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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Feb 14. 2022

휴먼브랜드(16)

나의 이름을 갖다, 이름으로 물들이다.

모델 배역 벤치마킹과  dos & don’ts를 하다 보면... (처음부터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는 금지.)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자기다움이 무엇인지를 희미하게 알게 됩니다. 밑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 스케치를 볼 수 있죠. 구도를 잡고 그리고 싶은 모양을 캔버스에 올려놓습니다. 이제부터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실전입니다.

그려야 할 그림은 눈앞에 있거나 머릿속에 있습니다. 

이제는 그려내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이름'이라는 첫 번째 물감.


 휴먼브랜드의 첫 번째 작업은 이름입니다. 휴먼 브랜드 과정 중에서 약 3개월 동안 이 작업만 합니다. 결정하기까지 여러 개의 이름을 만들어 봅니다. 나의 가치, 철학, 브랜드를 이름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수백 개 중에 하나를 고릅니다.  

브랜드에서 브랜드 네이밍 정하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일단 이름을 한번 결정하면 여간해서 고치기 어렵습니다. 부득이 중간에 고칠 수도 있지만, 그냥 버리고 새로운 이름을 짓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최근에 직관적인 이름이 좋다고 해서 한 번만 들어도 귀에 꽂히는 이름을 선호합니다. 쉬운 이름을 좋아해서 극단적으로(?) '애플'같은 고유명사를 그대로 쓰는 이름이 많이 나옵니다.  당근, 카카오, 멜론, 토마토 같은 것을 브랜드 이름으로 씁니다. 그러나 휴먼 브랜드는 단순히 남들이 쉽게 기억하기 위한 이름을 갖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멋있게 보이기 위해지어서도 안 됩니다.


휴먼 브랜드에서 새로운 이름을 갖는 것은 자기다움을 구축하기 위해서 이름을 정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새 술은 새 가죽 부대’가 필요하다는 말을 기억해주십시오. 자기다움에 맞는 이름을 갖는 것입니다.


[헤리 포터]를 쓴  J. K. 롤링의  본명은 '조앤 롤링'입니다. 조앤 롤링이 필명을 사용한 것은  블룸즈베리 출판사와 계약하면서 남자아이들이 여자가 쓴 책을 읽지 않으려 할 것이다라는 출판사 제안에 따라 J.K. 롤링을 사용했습니다. 


조앤 롤링은 또 한 번 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필명으로 추리소설 ‘더 쿠쿠스 콜링(The Cuckoo’s Calling)’을 출판했습니다. 왜냐하면 [해리포터]를 쓴 유명 작가가 아닌 오직 작품성으로만 평가받고 싶었기 때문이죠.


 조앤 롤링은 부모님이 주신 첫 번째 이름입니다. 첫 번째 결혼으로 갖게 된 두 번째 이름은 조앤 아란테스였죠.  J. K. 롤링은 [해리 포터]를 쓰기 위해서 자신이 자신에게 부여한 세 번째 이름입니다. 


로버트 갤브레이스는 [해리 포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자신에게 준 네 번째 이름이죠. 그리고 지금은 닐 머레이와 재혼을 했기 때문에 조앤 머레이가 그의 법적인 본명입니다.  5개의 이름을 경험한 ‘그녀’는 가장 자기답게 살았던 자신은 언제였을까요?


 필명(筆名)은 작가가 작품을 발표할 때 쓰는 펜네임(pen name)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필명으로 활동하는 작가는 많습니다. 예를 들어  박금이의 필명은 박경리이고, 이열은 이문열, 황수영은 황석영, 홍종현은 정이현이라는 필명을 사용했습니다. 이처럼 작가가 필명을 쓰는 경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거나, 성별을 감추거나, 슬럼프에서 벗어나거나, 오로지 글로만 평가받고 싶을 때  필명을 사용합니다. 소설가는 수많은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작업 특성상 자신이 소설을 쓰면서 그 소설의 또 다른 캐릭터로 인식하는 경향도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우리나라에도 이름 대신에 호(號)를 사용했습니다. 유교 문화권에서는 부모님이 주신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예의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이름 대신 서로 편하게 부르기 위해  호(號)를 사용했습니다. 호는 부모, 스승, 선배나 친구 등 남이 지어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스스로 짓습니다. 예명(藝名)은 말 그대로 연예인이 연예 활동을 위해서 연예인답게 독특하고 자신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이름을 갖는 것이죠.


