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창업] 웍샵/기초(13)

브랜드 창업 입문자를 위한 선행 학습

by 권민
1%의 소수가 누리는 브랜드 비즈니스의 기회를
소외된 99%의 기업도 함께 누릴 수 있을까?


[프로그램 설명]
아래 글은 소설이 아니라 브랜드 창업 수강생의 웍샵용으로 구성된 유니타스브랜드 자기다움 교재입니다.
자기다움에서 브랜드다움을 발견하는 과정을 소개하는 가상의 시나리오입니다.
이 글의 목적은 브랜드 론칭의 이해를 돕기 위한 마케팅 웍샵 프로그램일 뿐입니다.
브랜드 론칭하는 [비스그램] 프로그램에서는 브랜드 및 휴먼브랜드를 론칭을 할 때 [자기다움]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브랜드 소설 기법을 활용합니다.

브랜드 론칭 수강생은 시나리오를 보면서 자기다움의 가치를 어떻게 브랜드 가치와 연결하는지를 살펴보십시오.



2. 모든 것의 처음


윤시온, 박유진 그리고 박상철은 5분째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

한승희는 그들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거워지는 분위기에 세 명의 고개는 더 숙이고 있었다.


한승희는 해외 시장조사를 하고 돌아와서 이들에게 ‘왜 우리 브랜드를 사야만 하는가?’에 관한 이유를 단어로 명시하고, 이미지맵으로 만들어 오라고 시켰다. 하지만 이들이 2주일 동안 만든 것은 자신들이 론칭하고 싶은 브랜드를 설명할만한 사진들뿐이었다. 트렌디하고, 특이하고, 뭔가 다른 것이 있는 상품 사진들과 키워드였다. 그러나 그 맵에는 정작 왜 이 브랜드를 사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설명이 없었다.


한승희는 그들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너희에게 왜 이 브랜드를 사야만 하는지, 그 이유에 관한 맵과 키워드를 보여달라고 했어. 그런데 너희는 팔고 싶은 것과 팔릴만한 샘플만 가져왔구나. 너희는 자신만의 렌즈로 시장조사를 하다가 브랜드 찾는 길을 잃은 것 같은데?”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이때 시온이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엄마, 솔직히 이유를 찾는 건 너무 어려워요. 저도 브랜드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에 100% 공감하지만, 그 공감을 타인에게 전달하고 감동시키기 위한 특별한 이유를 만드는 것은 브랜드 지식이 없는 저희들에게 너무 어려운 과제인 것 같아요.” 시온은 유진과 상철을 보면서 도와 달라는 표정을 지었다.


유진은 조심스럽게 시온의 말을 받았다.

“저도 2주일 동안 제가 산 브랜드를 살펴보았는데 이유보다는 그때의 필요와 욕구에 의해서 산 것이 많아요. 일단 가격 대비 예쁜 것을 많이 샀어요. 이유를 찾기도 힘들고, 이유를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 같아요.” 유진은 말을 계속 이어가고 싶었지만 자신의 변명이 구차한 것 같아 급히 마무리했다.


시온과 유진은 상철을 쳐다보았다. 지원 사격을 하라는 눈치였다. 상철은 고개를 상하로 끄덕이면서 뭔가 결정한 얼굴로 한승희를 쳐다보았다. 상철은 평소와 달리 묵직한 톤으로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말했다.

“브랜드의 이유를 찾기 전에 먼저 저희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 사회에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 없이 단지 생존을 위해서만 생각했습니다.” 상철의 갑작스러운 돌출 발언에 유진은 황당한 얼굴로 시온을 쳐다보았다.

“무엇보다 우리는 시장조사를 하고 오자마자 뭔가 할 수 있다는 자만심으로 급하게 자료를 모았습니다. 저희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야, 박상철! 네가 이렇게 맵을 만들자고 했잖아! 갑자기 왜 그래?” 유진은 상철의 방향 전환에 당황해하며 말했다. 한승희는 뭔가 알고 있다는 듯 유진을 보고 웃음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상철아. 그러면 상철이는 왜 이 사회에 존재해야만 할까?” 한승희는 상철이에게 물었다.

