비용에 대한 난감함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급해서 서로 인사도 하지 못했군요, 제 이름은 시몬입니다.” 그는 악수를 청했고 여관 주인도 엉겁결에 악수를 하면서 인사를 했다.

“저는 살 로리 암이라고 합니다.”

시몬은 일어나서 창문 쪽으로 가서 하늘을 보았다.

“곧 어두워지겠군요, 저는 성전에 올라가서 기도하고 바로 시골에 내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자기 주머니에서 두 개의 달란트를 꺼내서 여관 주인 살 로리 암에게 다가갔다. 그에게 두 개의 달란트를 주면서 말했다.

“시골에서 올 때까지 이 정도면 충분할 것입니다. 4일 안에 돌아오겠습니다. 지금은 이것이 저의 전부입니다. 혹시 이 사람이 치료를 받기 위해서 비용이 더 들었다면 제가 시골에서 올라와 나머지 비용을 지불하겠습니다.”

“그런데 저 사람은 당신 친구도 아니잖아요?” 여관 주인 살 로리 암은 건네주는 2개의 달란트를 받으면서 눈을 껌뻑이며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보았다.

“오늘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와 친구로 사귀게 될 것 같습니다. 부탁드립니다. 혹 불안하시다면 저의 나귀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여기다가 묶어 놓고 가겠습니다.”

“뭐….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만….”

“자, 저는 해가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성전에 올라가야 할 것 같습니다. 어두운 밤에는 강도가 득실거리지 않습니까?”




2.

구레네 시몬은 성전 근처까지 왔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것을 보았다. 마치 안식일 저녁처럼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수많은 제사장들과 종교학자 그리고 그들의 군인들이 여기저기 서있었다. 모두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구레네 시몬도 궁금해서 사람들이 모여있는 쪽으로 갔다. 모두가 바라보는 곳에는 젊은 청년이 서있었다. 그의 얼굴은 진지했고 주변 율법학자와 제사장의 얼굴은 무거웠다.

젊은 청년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천천히 말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예언자와 왕이 너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을 보고자 하였으나 보지 못하였고, 너희가 지금 듣고 있는 것을 듣고자 하였으나 듣지 못하였다.”

“저 사람은 누구입니까?” 구레네 시몬은 옆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나사렛에서 온 예수라는 사람이요” 시몬에게 말해 준 사람은 아주 짧게 말하고 다시 예수를 바라보았다.

예수의 건너편에 의자에 앉아 있는 율법 교사가 일어나서, 예수에게 말하였다. 

“선생님, 내가 무엇을 해야 영생을 얻겠습니까?” 예수는 그에게 말씀하였다. 

“율법에 무엇이라고 기록하였으며, 당신은 그것을 어떻게 읽고 있습니까?"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여라' 하였고, 또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하였습니다.” 율법학자는 자신이 정답을 말한 것에 대해서 의기양양했다.

예수는 그를 바라본 후에 천천히 말했다. 

“당신의 말이 옳습니다. 그대로 행하십시오. 그렇게 하면 살 것입니다.”

율법 교사는 자신이 묻고 말한 대답에 대해서 모두들 고개를 끄떡이자 의기양양해졌다. 

율법 교사는 자기를 옳게 보이고 싶어서 예수께 다시 말하였다. 

“그러면, 내 이웃이 누구입니까?” 

예수의 주변에 있는 사람은 다시 예수를 쳐다보았다. 예수는 질문을 받고 자신을 둘러싼 군중들을 둘러보았다. 그 눈은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빠르게 돌아갔다. 예수의 눈이 머문 곳은 바로 구레네 시몬의 눈이었다. 시몬은 깜짝 놀라서 예수가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잠시 자신의 주변을 쳐다보았다. 구레네 시몬이 다시 예수를 보았을 때 예수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예수는 구레네 시몬에게 아주 짧은 미소를 보이면서 웃어 주었다. 그 미소는 아주 짧았지만 구레네 시몬의 심장은 고동치게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심장의 울림으로 인해서 구레네 시몬도 당황했다.

