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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예수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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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Dec 08. 2018

십자가에 오른쪽에 달린 사람

어떻게 그는 예수님이 그리스도인지 알았을까?



1.

“이것 봐 간수 양반, 조금 있으면 우리는 죽게 된다고 물이라도 실컷 먹게 해 줘” 


건너편에 앉은 죄수가 아까부터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유월절이 끝나고 사형이 집행되어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사형이 집행되었기 때문이다. 더욱 그를 화나게 하는 것은 먼저 죽을 사형수가 있었는데 그에게 어떤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특별사면으로 목숨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바라바 그 자식은 나보다 더 못된 놈인데, 그 녀석은 5명이나 사람을 죽였다고 그런데 왜 그 녀석은 살게 되었냐고, 정말 재수 없네… 이것 봐 죽는 사람인데 물 좀 주라고, 목말라서 먼저 죽겠다!”


젊은 간수가 벽에 걸려 있는 그에게 칼의 손잡이로 가슴을 후려쳤다.

“조용히 해, 여기서 죽기 전에”

가슴을 심하게 맞은 그 죄수는 컥컥거리면서 숨을 내 몰아 쉬더니 잠잠해졌다.

바라바의 사면과 더불어 사형이 집행으로 감옥은 완전히 발칵 뒤집어지고 말았다. 바로 이 모든 일은 어제 새벽에 붙들린 예수라는 갈릴리 사람 때문이라고 간수가 말했다. 그로 인해서 나는 오늘 좀 더 빨리 죽게 되었던 것이다. 어쩌면 십자가형이 아니라 단두대로서 간단히 죽을 수도 있었지만 그 갈릴리 사람 예수로 인해서 십자형을 당하게 된 것이다. 나는 처음에 갈릴리 사람 예수라는 것을 몰랐을 때는 나의 건너편에 울부짖는 저 친구처럼 너무나 화가 났지만,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 예수라는 것을 알게 되자 묘한 호기심이 생겼다.

내가 그를 알게 된 것은 아주 오래전 일이었다. 나는 3년 전에 친구의 결혼파티에서 그를 처음으로 보았다. 내가 아직도 그를 기억하는 것은 그 사람의 주변에 나이가 더 많아 보이는 사람들이 그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연회가 거의 끝나갈 무렵 거의 취하기 직전에 술이 떨어졌었다. 우리는 신랑 친구에게 피로연의 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했다고 핀잔을 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새 술이 나왔다. 하인들은 그 술이 갈릴리 사람 예수가 물로 만든 포도주라고 난리를 떨었었다. 처음에는 하인들의 농담으로 생각했는데 모두들 흥분하는 것이 예사롭지 않아서 나는 그를 주목해서 바라보았다. 그는 떨어진 식탁에서 자신을 따르는 몇 사람과 조용히 음식을 먹고 있었다.

  내가 두 번째로 그를 본 것은 갈릴리 해변가에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였다. 사람들은 그를 선지자라고 말했지만 내가 알고 있는 바리새파 사람들은 선지자를 흉내 내는 그런 떠돌이라고 단정 했다. 그 이후 나는 로마로 돈벌이를 하러 떠났고 몇 년이 지나서 아주 먼 거리에서 그가 자의 추종자들과 함께 산에 올라가는 뒷모습을 보았다. 그 후 그의 이야기를 소문으로만 들었지 한 번도 보지 못했었다.


 “야, 갈릴리 촌놈아 너는 열 받지 않냐?”


내 앞에 묶여있는 죄인은 다시 씩씩거리면서 나에게 시비를 걸었다. 나는 대꾸하지 않았고 잠시 눈을 감았다. 감옥 건너편에 있는 뜰 안에 휙휙 거리는 채찍 소리와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갈릴리 예수인 것 같다. 일반적으로 채찍은 공중에서 휘감아 오른 상태에 있을 때 숲 속에 있는 새소리와 같은 짧지만 높은 소리를 낸다. 그러나 내가 듣고 있는 채찍은 예전에 다른 채찍인 것 같았다. 왜냐하면 소리가 너무나 둔탁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예수가 맞는 채찍은 끝에 쇠가 달린 가장 잔인한 채찍인 것 같다. 나도 저 채찍에 한번 맞은 적이 있는데 그 고통은 단어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고통을 준다. 일단 살을 파고들었다가 살점을 뜯어 내는 고통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오늘 간수들이 저 채찍을 가지고 사형 집행장으로 간다면 서둘러서 맞지 않고 올라가야 할 것 같다. 

