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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Feb 14. 2022

휴먼브랜드(13)

휴먼브랜드 배역 연구

휴먼브랜드 세미나를 하면 어떤 분은 연기 수업 같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연기보다는 오히려 마케팅에 가깝습니다.


특정 브랜드와 상품을 연구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마케팅에서는 벤치마킹(benchmarking)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선을 넘으면 카피캣 Copycat, 모조품, 복제품이 됩니다.


벤치마킹(benchmarking)은 강물의 높낮이를 측정하기 위한 기준점인 벤치마크(benchmark)에서 나왔습니다. 측정의 기준점이라는 뜻이죠. 벤치마킹은 경쟁자를 연구해서 자신의 제품을 개량 및 혁신하여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벤치마킹이라는 이름으로 카피캣을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카피캣은 글자 그대로 새끼 고양이가 어미 고양이의 먹이 사냥을 관찰하여 사냥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죠. 

경영에서 카피 캣은 최초, 최고 그리고 1등 브랜드를 그대로 흉내 내거나 복제하는 것입니다. 똑같이 만들거나 비슷하게 만들어 싸게 팔아 이익을 취하는 것입니다. 애플이 아이폰을 만든 후에 자신을 벤치마킹하는 후발 주자를 향해 카피캣이라고 비난했죠. 어떤 브랜드건 시장 진출 혹은 시장 방어를 하기 위한 모델 브랜드가 있습니다. 벤치마크, 그러니깐 기준점이 되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휴먼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벤치마킹이냐 아니면 카피캣이냐? 당연히 휴먼브랜드가 지향하는 것은 벤치마킹입니다. 성대모사가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찾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배우가 형사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A 배우가 형사 중에 특정 최고 형사를 모방해서는 안 되죠. 드라마에서 특정한 형사 카피캣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대본에 나와 있는 형사를 표현해야 합니다. A 배우는 대본과 배역 연구를 하면서 가장 뛰어난 형사가 아니라 대본에 있는 형사가 되어야 합니다.


 휴먼브랜드가 연기수업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자신이 누군가를 흉내 내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겠죠. 휴먼브랜드는 누구를 따라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자기와 비슷한 그 누군가를 학습하면서 자신과 맞는 것과 맞지 않는 점을 구별하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서 개발하는 것이죠.


그럼 프로그램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모델 브랜드 정하기, 모델 캐릭터 정하기


시장조사를 통해 사람들은 왜 이 상품과 브랜드를 좋아할까? 싫어할까? 어떤 점이 좋은가? 나쁜가? 내가 추구하는 제품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내가 이 제품을 보완하고 해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 이처럼 벤치마킹은 시장조사라는 고객 관점의 질문을 통해 벤치마크 (기준점)를 찾습니다.


 자신의 과거 혹은 자기 조사를 통해 자기다움이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감이 잡히면 휴먼브랜드 12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벤치마킹 모델을 찾습니다. 대표적으로 소설, 영화 그리고 드라마가 있습니다. 물론 특정 위인이나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을 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누구나 좋아하는 캐릭터인 ‘셜록 홈스’를 정했습니다.


영화에서는 강력한 캐릭터를 느낄 수 있지만, 캐릭터와 교감하는 시간이 짧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캐릭터보다는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자기다움을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드라마의 장점은 주연이 조연이 되기도 하고, 조연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정한 캐릭터의 다양한 면을 살펴보고 연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전에 리서치를 통해서 드라마 작가들이 어떻게 캐릭터를 설정했는지도 위키와 구글을 통해서 파악을 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앞서 말했듯이(휴먼브랜드 12회) 길 그리섬과 하우스 두 명 중의 한 명을 저의 자기다움에 맞게 선택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드라마 작가들이 길 그리섬 반장과 하우스 의사를 선정을 할 때 셜록홈스를 모티브로 삼았죠. 길 그리섬과 하우스 선택의 기준은 나의 자기다움과 더 맞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지만, 현재 나의 직업과 맞는 사람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당시에 [유니타스브랜드] 잡지를 창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두 상황을 모두 참고해서 선택했습니다.


  과학 수사팀을  맡고 있는 길(그리섬)은 증거로 사망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고, 병원 의사였던 하우스는 질병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처방하여 사람을 살리는 일입니다. 제가 유니타스브랜드 편집장으로서 역할은 시장 현상과 경영 현장에서 브랜드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죠. 유니타스브랜드 편집 방향은 ‘현상은 있지만, 이론이 없는 시장’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특히 브랜드가 흔들고 간 시장을 분석하고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제 역할이기 때문에  [과학수사]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벤치마크로 CSI 마이애미편에 나오는 길 그리섬 반장을 정했습니다.  이렇게 저의 자기다움과 유사한 사람을 선택했으면 이제부터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나와 분리된 사람, 휴먼 브랜드가 된 자신을 세팅하는 것입니다.