예수는 자신에게 질문했던 율법 교사를 쳐다보았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들을 만났습니다. 강도들이 그 옷을 벗기고 때려서, 거의 죽게 된 채로 내버려 두고 갔습니다. 마침 어떤 제사장이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 사람을 보고 피하여 지나갔고, 레위 사람도 그곳에 이르러 그 사람을 보고, 피하여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마리아 사람은 길을 가다가, 그 사람이 있는 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 가까이 가서, 그 상처에 올리브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에, 자기 짐승에 태워서,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주었습니다. 다음 날, 그는 두 데나리온을 꺼내어서, 여관 주인에게 주고, 말하기를 '이 사람을 돌보아주십시오. 비용이 더 들면, 내가 돌아오는 길에 갚겠습니다' 하였습니다. 당신은 이 세 사람 가운데서 누가 강도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율법 교사의 대답은 길었다. 그는 무엇인가를 생각하였다. 그것은 오늘 새벽에 있었던 자신의 일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

예수는 다시 구레네 시몬을 보았다. 그리고 율법 교사를 보면서 그에게 말하였다. 

“가서, 당신도 이와 같이 하십시오.”

구레네 시몬도 놀랐다. 그것은 자신의 행한 일을 예수가 말했기 때문이다. 더욱 놀란 것은 자신이 그토록 숨기고 있던 사마리아 사람이라는 것을 예수가 자신의 비유를 들면서 말했기 때문이었다.





3.

구레네 시몬은 여관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너무나 조용했다. 아니 사람이 거의 없었다. 

“계세요? 아무도 안 계세요?” 구레네 시몬이 불렀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깐 시골에서 올라오면서 지금까지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이상해서 다시 눈을 들어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여관뿐만 아니라 마을의 사람은 거의 없어 보였다.

“유월절이라서 모두 성전에 올라갔나? 그런데 유월절이 오늘인가? 아닌데…. 모두 어디 간 거야?” 구레네 시몬은 자신이 데리고 왔던 강도 만난 사람을 찾으려고 왔는데 그 여관에는 아무도 없었다.

“저….. 누구시죠?” 누군가 뒤에서 구레네 시몬을 불었다.

“아, 계시는군요? 여관 주인은 어디 가셨습니까?”

“아, 여관 주인이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구경하러 골고다 동산에 올라간 것 같은데요.”

“예? 무슨 구경이요?”

“예수가 오늘 처형되잖아요?”

“예? 예수가 누구죠?”

“아, 이 고향 사람이 아닌가요?”

“아, 저는 구레네에서 온 사람입니다. 여기에서 유월절을 보내려고 왔습니다. 그런데 예수라는 사람이…. 가만있어보자.. 혹시?”

“그런데 혹시 구레네 사람 시몬이라는 분입니까?” 이번에는 시몬에게 말 시킨 사람이 얼굴에 환한 미소를 머금고 이야기를 했다.

“예! 어떻게 제 이름을 알고 계시죠?”

“아,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를 살려주신 분을 드디어 만났군요. 제가 바로 당신이 구해준 사람입니다. 이름은 라엘라스라고 합니다. 아, 감사합니다. 하나님, 당신은 나의 생명의 은인입니다.”

“어, 그렇군요, 이제 보니 그 사람이 맞군요, 얼굴이 달라 보여서 누군지 몰랐습니다. 상처는 어떻습니까? 괜찮아요?”

“저야, 보신 것처럼 완전히 다 나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이렇게 건강한 모습을 보니 너무나 기쁘군요, 악화된 것은 없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저는 시몬 님의 도움으로 이 여관에서 완전히 치료가 되었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제가 여기에 있는 것을 알아가지고 완전히 저는 완쾌되었습니다.”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그런데 3일 정도 늦었군요.”

“예, 시골에서 부모님이 좀 편찮아서…. 지금은 완쾌하였습니다.”

“저도 4일 동안 기다렸습니다. 오신 날짜에 오지 않아서 걱정을 했죠, 꼭 얼굴을 뵙고 떠나려고 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아침 저의 기도가 응답이 되었군요.”