 휴먼브랜드의 새 이름은 필명, 예명 그리고 호를 갖는 것이 아닙니다. 유사성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목적은 다릅니다. 휴먼브랜드의 이름은 다음에 자신이 만들 브랜드의 오리지널티를 갖기 위한 프로젝트명(Project name)에 가깝습니다. 저번 동영상에 말씀드렸지만 제 경우를 다시 설명해드리죠. 


첫 번째 권민(權民)은 필명으로 어머니의 성씨인 권(權)과 어머니의 사람이라는 의미로 백성 민(民)을 쓴 권민이었습니다. 30세까지는 아버지의 성과 아버지가 주신이 이름으로 살았고, 다음 30년은 어머니의 이름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는 권민(권세 권權 물 흐를 민潣 )은 영향력을 흐르게 한다는 프로젝트 이름으로 만들었습니다.

물 흐를 민潣을 저의 자기다움으로 선택한 것은 ‘헬퍼십’이라는 책을 쓰면서 영향력에 대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겠다는 뜻의 새로운 이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리더십은 물리적인 권력이 아니라 영향력을 가진 권세라는 생각 때문에 ‘권세 권(權)’을 선택했죠. 리더십은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물 흐르듯이 아래로 흘러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물 흐를 민(潣 )’을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름이 권민입니다. 


휴먼브랜드의 새 이름은 작가의 필명처럼 독자를 의식한 것도 아니고 호나 예명처럼 활동을 위한 것도 아닙니다. 내가 나를 부르기 위해서, 내가 내가 되기 위해서 지은 이름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름이 아니라 목적,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권민이라는 이름으로 지식의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는 출판사, 교육회사, 컨설팅회사 그리고 잡지사를 세웠습니다. 권민 이름의 목표는 권민이 되는 목적과 방향입니다.


 휴먼브랜드에서 네이밍은 열매 이름처럼 이미 있거나 강력한 연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을 지양해야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원칙적으로 휴먼 브랜드 이름은 누군가에게 알리기 위해서 만든 이름이 아닙니다. 자신이 자신에게 붙이는 이름입니다.


 휴먼 브랜드 이름은

1) 멋진 가명이 아닙니다. 지금보다 더 멋있고 예쁘게 갖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새로운 이름은 자기다움을 닮았습니다.

2) 나만 알고 있는 이름일 수 있지만 다음에 타인과 관계를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블로그나 유튜브처럼 새 이름으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현실 세계에서 활동하는 실존 인물입니다.

3) 지금 이름이 휴먼브랜드를 설명하기 충분하다면 굳이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에게 새 이름을 짓는 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자신을 실제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추천합니다.


저는 권민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이 헷갈린다고 해서 조태현 대신에  조 권민이라고 개명하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반면에 제 자녀에게 권민이라는 이름을 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권민으로 살아왔던 인생을 유산으로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갈등하는 사이에 아들을 갖게 되었고 저는  아들의 이름을 조 권민이라고 지었습니다. 아들에게 ‘권민’이라는 이름을 준 것은 생물학적 DNA가 아니라 자기다움과 철학의 DNA를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구독자가 부모라면 아시겠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부모 생각일 뿐이죠.


저(조태현)는 권민이라는 자기다움을 가진 브랜드를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여러 개의 아이템을 만들다가 최종 하나의 아이템을 선택해서 (주식회사) 권민이라는 기업과 브랜드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휴먼브랜드가 갖는 이름은 자신의 뿌리와 기원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휴먼 브랜드 이름은 내가 되고 싶은 나와 가장 닮고 싶은 이름을 선택해서 이름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휴먼 브랜드 이름을 사람 이름처럼 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패션인사이트 주간지에 필명으로 글을 쓰기 위해서 선택을 했을 뿐입니다. ‘권민’이라는 이름을 갖기 전에는 coel코엘이라는 이름을 이메일 및  서명으로 사용했습니다.