브랜드에서는 완제품을 만들기 전에 먼저 샘플이라는 것을 만듭니다. 일단 샘플을 만들어서 장단점 그리고  생각했던 것과 어떻게 다른지에 관해서 확인하죠.

CSI 길 그리섬이 [유니타스브랜드] 편집장이 되었다면 어떻게 할까를 가지고 저의 일을 시작합니다. 길 그리섬의 관점, 접근, 이해, 전략, 표현 등을 파악하고 제 일에 적용합니다.

 제가 먼저 한 것은 예전의 저의 무의식적인 판단과 습관을 버리고 길 그리섬 반장처럼 하는 것입니다. 몰입을 위해서 안경을 바꾸고, 체중을 조절하고, 옷도 길 그리섬 반장 스타일로 입었습니다.


이처럼 휴먼 브랜드가 되기 전까지 자신이 벤치마킹하는 가상의 캐릭터 인물을 모방할 수 있습니다. 운동이나 음악을 배울 때 처음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를 모방하는 것과 같죠. 일종에 폼을 따라 하면서 배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목적이 모방하여 모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모방하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부분은 방법론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리한다면, 나의 자기다움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을 선택합니다. 기존 환경에 의해서 아무 생각 없이 임기응변으로 만들어진 나에게서 벗어나는 것이 목표입니다. 내 방식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자기다움을 가장 잘 소화하는 가상의 인물로 나를 다시 세팅하는 것입니다. 


 배우 관점으로 본다면 우리도 일생에서 배우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회사를 6번 이직했고, 직업도 5번 바뀌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인생에서 직장을 10회 이상 바꾼다고 합니다. 직무 변화는 그것보다 더 많습니다. 직업으로 배우를 하는 사람과 직업을 배우처럼 하는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이 그 직업에 잘 맞는 사람이 될까요? 요리사 연기를 하는 배우와 요리사인데 요리 연기를 하는 사람 중에 누가 더 실감 날까요? 아마도 누가 더 그 배역에 몰입을 잘할 것인가에서 차이가 날 것입니다.

뛰어난 배우는 요리사보다 더 요리사다울 것이고, 탁월한 요리사는 어떤 배우도 연기할 수 없는 현장을 보여줄 것입니다.




 드라마 작가와 감독이 자주 실수하는 것 중의 하나는 기업 드라마에서 30대 회장 책상 위에 명패가 있는 장면 연출입니다. 대표이사 홍길동이라는 명패를 책상 앞에 두었던 시절은 언제였을까요? 가끔 드라마에서 차를 운전하는 배우가 옆자리에 앉아 있는 배우에게 고개를 돌려 4~6초 동안 말하는 경우를 봅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고 있기에 보는 것만으로 아찔합니다.


 자동차 운전을 모르는 사람은 배우일까요? 작가일까요? 감독일까요? 배우의 대사 지문에 [운전 중에 옆 사람을 본다]라는 말이 있었을까요? 이것은 몰입 문제가 아니라 대본과 상황에 관한 연구 부족입니다. 간혹 배우가 경찰 연기를 하기 위해 경찰서에서 근무하거나 아니면 경찰과 함께 살아보는 경험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찰이 그 영화를 볼 때 현실과 얼마나 일치한다고 생각할까요? 저도 드라마에서 마케팅 회사에 근무하는 배우의 연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현실과 안 맞는 경우가 많죠. 


시청자를 위해 너무 과장되거나 쓸데없는 행동을 많이 합니다. 물론 배우는 드라마에서 직업 연기가 아니라 사랑과 갈등을 연기합니다. 그래서 휴먼브랜드 벤치마킹 모델을 영화나 드라마에서 찾을 때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극 중에 있는 인물을 현실로 데리고 나올 때 다소 기괴하고 엉뚱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극 중 캐릭터를 모방하면 코미디가 됩니다.


 분명한 것은 연기에서 나오는 것과 삶에서 나오는 것은 정말 다르죠.