“아… 그거요. 존재 이유…” 상철이 노트를 폈다.


“박상철, 노트 보지 말고 그냥 네 생각을 말해봐. 나도 우리가 쌍둥이로서 세상에 둘이나 필요한지 궁금하다.”


유진의 말에 상철이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침묵이 너무 힘들고, 어두운 분위기가 되는 것 같아서…” 한승희는 세 명이 준비한 브랜드 맵을 다시 보면서 말했다.

“이유를 이유답게 만들면 안 돼. 억지로 만든 이유는 변명이거나 거짓말일 수도 있어. 시장에서 브랜드가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는 가격이 아닌 가치가 되어야 해.” 한승희가 말했다.

“가치가 존재 이유인가요? 그러면 가치가 있다는 것은 이유가 있다는 말과 같나요?” 유진은 난해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상철과 시온을 번갈아 보았다.

“유진이는 시장에 있는 모든 브랜드가 가치 있는지 묻고 싶은 거지?” 한승희는 유진을 쳐다보았고, 유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승희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아직 서른 살도 안 된 너희가 세상에 부족한 가치가 무엇인지 아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 하지만 고민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이유를 찾는 고민을 해보라고 한 거야. 사실 인간들은 불편함에 대해서 그 누군가가 말해주거나 보여주지 않으면 깨닫지 못하지.” 한승희는 말하다가 시온이 완전 색맹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시온은 그렇게 쳐다보는 엄마의 마음을 읽었다. 한승희는 말을 잇지 못하고 시온이 만든 맵을 보았다. 시온이 만든 브랜드 맵은 커피 브랜드였다.



한승희는 시온의 맵을 잠시 보다가 말했다.

“너희도 잘 아는 이야기인데 영국 탐험가인 어니스트 섀클턴은 남극 탐험 대원을 모집할 때 모집 광고에 이런 내용을 적었어. 요약하면 아주 힘든 탐험이 될 텐데 같이 가겠느냐는 거였지.”

상철이 갑자기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잠시만요, 제가 기록한 메모가 있는데 지금 찾아서 말씀드릴까요?”

“그래, 한번 읽어 줄래?” 한승희가 답했다. 하지만 상철은 자신의 노트에서 메모를 찾고는 머뭇거리면서 읽지 못했다.


“왜?” 유진이가 물었다.

“아니… 구인 광고인데… 내가 태그를 이상하게 달아서… 일단 읽어볼게.”


“위험한 여행에 참가할 사람 모집. 저임금. 혹독한 추위, 수개월 계속되는 칠흑 같은 어둠, 항시적인 위험, 그리고 무사 귀환 보장 못 함. 단 성공할 경우에는 명예를 얻고 유명해질 것임.”


“고마워, 상철아. 실제 이 광고를 보고 다음날 아침 어니스트 탐험 대장 앞으로 오천 명의 사람이 몰렸는데, 상철이는 이 남극 탐험 모험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성공하더라도 명예 외에는 아무것도 따라오지 않는데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목숨 걸고 이 탐험에 합류하려고 했을까?”


한승희는 상철을 보았다. “어… 그러니까… 명예인가요? 이유가 명예일까?” 상철은 한승희와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도 대답하길 바라는 눈치였다.


상철의 눈치를 알아차린 유진이 말했다.

“상철이의 이야기가 듣고 싶은데, 네 이야기는 노트에 적지 않았니? 한번 네 이야기를 해봐.”

“그럼 진짜 위험한 여행이 이유인가요?” 시온이 물었다.

“시온이는 이런 탐험을 하고 싶니?” 한승희가 되물었다.

“네… 글쎄요. 남극점을 밟는 것은 탐험의 이유가 아니지만 저를 알기 위해서 도전하고 싶어요. 자신을 알게 되는 이유는 가치 있는 위험인 것 같아요.” 시온이 말했다.

“가치 있는 이유가 어떤 뜻일까?” 한승희가 다시 물었다.