  예수의 신음은 짧았다. 그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고 고통을 참아 내고 있었다. 간혹 아버지라는 단어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정확히 그가 무엇이라고 말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야, 촌띠기 갈릴리! 정말 저자가 메시아냐, 말 좀 해봐!” 


앞에 있는 죄수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계속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채찍 소리가 멈추었다. 채찍 소리가 멈춘 것은 곧 형이 집행될 거라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공포가 나를 휘감았다. 반면에 예수가 죽지 않았을까라는 작은 기대감이 마음에서 생겼다. 왜냐하면 그가 채찍에 맞아서 쇼크로 죽게 되었다면 형은 유월절로 연기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나는 막연하지만 그가 죽었기를 바라면서 밖의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 로마 군인들이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었다.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만’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말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가 기절한 것 같다. 

회개를 하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어느 정도로 회개해야 할지를 생각하려고 했다. 과연 나의 죄가 하나님 앞에 용서가 될 수 있을까? 나는 나의 모든 죄를 회개해야 할지 아니면 내가 죽였던 악덕 부자 상인을 죽인 것을 회개해야 할지 마음의 결정을 못했다. 몇 시간 뒤에 올 또 다른 세계에서 나는 초조했고 그리고 단지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야, 갈릴리 너 겁먹었구나, 긴장 풀라고 어차피 한번 죽는 것 아니겠어, 이 더러운 세상을 떠나 편하고 안락한 세상으로 가자고, 나는 로마 병사 한 명을 때려잡았으니 아마 천국에서 큰 상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비록 이 꼴을 하고 있지만 나는 율법 수호하는 열심 당원이란 말이야, 야! 갈릴리! 벌써 죽었냐! 내 말 들려?”


나는 천국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갑작스러운 지옥 불에 나는 어떻게 하지, 점점 통제할 수 없는 공포가 나를 엄습해왔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은 내가 속였고 힘들게 했던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었다. 그리고 변명을 하고 싶었다. 나는 생각을 할 수 없기에 내 아버지가 어렸을 때 말해주셨던 하나님의 이야기를 기억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2.

“자… 엄마 품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로마군이 벽에 걸려 있는 자물쇠를 열면서 반쯤 정신이 나간 나의 뺨을 때리면서 말했다. 기도를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딸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리고 아득히 밀려오는 과거의 기억으로 나는 빠져 있었다. 잠에 취한 듯 나는 정신을 잠깐 잃었다. 이미 나의 건너편에 걸려 있었던 친구는 소리를 질렀고 결국 몽둥이로 정신없이 맞다가 끌려나갔다.


“너도 저 친구처럼 시작할까?” 


로마 병사는 나의 뺨을 한 손으로 뭉개면서 말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냥 나가겠습니다”


너무나 눈부신 햇살이었다. 6개월 동안 보지 못했던 빛이었다. 순간 나는 눈을 뜨지 못했고 그 자리에서 주춤거렸다. 그러자 여지없이 몽둥이가 나의 뒷 통수를 내리쳤다. 그 바람에 나는 중심을 못 잡고 정면에 있는 기둥에 머리를 박았다. 머리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내려왔다. 아마도 이마와 뒷 머리가 찢어진 것 같다. 나는 피로 인해서 눈을 뜰 수 없었다. 휘청거리면서 헤매자 그들은 쇠줄로 묶인 나의 팔을 끌면서 십자가가 세워진 곳으로 끌고 갔다. 예수가 있었다. 그곳에는 이미 예수가 십자가를 들고 있었다. 그는 피범벅이가 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그를 몰라 보았지만 그는 분명 내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 젊은 예수였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많은 사람들의 눈은 예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나를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나는 그들이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기에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 옆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나의 딸, 나의 아내 그리고 나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모두 울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보자 북받쳐 오르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그들을 못 본체 하려고 급히 고개를 내렸다. 부끄러웠고 미안했다. 죄송했고 그들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주었기 때문에 그들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의 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아빠~~”


나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옆 눈으로 그들을 보았다. 어머니는 쓰러지셨고, 나의 아내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울고 있었다. 나의 딸은 나를 바라보면서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딸을 자세히 바라보려고 몸을 돌려 옆으로 일어서자 또다시 군인들의 몽둥이가 나의 뒷머리를 내리쳤다. 나는 순간 아찔하면서 쓰러져 버렸다. 손으로 땅을 짚지  못해서 다시 이마가 땅에 그대로 찢겨 나갔다. 찢어진 이마에서 피가 눈으로 쏟아져 내렸다. 