“어, 문제가 있었나요? 여관 주인에게……”

“알고 있습니다. 모든 경비를 다 지불하셨더군요, 그것을 갚으려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라엘라스는 시몬과 잡은 손은 계속 흔들고 있었다.

“아, 꼭 그럴 필요는 없는데…. 그런 것을 바라고 하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다리고 싶었습니다. 저희 종들도 여기에 와있습니다. 저희는 당신이 오면 큰 잔치를 하려고 이 여관뿐만 아니라 건너편 여관도 모두 잡아 놓고 있습니다. 당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 이것… 좀 부담스럽군요….”

라엘라스는 이제야 시몬의 손을 풀어 주었다.

“자, 시장하시죠? 짐을 풀고 ….”

“주인님, 주인님, 저기 지나갑니다…. 예수라는 자가 저기 지나갑니다.” 라엘라스의 종은 허겁지겁 들어오면서 말했다.

“어디로 가느냐?”

“건너편 길로 지나갈 것입니다. 나와 보세요.”

“아… 이제 기억납니다, 예수라는 사람은……선지라라고 말하는 그분을 말하는 것인가요?”

시몬은 라엘라스를 쳐다보았다.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라엘라스는 종이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렇군요, 저는 그를 만나 본 적이 있죠….”

“그래요? 그를 잘 아시나요?” 라엘라스는 물었다.

“아니요, 그가 나를 잘 아는 것 같더군요, 잠시 좀 보고 오겠습니다.”




4.

예수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소리를 따라서 앞쪽으로 찾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시몬은 예수가 가까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채찍 소리와 함께 여인들의 울음소리가 범벅이 되어서 나왔기 때문이었다. 

<저 사람이 예수인가?> 구레네 시몬은 십자가를 들고 가는 사람을 분간할 수 없었다. 얼굴이 피범벅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성전에 만났던 예수인지는 얼굴로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는 예수의 눈을 따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땅만 보고 있었던 예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구레네 시몬을 쳐다보았다. 아주 천천히 쳐다보았다. 그들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숨이 멎는 듯한 감정에 의해서 구레네 시몬은 고개를 돌리려고 했지만 그의 몸은 이미 예수 쪽으로 가고 있었다. 예수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어떤 죄를 지어서 이토록 처참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구레네 시몬은 예수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이봐, 너!” 로마 병사는 채찍으로 구레네 시몬을 지목했다.

“예?”

“너, 뭐야?”

“아니, 그게 아니라 이 사람이 무슨 죄를 지었나요?”

“뭐야? 너 누구야?” 로마 병사는 흥분되어 있었다. 그냥 단순히 흥분이 아니었다. 이것은 피의 축제를 향하는 그 어떤 이교도들의 축제 속에서 광기의 눈에서 보는 그런 축제였다.

“저 사람이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구레네 시몬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그저 예수의 눈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이 작자가 불쌍하면 네가 대신 십자가를 지면 되잖아! 그래 시간도 없으니 네가 지도록 해.”

“예? 저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요.”

“그래? 지금 너는 이 작자를 동정했으니 잘못한 거야, 자, 십자가를 들어!”

예수는 고개를 흔들면서 다시 십자가를 들고일어나려고 했다. 구레네 시몬에게 짐을 지우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십자가의 무게로 인해서 예수는 다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구레네 시몬에 윽박지르던 로마 병사의 채찍은 다시 공중으로 올라가면서 쒝하는 소리와 함께 예수의 어깨를 쳐 내렸다. 다시 예수는 쓰러졌다.

“이 더러운 유대인, 일어나! 빨리 일어나!” 다시 한번 로마 병사의 책 찍은 공중으로 올라가면서 내려오려고 할 때 구레네 시몬은 소리쳤다.