“남들이 할 수 없기에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요? 남들이 다 하면 하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 상철이 끼어들었다.


시온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

“제가 만일 지원했다면, 저는 제가 누군지 알고 싶어서 그 여행을 선택했을 거예요. 오천 명이 왜 왔는지 모르겠지만, 그 상황에서 보장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인 것 같아요. 평범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고 싶어요, 가장 나다운 삶을 찾고 싶어요” 시온이 말했다.

“가장 나다운 삶이 가장 위험한 삶이다! 이 말 멋진데!” 상철이 노트에 메모했다. “그래, 맞는 말 같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증명한 안전한 삶을 계속 반복하고 있어.” 유진도 동감했다.

“좋아, 그러면 오늘 내가 너희를 위해 준비한 편지를 보여줄게. 애플에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개인 메일로 이런 환영 편지가 간다고 해. 읽어 볼까?”


세상에는 그냥 하는 일과, 일생을 걸고 하는 일이 있습니다. 당신의 손길이 곳곳에 스며든,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그리고 어느 주말이라도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그런 일이죠. 애플에서는 그런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그저 안전하게 근무하러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여기서 끝까지 가기 위해 옵니다. 그들의 일이 어떤 의미를 지니길 원하니까요. 어떤 거대한, 애플이 아닌 곳에서는 일어날 수조차 없는 그러한. 애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갑자기 애플에 취직하고 싶은데요!?” 유진이 진심으로 말했다.

“애플은 주말에도 근무가 있나 봐요?” 상철의 말에 모두 웃었다.

“박상철! 그것이 너에게는 가치지? 남극 탐험도 주말은 없어! 어이구!” 유진은 상철의 손에 있는 메모를 빼앗으며 말했다.

“사람들은 왜 애플에서 근무하고 싶어 할까?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니?” 한승희가 상철을 보고 말했다. 상철은 조용한 목소리로 답했다.

“의미가 있으니까요.”


“맞았어. 사람들은 의미를 부여하기 원하지. 남극 탐험이나 주말 근무가 있는 애플이나, 의미가 있다면 목숨과 바꿀만한 가치가 있어. 내가 말한 이유란 의미를 말하는 거야. 상철이가 론칭하고 싶은 가방 브랜드는 어떤 의미를 사람들에게 줄 수 있을까? 유진이가 론칭하고 싶은 여성 캐주얼을 사용자가 보면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 그들은 우리가 만든 상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서 브랜드로 만들어줄까? 생산자가 이유를 정확히 말할 때 사용자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단다. 브랜드의 시작은 이유와 의미에서 시작해야 돼. 생산자와 사용자가 모두 지켜야 할 가치로 만드는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일까?”


한승희의 질문에 유진이 물었다. “사용자가 브랜드를 만드나요?”

“생산자는 상품을 만들지만 브랜드가 되는 것은 사용자가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 있다고 판단한 후야. 그 가치를 많은 사람이 인정할 때 상징이 되지. 그것을 브랜드라고 하는 거야.” 한승희가 말했다.


“이번에는 제 생각, 그러니깐 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의미’는 뜻 의(意)와 맛 미(味)가 합쳐진 한자어예요. 여기서 ‘의’를 살펴보면 소리 음(音)과 마음(心)으로 이루어진 걸 알 수 있어요. 말 그대로 ‘마음의 소리를 맛보는 것’이 의미인 거죠. 우리가 사과 맛을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맛은 주관적입니다. 의미는 모든 사람이 다르게 말하는 주관적인 맛이라고 할 수 있고요. 그리고…”

상철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상철이 뭔가 더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뭐지? 끝?” 유진이는 상철을 보았다.

“끝!” 상철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대답했다.

“박상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유진이 상철의 어깨를 치면서 말했다.

“내 말은 이유를 하나 만들어도 그것을 의미로 차용하는 사람들의 맛은 다르다.


뭐 그런 뜻이야.” 상철이 또 어깨를 으쓱거렸다.

“맛은 분명히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누룽지가 구수하다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통일된 개념이 아닐까? 그런 공통된 개념이 상징이고 브랜드가 되는 거겠지.” 시온이 상철에게 이야기했다.