딸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보려고 했지만 피가 눈으로 흘러 들어와 앞을 보지 못했다. 나는 딸의 이름을 불러 보고 싶었지만 터져 나오는 눈물을 삼키고 있어서 말을 하지 못했다. 그저 참을 수 없는 눈물을 가슴을 삼키고 있었다. 


“자, 일어나자. 이것이 오늘 너의 침대야”


나는 로마군이 지어주는 십자가를 오른손으로 잡고 왼손으로 찢긴 이마에 흘러나온 피로 범벅이가 된 눈을 닦았다. 아내는 딸을 잡고 울고 있었고 어머니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통곡을 하고 있었다. 

채찍은 공중에서 춤을 추었고, 좀 더 여기에 머물면서 그들을 보고 싶었지만 내리꽂는 채찍의 아픔으로 인해서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수가 앞장을 서고 그다음에 내가 뒤를 따랐다. 예수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마치 서둘러 죽기 위한 사람처럼 십자가를 메고 나서기 시작했다. 나는 뒤를 돌아보면서 나의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딸을 찾아보았지만 너무나 많은 군중으로 인해서 찾기가 힘들었다. 나는 계속 울고 있었다.

  로마 군인들은 유별나게 예수에게 심하게 채찍질을 하였다. 마치 무엇에 홀린 듯한 기괴한 표정을 하면서 예수를 차고 몽둥이로 후려쳤다. 나는 그가 맞을 때 잠깐 쉬면서 나의 아내와 딸 그리고 어머니를 찾아보았다.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지만 아내와 딸은 나의 왼편에서 울면서 나를 따라왔다. 딸의 손에는 수건과 물컵이 보였다. 심한 갈증을 느꼈고 피와 땀이 범벅이가 되어서 이마가 쓰라렸다.

  예수는 너무나 많이 맞아서 일어나지 못했고, 결국 옆에 가던 어떤 사람이 그의 십자가를 지게 되었다. 예수는 일어섰고 걸었지만 너무 심하게 맞아서 제대로 걷지를 못하고 있었다. 나의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머리에 씌운 가시 면류관으로 인해서 계속 피를 흘리고 있었다. 눈은 뜨지 못하고 있었고 무엇인가를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 바로 이 사람이 내가 들었던 그 기적의 사나이인 예수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철저히 채찍과 몽둥이로 엉망이 된 그는 나와 같은 불쌍한 죄인의 얼굴이었다. 피로 범벅이가 된 그 모습에서 예전에 소문만 들었던 그 당당함과 강인한 이미지는 없었다. 예수는 내 옆에서 걷다가 쓰러지려고 했다. 나는 순간 그에게 말을 했다. 


“조심하세요” 


로마 군인은 쓰러지는 예수를 잡아채고 다시 일으켰다. 예수는 나를 보고 무슨 말을 하려는 것 같았지만 로마 군인이 그를 끌고 앞서 나가버렸다. 


3.

예수의 십자가가 먼저 세워졌다. 그다음에는 내 것이 세워졌다. 못에 박힌 팔다리가 뼈를 찢는 뜻한 통증으로 인해서 나는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이것을 지켜보는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딸에게 미안해서 소리를 지르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 고통은 참을 수가 없었다. 숨을 가다듬으면서 나는 그 고통에 익숙해지려고 이를 물면서 견디려고 했다. 자세를 조정해서 체중에 의한 찢기는 피부의 고통을 참아 보려고 노력했다. 나는 너무나 아파서 그저 울 수밖에 없었다. 이제 겨우 고통이 익숙해져서 감각이 없어질 때 눈을 떠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바로 앞에 나의 딸이 울고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쓰러진 체 누워있었다. 아내는 쓰러진 어머니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울고 있었다. 나는 딸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름을 불러보고 싶었다. 너무나 세게 물었던 이빨이어서 입을 벌려 말을 하려고 했지만 고통스러웠다. 그때 갑자기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을 느꼈다. 작년 이맘때 딸과 함께 놀러 갔던 갈릴리 호숫가에서 느꼈던 그런 바람이었다. 나는 딸을 바라보았다. 