“그만해요! 이제 그만해요, 제가 들어주면 될 거 아니에요!” 너무나 큰 소리이고 간절했기에 순간 모든 사람은 구레네 시몬을 바라보았다. 그도 자신의 큰 소리에 놀라서 주변을 바라보았다. 이제 모든 사람의 눈은 예수가 아니라 구레네 시몬을 바라보았다. 구레네 시몬은 에수를 바라보았다. 예수는 눈을 감았다. 이 땅에 오셔서 단 한 번도 권위와 권세의 사람들의 눈을 피하지 않았던 예수, 보이지 않은 장님의 눈을 바라보면서 그를 구원하였던 예수, 수만 명의 사람들의 눈을 모두 보면서 그들의 마음을 알았던 예수. 그 예수의 눈은 구레네 시몬의 눈을 피하여 땅을 바라보았다. 

“제가 중심을 잡아 드리겠습니다.” 구레네 시몬은 십자가를 자기 오른편에 어깨로 걸매 메었다. 그제야 예수는 서서히 고개를 들어서 구레네 시몬을 바라보았다. 구레네 시몬은 겸연쩍은 얼굴로 웃어 보이면서 말했다.

“이제 십자가에 약간 기대어 걷도록 해보세요, 너무 많이 피 흘렸어요… 이러다가는…” 시몬은 말을 멈추었다. 이러다가는 가다가 죽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올 뻔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렇게 골고다까지 가다가 죽는 것이 십자가에 달려서 죽는 것이 더욱 편한 하늘의 축복이기에 구레네 시몬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십자가는 예상대로 무거웠다. 구레네 시몬은 십자가를 들어 올리기 위해서 전심을 다해서 올려보았다. 십자가를 들어 올릴 때 옆에 있던 예수는 누군가 던지는 돌에 맞아서 다시 쓰러지려고 했다. 그러자 로마 병사는 다시 채찍을 들어 올리면서 예수를 내리치려고 했다. 구레네 시몬은 쓰러지는 예수를 잡으려고 했지만 십자가를 들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예수가 땅에 곤두박질하는 동시에 채찍은 쒸익 소리를 내면서 구레네 시몬의 귀가에 뱀과 같은 소리를 내면서 예수의 등을 후려치었다.

“읍” 예수의 비명이었다. 큰 고통에 비해서 아주 작은 비명이기에 예수의 얼굴을 더욱 엉망으로 일그러졌다. 

“잠깐만요! 이렇게 자꾸 때리면 언제 갑니까? 그만하세요! 나리, 제발 부탁입니다.” 구레네 시몬의 큰 소리로 인해서 다시 로마 병사는 두 번째 내리치려는 채찍을 멈추었다.

“너는 빨리 움직여” 로마 병사는 예수의 팔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예수는 다시 구레네 시몬을 쳐다보았다.

예수는 다시 십자가 쪽으로 다가왔고 구레네 시몬이 잡고 있는 왼편의 십자가로 가서 어깨로 그 십자가를 올려 메었다.

“시몬아, 미안하구나.” 예수는 시몬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예수, 시몬은 너무나 놀라서 예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예수는 다시 하늘을 쳐다보고 십자가에 힘을 실어서 십자가를 움직였다.


구레네 시몬은 십자가를 들면서 예수를 바라보았다.

“저의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 이들은… 자신들이 …. 무엇을.. 하고 있는…. 지….. 모르고 있습니다….. 저들을…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아버지.. 베드로에게 … 용기를… 주시고…. 그리고… 요한에게는 …. 절제의 영을 … 더하여…”

예수는 한 걸음씩 발을 옮기면서 한 문장씩 기도를 하고 있었다. 


골고다가 보일 때쯤 구레네 시몬은 예수를 바라보았다. 예수는 지금까지 땅을 바라보면서 걸어오다가 그때서야 앞을 바라보면서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다시 예수는 십자가를 고쳐 메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저…이런 말을 해서 죄송하지만…. 이제 곧 십자가에 달립니다. 잠깐 여기서 저에게 십자가를 넘겨주시고 쉬는 것이…..” 구레네 시몬은 이번에도 다음 말을 하지 못했다. 죽으러 가는 사람에게 쉼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저… 제 말은 그게 아니고….” 구레네 시몬은 할 말이 없었다. 어떤 위로도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예수의 발걸음은 빨라지기 시작했다.