저의 이메일 아이디는 coel30입니다. 아이디를 coel로 정한 것은 내가 새벽마다 쓴 글, 시 그리고 낙서를 검토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내가 코이볼브(coevolve, 공진화, 共進化 : 서로 영향을 미치며 진화, 진보하다)라는 개념과 가치에 호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더 나아가 내가 추구하는 가치 중의 하나가 바로 ‘협력해서 선을 이룬다’는 것임을 알게 되었죠. 


이 두 가지의 개념을 혼합해서 COEL이라는 ‘권민’의 또 다른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COEL은 협력의 의미로 Co(together, 모으다)+El(element, 요소)를 합성해서 만든 단어입니다. 숫자 30은 서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제가 30세에 이 일을 시작했다는 기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논어》에서 공자가 서른 살에 뜻을 세웠다는 이립(而立)과 유사하죠. 비록 이 가치가 당장은 제게 없다 할지라도 이 단어가 나의 ‘자기다움’을 구축하는 단어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연합’을 잘하거나 즐기는 사람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혼자 일해야만 더 재미있고 성과가 나옵니다. 하지만 제가 이것을 저의 ‘자기다움’으로 두고 싶었던 것은 개발되지 않은 능력으로 가장 약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후 ‘연합’이라는 가치를 소유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5권의 책을 출간했죠. 그 과정과 결과도 매우 힘들었습니다. 아직도 제게 ‘연합’은 거북한 가치이지만 여전히 중요한 가치입니다.

코엘(COEL)이라는 가치를 7년 동안 가슴에 품고 살아오다가, 코엘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Unitas BRAND》를 창간했습니다. 잡지 이름인 유니타스(Unitas)는 연합하여 하나가 된다는 뜻을 가진 고대 라틴어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이 잡지는 코이볼브(Coevolve)와 co+element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휴먼 브랜드는 바로 자신(휴먼)이기 때문에 무생물(예를 들어 번개, 백두산, 겨울 바다 등), 직관적이고 재미있는 이름(두비바바, 브랜드마스터 등) 혹은 코드명(예를들어 : X12D4)같은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휴먼 브랜드는 자신이 자신을 낳은 것이고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의 이름입니다. 자신에게 ‘두비바바’라고 부르는 것은 우습지 않을까요?


 휴먼브랜드 이름의 첫 번째 시작은  이메일과 SNS 계정을 만듭니다. 이렇게 만들어 사용하면 누군가 왜 그런 이름을 사용했냐고 물어볼 것입니다. 자신의 휴먼브랜드 이름을 설명했을 때 반응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름이 정말 잘 어울리네요, 또 하나는 멋진 이름이네요. 그 외 많은 피드백이 있지만, 휴먼 브랜드의 새 이름으로 받아야 할 반응은 ‘정말 잘 어울리네요’입니다. 내 생각과 행동이 이름과 일치한다는 칭찬입니다. 휴먼 브랜드의 이름은 호칭이 아니라 인생의  열매입니다. 브랜드의 씨앗입니다.


이름이라는 물감 

누구나 알고 있는 [물감]이라는 단어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사전에는 [물을 들이는 물질이나 안료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물은 water가 아니라 색깔을 의미합니다.

물을 들이다/ 물들이다/ 물들다. 모두 순우리말입니다. 

 감은 '옷감'의  '감'처럼 '재료'를 의미합니다. 옷을 만드는 재료가 옷감입니다.

'물 좋은 생선'이란 색깔이 고운 생선을 의미합니다.


이름은 물감입니다. 권민스럽다. 권민스러운, 권민다움... 권민의 색을 말하는 것입니다. 

티파니  단어를 TIFFANY BLUE  들어 보신 적이 있나요? 티파니만 쓰는 칼라죠.

칼라도 브랜드가 됩니다. 


휴먼브랜드는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칼라를 만듭니다.  



https://youtu.be/mrmNchXjFQU





ST Unitas의 ESG

브랜드 교육 프로그램 내용은 아래 주소에 있습니다. 

공지사항 : https://blog.naver.com/unitas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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