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창업] 웍샵/기초(14)

브랜드 창업 입문자를 위한 선행 학습

by 권민


1%의 소수가 누리는 브랜드 비즈니스의 기회를
소외된 99%의 기업도 함께 누릴 수 있을까?


[프로그램 설명]
아래 글은 소설이 아니라 브랜드 창업 수강생의 웍샵용으로 구성된 유니타스브랜드 자기다움 교재입니다.
자기다움에서 브랜드다움을 발견하는 과정을 소개하는 가상의 시나리오입니다.
이 글의 목적은 브랜드 론칭의 이해를 돕기 위한 마케팅 웍샵 프로그램일 뿐입니다.
브랜드 론칭하는 [비스그램] 프로그램에서는 브랜드 및 휴먼브랜드를 론칭을 할 때 [자기다움]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브랜드 소설 기법을 활용합니다.

브랜드 론칭 수강생은 시나리오를 보면서 자기다움의 가치를 어떻게 브랜드 가치와 연결하는지를 살펴보십시오.


제목_없는_아트워크 85.jpg 이 부분을 설명합니다.




3. 자신의 춤

권정헌은 초등학교 3~4학년 정도 돼 보이는 아이들과 현대 무용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살을 뺐는지 모르겠지만 3개월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권정헌은 무용을 하다가 가끔 윤시온 쪽으로 얼굴을 돌렸지만 눈은 마주치지 않았다. 음악이 끝나갈 무렵 권정헌이 마루 중앙에 서서 손뼉을 치며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좋았어! 좋았어! 한태빈은 거미였지?”

권정헌이 남들보다 키가 유독 큰 아이를 가리키면서 거미의 모습을 흉내 냈다.

“네, 맞아요. 왕 독거미였어요.”

“그래, 김성은! 너는 사마귀지?”

“네!”

“박성찬은 잠자리, 지은이는 딱정벌레, 전세민은 왕 딱정벌레, 노규호는 하늘소… 그런데 김민지는 뭐지?”

“저는 책벌레예요.”

권정헌이 의아해하면서 물었다. “책벌레가 뭔데?”


“정말 책을 보면 아주 작은 벌레가 튀어나와요.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지만 아주 작은 벌레예요.”

김민지가 책벌레 흉내를 내며 깡충깡충 뛰는 춤을 추었다.

“알겠다. 그것은 책 벼룩 같은데?” 권정헌이 말했다.

“벼룩이 어떻게 이렇게 뛰어요?”

“나도 예전에 그런 벌레를 본 적 있는데, 벼룩인지 확인해볼게.”

이번에는 그중에서 가장 어린 제윤이가 자신이 어떤 벌레인지 모르는 권정헌을 보면서 기쁜 얼굴로 수줍어하며 춤을 췄다.


“뭘까? 개미? 지렁이? 나방도 아니고… 뭘까?” 권정헌은 제윤이 주변을 돌면서 말했다.

“바퀴벌레!” 제윤이가 웃으며 말하자 다른 아이들도 따라 웃었다.

“바퀴벌레? 제윤이는 바퀴벌레가 좋아?” 권정헌이 무서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제윤이 곁을 피하는 동작을 했다.

“애들은 바퀴벌레를 싫어하는데, 나는 바퀴벌레가 귀여워요.” 제윤이는 제법 당당한 얼굴로 말했다.

“좋았어, 그럼 다 같이 제윤이처럼 바퀴벌레 춤을 춰볼까?” 권정헌은 아이들을 제윤이 중심으로 둥그렇게 서게 했다. 제윤이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땅에 배를 깔고 누웠다. 그리고 손발을 아래위로 휘저으면서 앞으로 갔고, 다른 아이들도 웃으며 따라 했다. 권정헌도 따라 하면서 아이들과 같이 웃었다.


권정헌은 자기와 함께 춤을 추던 보조 교사에게 이제 그만 아이들을 씻기라는 손짓을 하고는 시온이에게 마룻바닥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한마음 포도원 아이들이 다 여기에 있네요. 여기가 권 사장님 연습실인가요?” “여기? 아니야, 친구 연습실을 빌린 거야. 그리고 여기는 한마음 포도원의 예술학부 분교지.”