<기도하면서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는 과연 어떤 죄를 지었을까?>

<분명 저번에 성전에서 나와 처음 만났을 때 나의 눈을 보면서 내가 구해준 사람에 대해서 마치 나의 일을 어디서 본 것처럼 자세하게 율법학자들과 제사장에게 말하지 않았던가? 우연인가!>

<집에 가서 사형수의 십자가를 들어주었다면 아내가 황당하다고 말하겠지, 이것은 비밀로 해야겠군>

<이분은 전혀 강도 같아 보이지 않는데…..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을까?>


골고다에 도달하자 기다리고 있었던 로마 병사 중 하나가 갑자기 채찍을 들어서 예수를 내리쳤다. 그가 쓰러지면서 구레네 시몬도 넘어질 뻔했다. 

“야, 여기다가 내려놔!” 

구레네 시몬은 주변에 제사장들의 군인과 로마 군인들 그리고 제사장들이 있기에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그는 십자가를 골고다 언덕 가운데 내려놓았다. 그러자 로마 군인 두 명은 예수로 다가가 채찍으로 두 번 내리친 다음에 그의 팔을 잡고 십자가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왔다. 그들의 팔에 끌려 오면서 예수는 고개를 돌려서 구레네 시몬을 뒤돌아 바라보았다. 예수는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그냥 질질 끌려갔다.


“내가 미쳤지, 저런 사람을 내가 믿고 3개월 동안 따라다녔는데….” 구레네 시몬의 뒤편에서 어떤 남자가 침을 땅에 뱉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수많은 사람을 고쳤잖아.” 그 옆 사람의 말 같았다.

“결국 자신의 목숨도 지키지 못할 사람을 우리가 어떻게 믿어?”

“그런데 죽을 만한 죄는 아니었는데.”

“자기가 성전을 헐면 3일 만에 세우겠다고 해서… 성전 모독 죄지, 아마”

“그런데 죄인이 장님이나 문둥병도 고칠 수 있나?”

“고친 척할 수 있지.”

“그건 아니야, 저번에 평생 장님이었던 그 바디메오라는 친구도 나았잖아. 저기.. 저기에 그 친구가 있잖아.”

“하여간 너무 잘난 척을 했어, 제사장들에게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했으니 말이야.”

“그래, 저번에는 성전에 있는 비둘기 장사들을 내몰았지, 대제사장들의 돈줄을 완전히 말라버리게 했지.”

“그래, 그들에 눈에는 완전히 가시였지.”

“그렇다고 십자가에 달리게 할 정도는 아닌데….”

“말조심해, 지금 사방이 귀야.” 그들은 속삭이면서 말했지만 구레네 시몬은 똑똑히 들었다.

구레네 시몬은 다시 예수를 쳐다보았다. 이번에는 채찍이 아니라 망치가 하늘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예수의 손에 내리쳤다.



5)

“아니, 이것이 어찌 된 일입니까?” 구레네 시몬이 도와주었던 사람이 여관 문밖에 나와서 구레네가 걸어오는 것을 보고 달려갔다. 그러나 그의 온몸에는 피투성이었다.

“다치셨나요? 아니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했습니까?” 그는 놀라서 구레네 시몬을 부추겼지만 구레네 시몬은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다치지 않았습니다. 그냥…..”

“예?” 삽시간에 종으로 보이는 사람으로 사람들이 구레네 시몬을 에워쌌다.

“아닙니다. 잠깐 누구를 도와주었습니다.”

“누구를…”

구레네 시몬은 골고다 쪽을 바라보았다. 십자가 3개가 보였다.

“저기에…. 달려 있는 예수라는 분이죠.”





구레네 시몬은 북아프리카 구레네(현재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서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에 온 디아스포라 시몬이었다고 한다. 그는 누구일까? 아니 어떤 사람이었을까? 