“윤시온, 내 말이 그 말이야!” 상철은 시온과 하이파이브하고 한승희를 쳐다보았다.


“애들아, 우리가 브랜드를 론칭한 다음에 실패한다면, 거기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한승희가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시온이는 한승희를 쳐다보았다.

“그럼 질문을 바꿔서 브랜드 론칭에 실패하더라도 행복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승희가 유진이를 보면서 말했다.

“실패하면 완전 좌절인데.” 상철이 대답했다. 하지만 유진은 한승희의 눈을 쳐다보면서 뭔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이유, 그러니깐 브랜드를 만들어야 할 이유군요.” 유진이 말했다.

“그러니까 남극 탐험의 실패와 안전한 직장을 포기해도 좋을 만한 이유. 브랜드도 그런 이유를 가져야 한다는 말씀이죠?” 시온이기 대답했다.


“100개의 브랜드가 론칭하면 평균적으로 3년 안에 90개가 사라져. 나머지 10개가 평균 10년에서 15년의 라이프 사이클을 가지고. 결국 100개 중 1~2개만 남게 돼. 브랜드를 론칭하면 수많은 어려움과 상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게 되지. 성공할 거라는 보장은 없어. 따라서 우리를 도울 사람은 내부에도 있지만, 우리가 만들 브랜드의 이유에 공감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의 응원이 필요해. 그러기 위해서 이유와 의미를 하나로 만들어야 하는 거야. 먼저 너희가 작업할 것은 이유에서 시작하고 그 이유를 답할 아이템을 결정하는 일이야. 너희가 하고 싶은 아이템을 먼저 정한 다음에 이유를 만들면 그것은 변명, 자랑 혹은 과장일 수 있어. 물론 아이템을 결정하고 이유와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고, 천천히 발견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시작해보자. 차례대로 하나씩 찾아가면서.”


한승희는 세 명에게 A4 용지를 나누어 주었다.

“이제부터 브랜드 메이킹 1단계를 시작하자. 개념은 아주 간단해. 시장의 차별화를 위해서 가장 나다운 브랜드를 만들면 되는 거야. 자신은 이 지구 상에 단 하나만 있는 원본이야. 나의 원본대로 만드는 것이 차별화 브랜딩의 1단계지. 그러나 내가 누구인지 모르거나 나에게 어떤 것이 있는지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거창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이 사회에서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는 거야. 물론 이유를 찾기는 결코 쉽지 않아. 그래서 먼저 아까 보여주었던 남극 탐험 구인 광고나 애플 채용 환영 편지 같은 것을 써보는 거야. 그러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를 명확히 알게 될 거야. 그리고 이 편지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창조할 브랜드의 이유와 의미를 확인해 볼 수 있어. 글자로 자신과 남에게 감동시키지 못하면 상품으로도 감동을 만들 수 없단다.”


“저는 좀 무서워지는데요.” 유진이 말했다.

“왜?” 상철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 사회에서 존재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면 너무 무서울 것 같아요. 지금까지 생존이 존재 이유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존재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너무 막막할 것 같아요.” 유진은 정말로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한승희는 대답하지 않고 시온, 유진 그리고 상철과 눈을 맞추면서 그들의 표정을 살폈다. “그래, 지금까지 교육은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지식과 도구를 주었지만, 존재할 가치로서의 이유를 찾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어. 유진이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해.”

“저… 선생님, 한마음 포도원 간사로서 존재와 더 많은 학생의 선생으로 존재…” 유진이 상철의 팔을 잡아당겨 말을 저지했다.

“무슨 말이지? 상철이가 묻고 싶은 것은…” 한승희가 상철을 보자 유진은 또 한 번 상철이의 팔을 잡아당겼다.

“아니, 상철이는 저의 존재에 대해서…” 유진이의 말을 자른 것은 시온이었다. “엄마, 상철이가 엄마가 쓴 책을 샀어요.”


