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장을 발견하는 시장 조사력, 창업력(15)
시장조사는 3인칭에서 1인칭으로
스마트폰이라고 불리는 아이폰과 갤럭시 S가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이 두 개의 전화기가 말하는 ‘스마트’를 기계적 차이 差異로 느끼고 또 어떤 사람은 문화적 차원 次元으로 느낀다. 어떤 사람에게는 라미 LAMY라는 보급형 만년필은 5만 원도 안 되는 값싼 만년필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모든 컬러를 모아야 하는 수집 품목 중 하나다. 사람에 따라서 브랜드를 가격과 품질로 구분되는 ‘차이’로 인식하거나, 의미와 가치로 구분되는 ‘차원’으로 판단한다.
시장조사를 통해 느끼고 배워야 할 것은 어떻게 남과 다른 나만의 ‘차이’를 활용해서 ‘차원’ 이 다른 브랜드를 만들 것인가다. 생각의 차이는 품질의 차이를 만들고, 생각의 차원은 브랜드의 품격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상품의 품질과 브랜드의 품격은 범접할 수 없는 디자인과 디테일로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따라서 시장조사를 하면서 별것 아닌 것에 이상하리만큼 디테일을 추구하는 브랜드는 관심의 대상이 아닐지라도 모두 학습의 대상이다.
시장조사를 하면서 항상 의식적으로 브랜드 간의 미묘한 차이와 현격한 차원을 간파하려고 훈련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시장조사의 관점만 바꾸더라도 브랜드의 차이와 차원을 구분할 수 있다. 샐러리맨과 창업자, 학생과 창업자 그리고 주부와 창업자. 이처럼 자신을 예전 사람과 다른 사람으로 분리하는 시점 時點 에서 관점이 바뀐다. 시점 時點이 바뀌는 순간 소비자가 아니라 창조자의 눈을 가지게 되어 창업의 시점 視點을 가질 수 있다.
시점視點은 문학 용어로써 서술의 초점으로 이야기를 구성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어떤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 갈 것인가에 따라서 1인칭 주인공 시점, 1인칭 관찰자 시점, 전지적 시점 그리고 작가 관찰자 시점으로 나뉠 수 있다. 즉 시점에 따라서 이야기는 입체적으로 변하고, 당신을 사건에 밀어 넣기도 하며, 관음증을 유발하고 감정이입도 시킬 수 있다. 시장을 어떻게 볼 것 인가, 그리고 어떤 것을 볼 것인가는 숙련된 마케터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상상하지 못했고 기대하지 못했던 것을 만나기 위해서는 마케팅 관점만으로는 안 된다. 시장조사에서 ‘차원 次元 과 시점 視點 ’으로 바뀐 것은 앞서 말했듯이 ‘일상에서 놀라움’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창업한다면 시장조사를 할 때처럼 소비자 관점이던 3인칭 시점을 버려야 한다. 1인칭 시점으로 바뀌어야 한다. 1인칭 시점의 감정이입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다음 주에 창업할 예비 창업자라고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시장조사를 하다 넋 놓고 아이쇼핑으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기업에서 브랜드를 론칭할 때 가상의 소비자를 만들거나 매장을 만드는 ‘시나리오 론칭’이라는 것이 있다.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온 이유, 소비자가 감동한 것, 소비자가 이상하게 생각해서 물어보았던 질문을 비롯한 가상의 소비자와 가상의 매장에서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났는지를 3인칭 관점에서 쓰는 일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 익숙한 실생활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객관적인 시장 상황을 조망할 수 있다.
창업자가 소설가는 아니지만, 소설가의 시점 視點을 가지고 마음속에 등장인물을 만들어 글을 써보면 자기 안에 상당히 많은 인격이 숨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다양한 인격을 통해서 자신의 창업에 관한 색다른 시점時點을 가질 수 있다.
오후 5시에 밤 호두 식빵을 만들 모든 재료가 떨어졌다. 권민은 당황했다. 하지만 부산에서 임신한 아내를 위해 서울로 급히 올라왔다는 예비 아빠를 위해 재료를 사기로 하고 그와 같이 시장을 보러 갔다. 김민철은 서울에서 결혼한 후 인사이동 발령을 받아 부산에서 일하고 있는 29세의 젊은 친구다. 김민철은 원래 권민이 운영하는 빵집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친구인 데 이 빵집에서 손님과 만나 결혼까지 했다. 유독 밤 호두 식빵을 좋아하는 부인을 위해 늘 권민에게 특별히 부탁하였고 결국에는 결혼에 성공한 것이다.