가장 재수 없는 사람이었을까? 어쩌면 그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동산까지 올라가서 어깨에 메었던 십자가를 내팽겨 치고 침을 땅에 뱉으면서 집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순한고 순한 사람이었을까? 그래서 로마 군인이 자신을 잡아서 십자가를 지우려고 할 때 우물쭈물하면서 어쩔 수 없이 짊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었을까? 혹시 천사가 아닐까?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는 예수님의 모습을 상상하다가 갑자기 구레네 시몬이라는 사람에게 눈길이 갔던 것은 내가 어떤 착한 사람을 만난 후에 일이었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 구레네 시몬이라는 사람은 그저 호기심은 갔지만 깊은 묵상까지 나를 초대했던 사람은 아니었다. 


하나님께서는 제사보다 순종이라고 말씀하시며, 인간이 하나님 앞에 나아갈 때 기쁘고 진심으로 헌신하는 마음을 받으신다. 예배 또한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자를 찾으시는 하나님이시다. 인간의 착하고 진실한 마음을 찾으시는 하나님의 성향에 비추어 볼 때 구레네 시몬은 재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을 진심으로 도와주고 약한 자를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것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십자가는 아무나 들 수 없는 하나님만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담의 타락 이후 인간의 구속을 위한 십자가 계획, 하나님께서 십자가를 들고 가는 예수님의 어깨를 위해서 순간적으로 구경꾼 중에 아무 나를 고르지 않았을 것이다. 제자를 택하지 않았고, 태어나면서부터 장님이었지만 예수님께 고침을 받았던 사람을 택하지 않았고, 예수님께 치료를 받았던 문둥병자를 택하지 않았다. 택함을 받은 사람은 구레네 사람 시몬이라는 사람이었다. 분명한 것은 그가 예수님의 십자가를 짊어지면서 로마 병사나 다른 사람에게 어떤 대항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십자가 우측과 좌측에 달렸던 사람들의 대화를 기록했던 성경 저자들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간 구레네 시몬의 불평에 대해서는 적지 않았다. 불평을 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들은 구레네 시몬을 특별한 사람 혹은 천사라고 생각한 것일까?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성경 저자들이 기록할만한 내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구레네 시몬에게 어떤 말을 했을까? 십자가에 달린 우측 사람에게 말했던 것처럼 <낙원 입장 특별사면권>을 주었을까? 아니면 그의 눈을 보면서 하나님의 예비하신 사람에 대해서 알아차리고 묵묵히 그의 일을 하게 놔두었을까? 아니면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는 구레네 시몬에 대해서 너무 미안해서 축복의 기도라도 했을까? 역시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천지 창조 이후에 가장 괴로웠던 그리고 가장 끔찍했던 십자가의 행렬 중에 일어났던 사건 중 구레네 사람의 사역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그 비밀이 봉인되어 있다. 분명 하나님이 사람을 의지했던, 사람의 힘을 도움을 받았던 그 사건은 성경을 통틀어서 딱 한번 나온 일이다. 하나님이 사람의 힘을 의지하다. 


지금까지 나는 비전을 외치는 사람보다는 착하고 순전하게 외치는 비전을 묵묵히 이루는 사람들이 더 위대하다는 것을 보아왔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가 보기에는 제일 작은 자가 가장 큰 자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구레네 사람 시몬은 그 당시 지구에서 가장 착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서 찾은 것이 아니라 구레네에서 시몬을 불렀던 것 같다. 구레네 시몬은 죄인의 십자가를 어떻게 들었을까? 그냥 어깨에 걸친 시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마도 온 힘을 다해서 십자가를 들어주었을 것이다.

구레네 사람 시몬, 죄인의 십자가였지만 기꺼이 온 힘을 다해서 들어주었던 그가 예수님을 믿었는지는 모른다. 사도행전에 그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백 부장 고넬료의 경우를 본다면 분명 그에게 예수님은 다시 찾아갔으리라 생각된다. 그는 나머지의 인생을 어떻게 살았을까? 무엇을 하면서 살았을까? 그러나 내 주변에 있는 구레네 사람 시몬과 같은 사람을 보고 추측한다면 빛도 없이 그리고 이름도 없이 묵묵히 남을 도우면서 살아갔으리라 본다.