권정헌의 원래 계획은 한승희 팀과 함께 시장조사를 다녀온 후 무용을 콘셉트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장조사를 하면서 그는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았고,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어디론가 사라져 20킬로그램을 빼고 나타났다. 권정헌은 친구의 특공무술 도장을 빌려 무용을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여기로 한마음 포도원의 아이들을 불러 무용 연습을 시키고 있었다. “오늘 무용의 주제는 벌레인가요?” 시온이 물었다.

“너는 어떤 벌레 같아?”

“벌레요?”

“그래! 벌레, 징그러우면 곤충이라고 말할까?” 권정헌은 특유의 제스처를 보이면서 사마귀 흉내를 냈다.

“갑자기 왠 벌레예요?”

“오늘 너에 대해서 말해 달라고 했잖아. 오늘의 무용 주제는 ‘춤추는 벌레’야. 모든 벌레는 춤을 춘다고 하는데, 지렁이도 춤을 출까? 어찌 되었든 지금 한 번 벌레가 돼서 벌레 춤을 춰봐. 네가 어떤 벌레가 됐는지 알려 줄게.” 권정헌은 팔을 벌려서 춤을 추라고 시늉했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어요. 갑자기 대낮에 벌레가 되려니까 힘드네요.”

“벌레의 마음? 흐흐흐…”

“노래도 없잖아요.”

“숲 속에는 노래가 없어. 그냥 네 짝을 찾아서 춤춰봐.” 권정헌이 재촉했지만 시온은 쉽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저는 벌레를 싫어해서 벌레를 관찰한 적이 없어요.”

시온은 팔 동작을 몇 번 하더니 다시 마룻바닥에 주저앉았다. 권정헌은 그런 윤시온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하늘을 날면서 팔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였다. 시온은 그가 춤추는 것을 지켜보았다. 어떤 벌레인지는 모르지만 쓰러지고 넘어졌다가 다시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권정헌은 시온의 눈앞에서 멋지게 회전한 후 착지했다.

“내가 어떤 벌레 같니?”


“날개는 있는데 날지 못하는 벌레… 기어 다니다가 날다가 기다가 날다가… 그런 벌레가 있나요?”

“아니… 나비의 애벌레가 꿈꾸는 거야.” 권정헌은 웃으면서 바닥에 누웠다.

“저번에 포도원에 갔을 때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벌레를 잡아 죽이더라고. 왜 죽이냐고 물어보니 벌레가 무서워서 죽인대. 그래서 오늘은 벌레와 친구가 되는 춤을 춰본 거야. 아이들에게 벌레를 죽이지 말고 관찰하고 오라고 했어. 벌레 춤을 추니까 아이들이 벌레가 이제는 무섭지 않대. 자신도 벌레가 되었으니까.”


“아주 심오하네요.”

시온이는 눈 감고 누워있는 권정헌을 보았다. 권정헌은 많이 변했다. 예전처럼 농담도 하지 않고 진지했다.

“많이 변했어요. 권 사장님.”

“권 사장이라 부르지 말고 이제는 정헌이 형이라고 해라. 너는 역할 몰입을 참 못하는 것 같아.”

“예?”

“내가 네 형이 된다고 했는데 너는 여전히 나의 아이덴티티를 권 사장으로 부르고 있잖아. 과거의 권 사장은 이미 허물이 되었어. 이제 나는 유충이 아니라 완벽한 성충이라고.”

“죄송해요. 정헌이 형…” 어색해서 조용히 말하느라 형이라는 단어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해해. 네게는 형이 없으니까. 나는 3남 4녀 중에 막내잖아. 내 위로 여섯 명의 형과 누나가 있어. 나는 태어나자마자 여섯 명의 동생이 되었어. 그리고 형, 누나랑 잘 지내기 위해 노력했지. 큰 형에게는 장난기 많은 막냇동생으로, 바로 내 위에 있는 작은 누나에게는 여동생이 되었고… 생존본능을 거기서 배운 것 같아. 그래서 나도 나를 찾기가 참 힘들었어. 보이는 나로 살았으니까. 진짜 나를 이제 만난 것 같아.” 권정헌은 마루에서 일어나 앉았다. 시온은 눈을 껌벅이면서 권정헌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자신을 만났나요?” 시온이 물었다.