 저는 잡지를 창간하고 편집장을 맡을 때 현장 캐릭터가 필요했습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런웨이’ 잡지 편집장 ‘미란다’ 캐릭터도 있고, 영화 더 포스트에 나오는 워싱턴 포스트 편집장 ‘벤’의 역할도 참고했습니다. 제가 만약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 편집장처럼 되기 위해 그녀를 모방했다면 누가 저와 같이 일을 할까요? 제가 반복해서 말씀드린 이유는 세미나를 하다 보면 엉뚱하게 흉내를 내는 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촬영 현장과 인생 현실을 헷갈리면 안 됩니다. 영화는 설정되어 있고, 우리는 맨땅입니다.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저는 그 외 수많은 신문, 잡지, 미디어 관련된 영화를 보면서 책임자가 겪게 되는 리더십, 조직관리, 문제 해결, 사고, 내부적 모순 등에 대해 연구하고 정리했습니다. 탁월한 편집장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그는 어떤 인격과 태도를 가진 사람일까? 그는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 편집장들의 직업정신은 어떨까? 자기 일에 대한 신념은 무엇일까? 실제로 제가 맡게 될 직업을 가진 사람과 인터뷰를 하거나 그들의 삶을 연구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특히 제가 만들어낸 CSI 출신의 편집장은 가상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전 직장 경험이 어떻게 브랜드에 적용될 것인가를 상상하면서 제가 갖는 배역에 대해 연구해야 합니다.

배우일지도 실존하지 않는 인물을 표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슈퍼맨 같은 허구 캐릭터는 어렵습니다. 슈퍼맨 직업은 없기 때문이죠. 제가 만드는 권민이라는 인물도 실존 인물이 아니라 슈퍼맨처럼 외계인이지만 지구인처럼 사는 허구의 존재입니다. 나의 자기다움으로 과학수사 캐릭터를 가져와서 생뚱맞은 브랜드 잡지사 편집장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허구의 인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나를 찾는 것이 이 작업의 목적입니다.


그냥 흉내 내기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 자신에게 맞는 대본을 자신이 직접 써야 합니다.

 대본은 일기입니다. 저녁에 쓰는 반성문 같은 일기가 아니라 오늘 일어날 일에 대해 쓰는 대본입니다. 이제부터 자신은 감독이며, 작가이며 그리고 배우가 되는 것입니다. 저는 새벽에 일어나서 대본을 씁니다. 아직 일어날 일은 아니지만 일어날 때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길 그리섬 관점에서 쓰는 거죠. 오늘 해야 될 일을 쓰고, 그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적습니다. 자신이 설정한 캐릭터가 드러나는 것은 상대역에 의해서 나타납니다. 따라서 새벽에 오늘 일어날 일들을 상대역 관점에서도 시뮬레이션합니다. 감독처럼 나의 대사와 나의 동선을 점검하는 것이죠. 그렇게 아침에 쓴 대본을 저녁에 다시 확인합니다. 내가 얼마나 대사에 충실했는지 잊었는지 아니면 애드리브로 했는지 점검합니다. 무엇보다도 원치 않았던 예전에 내가 나와서 망쳤던 장면을 복기합니다.


 브랜드에서는 브랜드 가이드라인 혹은 매뉴얼이 있습니다. 아침 대본을 쓰는 것은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입니다. 저는 처음에는 길 그리섬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권민이라는 나다운 나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휴먼브랜드 훈련으로 가장 좋은 곳은 직장입니다. 직장은 세트장, 상대역 그리고 악당도 있는 완벽한 무대라고 할 수 있죠. 자기다움으로 자신의 배역을 직접 만들어 보십시오. 거기서 차별화가 시작됩니다.


 만약 자신의 직무가 마케팅이라고 한다면 소설, 드마라, 영화에서 마케터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찾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추천하는 것은 좀 다릅니다. 일단 저는 저의 자기다움이 극단적인 직업군을 찾아볼 것 같습니다. 저는 창의성도 있지만 연결과 조합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추리를 좋아하죠. 제가 즐겨보는 영화 장르 중에 액션 추리물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마케터가 아니라 전직 테러 색출 요원 출신의 마케터라면 내 일을 어떻게 할까를 생각할 것  같습니다. 전직 테러 색출 요인이라고 한다면 아마 경쟁 상품, 광고와 홍보보다는 소수 마니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소수 마니아에 의한 브랜드의 티핑 포인트에 관심을 갖고 누가 브랜드 전파자인지를 찾는 일을 남보다 더 열심히 할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gXORvel9K54




ST Unitas의 ESG

브랜드 교육 프로그램 내용은 아래 주소에 있습니다. 

공지사항 : https://blog.naver.com/unitas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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