주님이 보는 사람과 행복의 기준은 분명 우리와 다르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배부를 것임이요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라

나를 인하여 너희를 욕하고 핍박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나는 심령이 가난한가? 나는 애통하고 있는가? 나는 온유한가? 나는 이에 주려있는가? 나는 긍휼히 여겨본 적이 있는가? 나는 마음이 청결한가? 나는 화평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의를 위해서 핍박을 받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예수님 때문에 누군가에게 욕을 먹은 적이 있는가? 부끄럽지만 이 모든 물음에 나는 얼굴을 붉힐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번쩍 번쩍이는 하나님의 사역을 하기 원한다. 내게 능력 주시면 능치 못함이 없다는 믿음으로 수식어는 세계 최고를 달고 멋진 사역을 하다가 그분에게 가서 멋진 면류관을 받고 싶어 한다. 일단 나부터 그렇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역 중에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들어주는 사역도 있다. 이름도 없다. 그냥 망원동에 살고 있는 형제가 그 사람의 정체성이다. 그런 사역이 있다면 나는 과연 어떨까? 나의 성향과 신앙 수준으로 미루어 볼 때 나는 분명 자격미달이라고 생각한다. 드러내기 좋아하고 칭찬과 인정받기 좋아하는 나에게 망원동 형제 정도의 삶은 아마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분명 아직도 구원의 역사가 시작되는 이 지구상에는 수많은 구레네 사람 시몬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구레네 사람 시몬도 비슷하다. 그는 누군가와 다투지 않는다. 왜만 하면 다투는 사람의 원하는 것을 준다. 그는 높은 비전도 없다. 자신의 일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면 모든 일에 하나님의 도움을 구한다. 그는 겸손하다.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못한 사람일지라도 그는 그들을 자신보다 최고로 섬긴다.


이사를 할 때 가장 큰 짐을 지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거기에 있고, 어려운 사람이 생기면 먼저 그를 돕고….. 나는 그의 움직임을 보고 난 뒤에서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직급으로 나이로 그리고 믿음을 결단한 시간면에서 내가 선배일지라도 그와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은 왜일까? 나는 비전을 꿈꾸지만 그는 사람을 돌보고, 나는 큰 소리로 기도하지만 그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돕고, 나는 높은 사람을 만나지만 그는 예수님이 찾는 사람을 주님과 같이 찾는다.


두 명의 사람이 십자가를 들고 지나가고 있다. 자세히 보니깐 한 사람은 바로 나고 또 한 사람은 예수님이었다. 예수님은 나의 십자가를 들어주는 것일까? 내가 예수님의 십자가를 들어주는 것일까? 양심의 소리는 예수님은 나의 십자가를 들어주고 있다고 나에게 탄식을 하고 있다. 나의 욕심, 야망, 탐심, 분노, 교만, 음란, 상처…. 구체적으로 열거하기에는 부끄럽지만 다행히도 나는 교묘히 이런 단어를 열거하면서 그 단어 뒤에 또 숨어 버리고 있다. 어찌 되었든 나의 이런 구질구질 거리는 십자가를 예수님은 들어주고 있다. 나는 언제 예수님의 십자가를 들어 볼 수 있을까? 아마 이런 의문도 또 다른 사역의 비전의 연장선에 있는 나의 욕심일 것이다.

구레네 사람, 시몬. 주님은 나에게 비전을 묻기 전에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너는 망원동 사람, 시몬으로 살 수 있나?”

“예? 주님, 어떤 사역을 하는 것인가요?”

“어떤 사역이 아니라 망원동 사람 시몬으로 살 수 있냐?”

“그러면 무엇을 합니까?”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망원동 사람 시몬으로 나를 위해서 살 수 있냐는 말이다.”

“음……주님을 위해서 사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좀….”

나는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기를 바라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내가 누구인지를 내가 정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구레네 시몬을 구경하는 사람일지 모른다. 아직도 나는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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