“어머니에게 교육받고 있지 않아?” 권정헌이 물었다.

“브랜드 교육을 받았나요?”

“그럼! 거의 특수 훈련 코스로 받았지.” 권정헌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시온도 따라 일어났다.

“그렇군요. 형은 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판매사원으로 일할 때 누구보다 저를 객관적으로 보셨으니까 잘 아실 것 같아서요.”

“그렇지 않아. 객관적이라는 말은 없어. 모두 주관적이지. 나도 너를 나의 무대 위에 서 있는 여러 조연 중의 하나로 보았지. 네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방법은 알려줄게.”

“그래요? 그러니까…” 시온은 말을 이으려고 했지만 권정헌이 말을 낚아챘다.

“쉽지 않아. 네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대상을 만나면 네가 누구인지 알게 돼. 나는 원래 무용가였어. 멋져 보여서 발레를 선택했지만, 마루 위에서 마음껏 날아오를 때 내가 가장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됐어. 이 순간을 나는 너무나 사랑한 거야. 그래서 살도 빼고, 다시 무용복을 입은 거고. 내 관절이 박살 날 때까지 나는 계속 춤을 출 거야.

과거에 나는 무용가로서 최고가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화가 나서 춤을 그만두고 옷을 팔며 살았어. 나는 최고의 발레리노로 살다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나는 최고가 아니라 내가 되어야 했어. 모든 것을 버리고라도 내 인생에 하나만 남겨 둘 수 있다면 난 춤을 선택할 거야. 나는 춤을 사랑해. 그 사랑 앞에서 나는 진지하게 뭐든 할 수 있어. 다음 수업을 들으려면 벌레 춤을 한번 춰봐!” 권정헌은 키득거리며 이야기했다.


둘의 눈이 마주쳤고, 시온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권정헌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시온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주었다.

“윤시온, 네가 벌레라고 생각해. 정확히 말하면 애벌레지. 과연 너는 어떤 애벌레일까? 전혀 경험하지 못한 본능에 너를 맡겨봐. 그리고 너의 원형을 느껴봐.”


시온은 권정헌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자신의 성충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먼저 애벌레가 되려고 했다. 땅에 무릎을 꿇고 손을 짚은 상태에서 뭔가 느끼고자 노력했다. 몸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내면에서 무엇인가가 꿈틀거렸다. 자신의 세상이 이제 완벽하게 흑백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흑백의 세상에서 자신이 어떤 벌레가 되어야 하는지를 상상했다. 시온은 순간 자신이 땅속에 사는 벌레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빛이 없는 땅속 벌레를 생각하자 시온의 눈에선 가슴에서 터지듯 눈물이 흘러나왔다. 흐느낌도 없는 눈물이었다. 권정헌은 놀래서 시온이에게 다가가다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잠시 후 그 자리를 비켜주었다.








4. 체외수정


한승희와 윤시온, 박유진 그리고 박상철은 한마음 포도원 옥상의 작은 도서관에 모였다. 그들 앞에는 아이들의 블록 장난감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한승희는 세 명의 자리 앞에 각각 카드를 놓고 그 위에 20여 개의 블록으로 조립한 블록을 올려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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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인가요? 선생님?” 상철이 블록을 집어 들면서 말했다.

“선물이지. 정확히 말하면 내 안에 있는 너희 모습이야.” 한승희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이것은 일종의 상상임신으로 내가 너희를 낳은 거란다.”

“네? 저희를 낳았다고요?”



한승희의 독특한 교육방법의 핵심은 창의적 접근이다. 문제를 풀기 위해 이성을 사용하지 않고 감성과 더불어 전혀 다른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그녀는 브랜드를 떠오르는 아이디어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반짝인다고 모두 다이아몬드가 아닌 것처럼 순간적인 아이디어를 항상 경계하라고 조언해왔다. 수많은 아이디어에서 자신의 아이덴티티와 하나 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상상임신’이다.