“나라미야, 미안하다, 아빠를 용서해주어라” 


나는 분명 말은 하고 있었지만 그 말은 목으로 넘어오지 않았다. 나는 몇 번이나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말을 하려고 할 때 팔과 다리의 근육이 움직여서 고통을 더욱 심하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운데 달린 예수를 손가락질하면서 웅성거렸다. 


“야, 네가 메시아면 내려와라, 당장 내려오면 내가 믿겠다.”

“저런 자가 사람을 살리고 고쳤다고 모두 속은 것이라고 다 짜고 했던 그런 거짓말이었어”

“예수, 메시아 빨리 하나님을 불러 보라니깐”


고개를 옆으로 돌려 예수를 보았을 때, 그는 아까 내 옆에서 보았던 것처럼 무엇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기도를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음률은 시편을 외우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눈은 하늘을 향했고 계속 중얼거렸다. 예수도 팔과 다리의 찢긴 고통으로 인해서 몸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한쪽으로 몰리는 고통을 이겨보려고 했다. 나와 함께 죽어가는 저분이 과연 그리스도일까?

건너편에 있던 그 말 많은 죄수가 이번에는 예수에게 시비를 걸었다.


“이것 봐 당신이 그리스도야, 그러면 지금 우리를 구해봐, 내려가서 저들을 모두 쓸어 버리자고, 이것 봐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그리스도라면 우리를 구원하라고”


그는 아까 감옥에서 나에게 했던 것처럼 계속 빈정거렸다. 나는 갑자기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그래서 그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조용하지 못해! 너는 하나님이 두렵지도 않냐? 우리는 죽을죄를 지었지만 이 분은 아무 죄가 없는 분이란 말이야!”


나는 예수에게 또 이렇게 말을 했다.


“예수여, 당신의 나라로 가실 때 저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


그때 예수는 나에게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힘을 모아서 아주 천천히 그리고 똑똑하게 말을 해주었다. 


“내가 진실로 말하겠다. 오늘 너는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예수는 나에게 웃어 주었다. 그리고 다시 하늘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을 하고 있었다.

내 안에 아주 묘한 평안함을 느끼지 시작했다. 비록 손과 발은 고통스러웠지만 왠지 모르는 평안이 나를 감싸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예수를 바라보았고 그는 계속 기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딸을 바라보았고 딸은 계속 울고 있었다. 나는 힘을 주어서 딸에게 말을 했다.


“나라미야, 미안하다.”


내 말을 들렸는지 아내와 어머니는 나를 쳐다보았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여보 미안해, 그리고 다음 세상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을게, 사랑해” 


나는 모든 힘을 다해 외쳤다. 그러나 입 밖으로 이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들도 울었고 나도 울었다. 옆에 있는 예수도 하늘을 보고 울고 있었다.


4.

몇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의식이 잃어가는 것을 느꼈다. 한 번이라도 더 식구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눈을 뜨려고 했지만 점점 희미해진 의식으로 인해서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제 찢겨서 오는 고통은 없었다. 모든 것이 마비가 되어서 순간적으로 근육 전체가 쑤셔오는 고통이 간혹 목 주변과 허리로 몰려왔다. 내가 예수님을 바라보았을 때는 이미 그는 죽은 것 같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그의 움직임을 본 것은 그가 하늘을 향해 자신의 영혼을 아버지께 맡긴다는 이야기를 하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떨구었을 때였다.  순간 나는 갑작스러운 죽음의 공포가 밀려 들어왔다. 나의 아내와 딸 그리고 어머니는 나를 위해서 기도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애써 그들을 보지 않았다. 그들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고개를 들어 마지막으로 딸의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나는 차마 그들에게 나의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죽음의 냄새를 맡은 까마귀는 아주 가까이 날고 있었다. 나는 가슴에 몰려온 죽음의 생각을 떨치고자 내 옆에서 죽어갔던 예수가 말한 낙원을 생각했다. 그가 말했던 낙원은 어떨까? 이제 빨리 죽고 싶은 마음으로 내 마음에는 묘한 기대심으로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평온한 흥분이 몰려왔다. 만약에 낙원에 갔을 때 예수님을 만나면 어떤 말을 할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무엇보다 근육의 마비로 고통을 느끼지 못함으로 이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기도하려고 마음을 모았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것은 예수처럼 용서를 하고 싶었다. 그는 자신을 메달 때 “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해주십시오, 저 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모르고 있습니다”라고 자신을 못 박는 군인을 변호했다. 나는 십자가 세워지면서 이를 물면서 용서하시는 예수를 기억했다. 