“저는 선생님께서 미국 대학교에서 잘 나가는 최연소 교수였고 더 많은 학생을 가르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일하는 이유가 궁금했어요. 책도 많이 쓰셨는데… 그냥 여기서…” 상철은 말을 흐렸다.

“상철아. 내가 한마음 포도원의 고아들을 위해 하는 일은 그들이 이 사회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 주는 거야. 아이들이 고아원에 오는 이유는 매우 다양해. 하지만 그 아이들이 나이 들어 죽을 때까지 스스로 하는 질문은 ‘내가 왜 존재해야 할까’라는 오직 한 가지야. 사람은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 느끼는 사랑과 행동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는대. 내가 하는 일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통해 그들이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가치를 믿게 하는 거야. 사람의 존재 이유와 가치는 관계를 통해서 이루어지잖니.”

분위기가 다소 어색해졌다. 누군가의 아픔을 들춰내는 건 서로에게 거북한 일이다.


한승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 쪽으로 다가갔다. 세 명은 한승희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슨 책을 샀니?”

상철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신의 가방에서 세 권의 책을 꺼냈다. 《패션 브랜딩》, 《브랜딩 하는 디자이너》 그리고 《아이덴티티》였다. 한승희는 머쓱하게 웃으면서 그중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이 아직도 나오는지 몰랐네!”

“우연히 들른 카페에 《아이덴티티》라는 책이 있어서 봤는데 저자 얼굴이 선생님이어서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아마존 중고 사이트에서 세 권을 구입했죠. 나머지 두 권도 샀는데 다음 주에 도착할 거예요.” 상철이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읽었니?” 한승희가 상철에게 책을 다시 건네며 물었다.

“두 번씩 읽었어요.”

“두 번씩이나… 상철이는 책 읽느라 시간이 모자라서 브랜드 맵을 이렇게… 했구나!” 한승희는 놀리듯 상철에게 한마디 했다.

“죄송합니다. 영어 해석하면서 읽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상철은 머쓱해져서 머리를 긁적였다.


브랜드를 창조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자기가 누구인지, 정확히 말하면 이것을 왜 하는지에 관한 이유(소명)를 찾는 것이다. 물론 쉬운 방법은 아니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브랜드를 만든다고 하면 그것은 ‘자기다움으로 남과 다른 브랜드’가 아니라 ‘남과 다르기 때문에 잘 팔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한승희가 세 명에게 알려 주려던 것은 거래의 실체인 아이템(Item)이 아니라 팔려는 사람의 아이덴티티(Identity)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순두부집의 순두부는 어떤 맛일까? 입맛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 집을 찾기는 어려울 거야. 그런데 세상에 가장 행복한 순두부집 주인은 찾을 수 있어. 자신이 순두부를 팔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믿는 사람이 만든 순두부 맛은 어떨까? 순두부를 만들 때 가장 행복하다고 믿는 사람이 순두부집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 쉬운 질문이지?”

“그런데 순두부라는 아이템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자신과 그렇게 딱 맞는 아이템을 찾을 수 있을까요?” 유진이 물었다.


“글쎄, 순두부만 팔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은 없겠지. 대신… 전문 순두부집 사장은 순두부를 통해서 자신을 말하고 싶은 걸 거야. 자신의 가치를 순두부로 실현하고 싶은 거지. 결국 가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가치 있는 마음과 그 가치를 찾는 것이 중요해. 순두부 외에 설렁탕도 될 수 있고, 경찰이라는 직업을 통해서 할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이 사람의 가치는 무엇일까? 그 핵심에 섬김이라는 단어가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왜 순두부일까? 순두부를 좋아할 수도 있고, 자신의 가치를 가장 잘 전달하는 도구일 수도 있고 아니면 순두부 요리를 원래 잘할 수도 있겠지.” 한승희는 비가 오는 하늘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이내 소나기는 멈추고 다시 햇빛이 비쳤다.


“그 가치는 만들어지는 건가요?” 상철이 물었다.