사람은 3~5억 정자가 하나의 난자와 만나 약 1그램의 무게로 시작된다고 한다. 정자가 난자를 만나기까지는 수많은 위기가 있다. 예를 들어 정자 3억여 개 중 1퍼센트에 해당하는 3백만 개는 질로 흡수되고 나머지 99퍼센트는 15센티미터의 벽을 통과하지 못하고 죽게 된다. 그렇게 하나의 정자가 난자를 만나 수정된다 해도 7일에서 10일 동안 자궁내막에 착상될 때까지 또 다른 유산의 위기를 겪는다. 따라서 인간은 3억 분의 1 확률을 뚫고 태어난 존재다. 마찬가지로 한승희는 3억 개의 아이디어 중 브랜드로 태어날 수 있는 아이디어는 하나밖에 없다고 말한다. 세상에는 3억 개 이상의 아이템과 아이디어가 존재하지만 정작 자신의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수정돼서 성공할 확률은 매우 희박한 셈이다.


한승희는 브랜드를 시작할 때 ‘생각’이 아니라 ‘임신’했다고 상상하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브랜드를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마음으로 낳기 위해서다.

여자가 임신하면 아이를 품는 몸으로 재세팅 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를 갖지 않았을 때는 나오지 않았던 호르몬 분비와 감정의 변화를 경험한다. 가상 임신인 상상임신도 실제 임신한 것과 똑같은 현상이 몸에서 일어난다. 아직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호르몬 이상, 스트레스, 복부 종양 그리고 ‘믿음’에 의해서 일어난다. 웃기지 않지만 웃는 척하면 뇌가 착각하여 도파민을 분비하는 것처럼 상상임신도 뇌를 속일 수 있다. 브랜드 론칭을 위한 상상 임신의 목적은 우리가 기존에 느끼지 못한 감정을 자신 안에서 찾고 본능적인 직관으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바로 입덧처럼 말이다.


여기서 입덧은 실제가 아니다. 실제 입덧은 생명체가 생기는 과정 가운데 나타나는 일종의 생리적인 현상으로, 몸의 정화 측면에서 영양소 균형을 잡고 본능에 따라 필요한 것을 섭취하게 만든다. 브랜드의 입덧을 통해 마음에 당기는 것을 찾는 훈련을 할 수 있다. 브랜드를 상상하기 위해 임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임신의 어려움, 신비함, 준비자세, 탄생 그리고 아름다운 고통과 브랜드 탄생 과정이 교차되기 때문이다.



“세상과 자신 안에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있단다. 그럼 그 많은 것 중에 브랜드가 될 콘셉트, 아이덴티티 혹은 느낌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유일한 방법은 하나만 남을 때까지 모두 버리는 거야. 만약 이것도 저것도 필요할 거라는 생각으로 버리지 않은 상태에서 브랜드를 시작하면 마치 거대한 비곗덩어리로 브랜드를 만드는 격이야.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것을 버리는 데 어려움을 토로하지. 말처럼 쉽지 않아. 그래서 상상 임신의 ‘거부감’을 통해 버리게 하는 거야.”


“그럼 이 블록 조합은 저희를 생각하면서 최종적으로 남은 것들로 완성한 것인가요?” 유진이 물었다.

“맞아! 너희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 세 개와 그 세 개가 결합한 모습이 바로 이거야.” 한승희의 대답에 시온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했다.

“이 작업은 무엇을 의미하죠?”

“일단 너희가 직접 해보면 알게 될 거야. 먼저 상대방의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생각해봐. 그리고 상대방이 그 가치를 이루는 데 필요한 도구를 만들어 보는 거지. 예를 들어 너희가 생각하는 나의 가치는 뭐라고 생각하니? 한승희라는 내 이름 대신 부를만한 가치는 뭐가 있을까?”


“잔 다르크?” 상철이 번쩍 손을 들고 말했다.

“야, 박상철! 잔 다르크가 무슨 가치야. 사람이지! 입으로 생각하지 말라니깐!” 유진은 상철의 오른손을 내렸다. 그러자 상철은 왼손을 번쩍 들면서 외쳤다.

“혁신, 투쟁, 사회정의, 변화, 새로운 질서…”

“그래? 왜 상철이는 나의 가치를 잔 다르크로 보았지?”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 그런 마음이 생겨요. 제가 이 책의 저자가 시온이의 어머니라는 것을 모르고 보았다면 혁명당을 창당했을 거예요.” 상철은 진지한 눈빛이었다.