하나님 아버지, 저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도 예수님처럼 기도를 하고 싶습니다.

먼저 부끄럽지만 하나님 아버지에게 간절히 구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렇게 죄인으로 십자가에서 죽어가는 것은 저의 죄로 인한 당연한 벌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죄인으로 죽어가면 저의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딸도 죄인처럼 살아갈 것입

니다. 결국 그들은 고향을 떠날 것이고 나그네처럼 정처 없이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것

입니다. 그들에게 은혜를 주셔서, 저의 어머니에게는 평안함과 착한 아내에게는 좋은 남편

을 주어서 새로운 삶을 살도록 그리고 딸에게는 좋은 가정을 처음부터 가질 수 있도록 은혜

를 주시기 바랍니다. 나의 간구는 이것입니다.

나와 함께 공모했지만, 나를 고발해서 결국 이렇게 나를 만든 사촌 라로엘을 용서합니다. 

아마 저라도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그를 용서해주시고 그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그

에게도 하나님의 은총이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용서할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제가 잘못을 저질렀기에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를 어렸을 때 너무나 가혹

하게 구타했던 아버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나의 아버지도 용서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옆에 있었던 저 거친 입을 가진 죄인, 저 친구도 제가 대신해서 용서

를 구하고 싶습니다. 저 사람도 솔직히 알고 보면 매우 불쌍한 사람입니다. 너무나 두려워

서 아까 예수를 욕하고 하나님을 원망했던 것입니다. 본심은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그리고 또 용서할 사람이…..


“이제 다 끝났는가?”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눈을 뜨고 말았다. 

내가 본 것은 바로 옆에 있었던 예수님이었다. 그는 내 옆에서 반가운 미소로 나를 쳐다보

면서 나를 보고 있었다. 바로 내 앞에서.


5. 십자가 위에서

누가복음 23장 32절~43절

또 다른 두 행악자도 사형을 받게 되어 예수와 함께 끌려가니라 해골이라 하는 곳에 이르러 거기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두 행악자도 그렇게 하니 하나는 우편에, 하나는 좌편에 있더라 이에 예수께서 가라사대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하시더라 저희가 그의 옷을 나눠 제비 뽑을새 백성은 서서 구경하며 관원들도 비웃어 가로되 저가 남을 구원하였으니 만일 하나님의 택하신 자 그리스도여든 자기도 구원할지어다 하고

군병들도 희롱하면서 나아와 신 포도주를 주며 가로되 네가 만일 유대인의 왕이어든 네가 너를 구원하라 하더라 그의 위에 이는 유대인의 왕이라 쓴 패가 있더라 달린 행악자 중 하나는 비방하여 가로되 네가 그리스도가 아니냐 너와 우리를 구원하라 하되 하나는 그 사람을 꾸짖어 가로되 네가 동일한 정죄를 받고서도 하나님을 두려워 아니하느냐 우리는 우리의 행한 일에 상당한 보응을 받는 것이니 이에 당연하거니와 이 사람의 행한 것은 옳지 않은 것이 없느니라 하고 가로되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생각하소서 하니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하시

니라


예수님의 왼편과 오른편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은 많았다. 세배대의 아들인 야고보와 요한은 

자신의 어머니를 통해서 주님의 옆 자리를 예약(?)하려고 했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영광의 자리에 앉으면 꼭 오른편과 왼편은 자신의 것으로 해달라고 간청을 했기에 그들의 간구로 인해서 제자들 사이에 큰 분열도 있었다. 예수님의 대답은 자신의 오른편과 왼편은 하나님께 준비하신다고 했다. 창세 이후에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린 이날은 하나님의 인간 구원 사역의 완성의 자리로서 영광과 더불어 가장 고통스러운 날이다. 하나님께서 세상에서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희생을 위해서 준비하신 사람은 바로 마땅히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 두 명이었다.