“가치란 특별한 인간에게 있는 특별한 재능이 아니란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고,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이지. 하지만 자신이 성장한 환경, 영향받은 사람과 사건들에 따라 가치로 발현되거나, 사치스러운 개념으로 소멸되고 말아. 이제부터 그것을 알아보자.”


“찾을 수 있나요?” 유진과 상철이 동시에 물었다.

“너희 정말 쌍둥이 맞구나!” 시온이 웃으면서 말했다.

“브랜드는 이론적으로는 영속 가능한 개념이야. 따라서 영원한 것으로 브랜드를 만들어야 해. 그렇다면 삶에서 영원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그리스 신화의 나이키 여신은 지금 미국 스포츠 브랜드가 됐어. 이야기는 영속성을 가지지. 하지만 돈이나 트렌드, 경쟁 그리고 신기술은 영원한 게 아니라 순간적인 거야. 영원한 것은 바로 우리 안에 있어. 그렇다면 이제부터 그 영원한 것을 꺼내볼까? 다음 주 모임 때 각자 세 가지씩 준비해오렴. 하나는 너와 함께 브랜드 여행을 떠날 사람들에게 줄 초대장이야. 초대장을 만들면서 각자 여행과 도착지를 생각해봐. 그리고 신입으로 들어온 사람에게 줄 편지를 써보는 거야. 어니스트의 구인광고와 애플의 입사 편지를 참조해도 돼. 하지만 이 두 가지 과제를 하기 전에 너희가 해야 할 것이 있어.” 한승희는 흰 종이에 동그라미 원이 그려진 종이를 한 장씩 나누어 주었다.


“어, 이거 책에서 봤어요. 콘셉트 휠!!!” 상철은 한승희 책을 찾아서 보여주었다.

“맞아, 콘셉트 휠이야. 이 동그라미 중앙에 너희의 이름을 쓰고 너희가 생각하는 세 개의 가치를 뽑아서 넣어봐. 이것이 다음 주에 집중적으로 다룰 부분이야.” 한승희가 말했다.

“그러면 포이에마(Poiema)를 같이 작성하나요?” 상철이 물었다. 그 단어가 뭔지 모르는 시온과 유진은 상철이와 한승희를 번갈아 가면서 보고 있었다.

“정말 상철이가 이 책을 다 읽었구나.” 한승희가 감탄하며 말했다.

“그럼요, 노트를 보지 않고 외울 수도 있어요.”

“박상철!” 유진과 시온도 감탄한 얼굴이었다.

“바로 여기가 브랜드의 진앙지였군요.” 상철은 으쓱하는 얼굴로 유진을 보았다. “박상철, 여기까지. 이제 그만!” 유진은 상철이 보여준 책을 가로챘다.


“맞았어. 너희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중심 가치 세 개를 포이에마로 적어보고, 초대장과 편지로 만드는 거야. 순서는 방금 내가 말한 대로 할 수 있지만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할 수도 있어. 초대장과 편지를 쓰면서 자신의 중심 가치를 발견할 수도 있고, 포이에마 가운데 자신의 중심가치를 발견할 수도 있지. 대단한 인내심과 탐구심을 요하는 영혼의 모험이야. 다음 시간은 각자 아이덴티티를 찾는 훈련을 해보자꾸나.”

“이제 기억났다!” 상철이가 큰 소리로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벌써 너를 알았어?” 유진이 놀란 얼굴로 상철을 쳐다봤다.

“아니, 어니스트 섀클턴의 구인 광고 태그를 왜 인내(Endurance)로 적었는지 알았어.” 상철이 웃으며 말했다.

“뭐야? 대단한 발견이야?” 시온이 물었다.

“아니, 발견이라기보다는 어니스트 섀클턴이 남극 탐험을 할 때 탄 배 이름이 인내(Endurance)였어.”

“그래서 뭐?” 유진이 물었다.

“스승님께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서 인내심과 탐구심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왜 어니스트 섀클턴이 인내심을 배 이름으로 정했는지 알겠다고!” 갑자기 깨달은 듯 한승희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맞아, 자신을 찾고 이해하는 데는 인내심이 필요하지. 저… 커피 브랜드 말고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을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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