(소설가 시점의 시장조사는 이런 식으로 자기가 창업하는 브랜드에 관한 에피소드를 상상으로 만들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이렇게 론칭할 매장을 소설로 써보는 또 다른 이유는 함께 일할 사람들에게 브랜드의 콘셉트와 목적을 ‘단어’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으로 전달해서 오래 기억되고 공감을 만들기 위함이다. 브랜드 월(wall)과 브랜드 박스(box)의 자료를 통해서 매장의 간판은 왜 초록색으로 정했는지, 왜 빵은 모두 9가지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왜 손님들과 함께 매월 한 번씩 자원봉사를 나가는지에 관해 창업 소설을 써보면 머릿속에서 미래의 브랜드 모습이 개연성 있게 구축될 것이다. 참고로 이런 작업은 특이한 것이 아니라 기업에서 브랜드를 론칭할 때 일상적으로 하는 예상 소비자 시나리오 구축법으로서, 자신들이 론칭할 브랜드와 소비자에 대해서 교감과 공감을 현실감 있게 입체화시키는 일련의 작업이다.
모든 제품에는 이야기가 있다. 시장조사를 하면서 자신이 들러 본 매장에서 특이하고, 맛있고, 재미있는 것이 있으면 모두 물어보아야 한다. 그 상품이 거기에 왜 존재하고 있는지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시장조사를 한다고 해서 사진 찍고 정보를 모으고 레시피를 구하는 것으로는 차원이 다른 브랜드를 만들지 못한다. 그런 것은 그저 우리 몸의 신경 세포만이 느끼는 작은 차이만 만들뿐이다.
앞에서 짧게 소개한 가상의 브랜드 시나리오를 읽어 보면 가상의 매장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다. 빵의 냄새와 주인의 얼굴 그리고 그가 가져가게 될 밤 호두 식빵의 크기와 포장지도 상상할 수 있다. 아직 존재하지 않은 것이지만 독창성을 가지고 그려본 브랜드 가상 시나리오는 평범한 빵을 우리에게 의미 있는 특별함으로 만들 수 있다. 시장조사는 앞으로 창업하게 될 당신의 매장을 상상하기 위한 재료일 뿐이다.
이런 현상은 수천 년 전부터 논의되어 온 이야기다. 시간과 공 간을 초월한 ‘상상의 작품들’에 대한 다른 말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엔텔러키 entelechy 다. 엔텔러키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잠재성에 대한 현실성’ 혹은 ‘가능성에 대한 현실성’이다. 이 말은 철학 용어로써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단어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엔텔러키란 잠재적인 것이 실제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내재되어 있는 이론이 점점 현실화되는 현상이다.”
이 문장을 창업에 대비해서 쓰면 다음과 같다. ‘창업이란 상상하여 만든 매장과 브랜드 시나리오가 브랜드 월과 박스를 통해서 실제적으로 변화되며 나의 철학과 가치가 현실화되는 과정이다.’ 시장조사를 단지 두 눈으로 찾거나 확인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눈을 감고 없는 매장을 그려 보는 상상의 시장조사를 해보자.
상상력 예찬론자인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나는 직감과 직관, 사고 내부에서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말이나 숫자는 이것의 표현 수단에 불과하다.” 새로움을 찾고자 한다면 상상력으로 발견하고 창작해야 한다. 여기서 브랜드의 영혼이 생긴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자신이 미래에 창업할 매장과 손님을 먼저 만나 보자. 그리고 그들이 불평하는 이야기와 요구들을 들어 보자. 아마도 시장조사를 할 때 예전과 또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될 것이다.(계속)
1 창업이란 무엇인가
2 창업과 동시에 가져야 될 명성, 브랜드
3 아버지학교, 창업자 학교
4 창업의 시작과 완성은 휴먼브랜드
1 창업을 여는 시장조사
2 나를 찾는 시장조사
3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찾고, 새로운 것에서 익숙한 것을 찾는다 : 여기를 읽고 있습니다.
4 시장조사 순례기
5 매장 탐험기
6 보이는 것 과보이지 않는 것
1 찾는 지식과 쌓는 지혜
2 브랜드보다 더 큰 인물 되기
3 친구와 동업하기, 동업해서 친구 되기
4 정신을 소유한 아이디어, 전략
5 창업의 힘
위의 내용은 [아내가 창업을 한다]에서 발췌 및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