나는 그리스도인 되어서 처음 신약을 읽으면서 제자들이 예수님과 함께 달릴 줄 알았다. 모두가 아니라면 2명 정도는 함께 달릴 줄 알았다. 그러나 한 명도 달리지 않았고, 예수님과 함께 달린 사람은 사형을 받을 만한 두 명의 죄인이었다.

이들의 죄명은 무엇일까? 성경에서는 두 명의 죄인에 대해서는 정확한 이야기는 없지만 추측하건데 그들의 죄는 오른편에 죄인의 말을 미루어 분명 죽을죄였을 것이다. 


하나님이 준비하신 오른편과 왼편의 사람은 죽을죄를 지은 사람들이었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으로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죄로 죽어 가는 죄인을 구속하시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같이 죽어가는 두 명의 죄인 중에 왜 한 명은 회개하지 않았을까? 오른편에서 주님에게 구원을 요청했던 죄인은 예수님에 대해서 사전에 알고 있었을까? 죽는 날 처음 만나서 비난받는 예수님을 보면서 오른편의 죄인이 과연 예수님이 그리스도인 줄 알았을까? 주님만이 알고 있는 그때 그 상황에 대한 상상의 질문은 정확한 답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같이 죽어가는 죄인을 묵상을 하면 정확한 답이 내 안에서 생긴다


 나는 지금 오른편에 달려있는가? 왼편에 달려있는가? 


왼편에 있는 나의 태도 “예수님, 이 시련이 너무 힘들어요. 왜 이런 시련을 저에게만 주는 거죠. 그리고 주님께서 예전에 따라오려면 십자가를 지라고 하셨지, 매달리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잖아요. 예수님이 믿는 것이 이런 것이었다면 저는 나중에 믿었을 겁니다. 그리고 저 친구들은 좀 혼내주세요. 비록 예수님에게는 구원의 대상자이겠지만 지금은 저에게는 원수라고요. 예수님! 듣고 계세요? 그리고 제 죗값이 이렇게 무식한 처형을 받을 만큼 큰가요? 하나님은 너무 엄격하시고 원칙적인 분이신 것 같아요. 예수님, 지금 제 말 듣고 있는 거죠?”

오른편에 있는 나의 태도 “예수님, 죄송합니다. 문제만 일으키는 저를 혼자 두시지 않으시고 여기까지 함께 달려서 이런 수모를 저와 같이 당하시는군요. 저 때문에 이렇게 되셨는데, 솔직히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예수님, 저를 사랑하셔서 이런 고통을 당하게 해 드려서 제 마음은 너무 죄송스럽고 송구스러워서 죄송합니다. 지금 이런 상황에 드릴 말은 아니지만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정말 사랑합니다.”

그러나 왼편도 그리고 오른편도 아닌 더 심각하고 악한 나의 모습을 볼 때가 있다. 그것은 십자가 달린 예수님을 구경하는 나의 모습이다. “예수님! 힘내세요. 파이팅!”이라고 말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사람이다. “이쯤 되면 기적이 일어나야 하는데? 선교사역이 왜 불처럼 타오르지 않을까? 전도는 왜 안 되는 거야? 청년부 부흥은 언제쯤 이루어지나?” 

왼편에 있는 우리, 오른편에 있는 우리 그리고 앞에서 구경하는 우리,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자신의 영혼을 드렸던 죄인. 그가 예수님에게 드릴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영혼을 드리는 것, 손에 맡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예수님은 받으신 그 영혼에 대해서 책임지고 낙원으로 함께 갈 것이라고 약속하셨다. 결국 우리가 예수님에게 드릴 것은 우리의 영혼이 아닌가? 그것을 지금 드릴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에 드릴 것인가? 우리의 욕망과 욕심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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