“그럼 유진이는 내가 어떤 가치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니?”

“글쎄요. 저는 가치보다 어떤 존재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 같아요. 그것이 신일 수도 있고 아니면 또 다른 존재일 수도 있고… 그것이 선생님의 마음에 살아 있는 것처럼 보여요. 브랜드가 종교는 아니지만, 브랜드에서 영성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요.”


한승희는 미소 지으며 이번에는 시온을 바라보았다.

“음… 엄마는 헌신이에요. 아니 희생이죠.” 시온의 말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렇게 7~8초가 지난 뒤 한승희가 입을 뗐다.

“좋았어. 너희는 나의 가치로 투쟁, 영적인 존재 그리고 헌신을 꼽았어. 이제 이 블록으로 나를 만들어 볼 거야. 그런데 먼저 해야 할 것은 나의 가치를 모두 하나씩만 이야기했잖아. 두 개의 가치를 더 생각해서 각자 세 개의 키워드를 만들도록 해.”


“투쟁, 진실, 진정성!” 상철이 말했다.

“상철이가 나를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구나. 맞았어. 그렇게 세 개의 키워드를 먼저 생각한 다음, 블록으로 만들어 보는 거야. 상철이는 말해버렸지만, 유진이와 시온이는 나머지 두 개를 보태서 이 포스트잇에다가 써봐.”

“이렇게 하는 것이 상상 임신 과정인가요?” 유진이 질문했다.

“그렇지. 상상을 통해서 상대방의 가치를 내 안에 착상시켜 뭔가 만들어 보는 거야. 그리고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어. 이 카드 안에는 내가 적은 나의 가치 키워드도 들어있어. 이번 교육 시스템의 핵심은 내가 적은 나의 가치 키워드와 너희가 쓴 키워드가 일치하는지를 보는 거야. 그리고 만들어진 결과물을 내가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가도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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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법은 학교에서 가르칠 때 사용한 건가요?” 상철이 물었다.

“사실 시온이가 알려 준 방법이야. 물론 학교에서도 이 방법을 사용했지.”

“와! 시온이가 알려 줬어요?” 상철과 유진이 동시에 외쳤다.

“제가요?” 시온은 몰랐다는 듯 한승희를 쳐다보았다.

“시온이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블록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했어. 그래서 내 친구들이 시온이에게 블록만

사주는 거야. 집안이 온통 블록 천지였어.”

“아! 엄마, 기억나요!”

“그런데 어느 날 시온이가 이상한 모양을 만들어서 나에게 코뿔소라고 하는 거야. 이상하게 생겼지만 뿔이 유난히 컸지. 그래서 시온이가 만든 다른 블록의 이름도 물어봤어. 내가 알고 있는 원래 모형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였어. 시온이가 블록으로 만든 기린, 사자, 비행기는 실제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모양이었지. 그중 가장 기억나는 것은 꿈나라 자동차인데 정말 재미있고 이상한 모양이었어. 나는 시온이가 더 잘 만들기를 바라면서 시온이가 이상하게 만든 기린, 사자, 비행기의 진짜 모습을 보여줬어. 그런데 그게 큰 실수였지. 시온이의 블록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그림과 똑같이 만들었나요?” 유진이 물었다. 시온은 전혀 기억이 없어 보였다. “시온이는 그림을 보면서 똑같이 만들려고 몇 번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했어. 다시는 블록을 만들지 않았지. 블록으로 실제 기린처럼 만들 수 없다는 걸 알았나 봐. 이후 또 만들어보라고 권유했지만, 시시하다면서 다시는 만들지 않았어. 물론 잘 만들었던 꿈나라 자동차도 더는 볼 수 없었지.” 한승희는 시온을 쳐다보았고, 시온은 전혀 모르는 사실인 듯 어깨를 들썩였다.


“왜 그랬어? 그때부터 엄마 말 안 듣고!” 유진이 시온의 어깨를 가볍게 치면서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실수한 거지. 시온이의 창의력을 내가 막은 거야.” 한승희는 시온을 보면서 말했다.

“시온이가 상상하고 있는 것들이 멸종한 거군요.” 상철은 진지한 얼굴로 시온을 쳐다보았다.

“너무 의미 두지 마! 다른 것을 좋아하게 된 걸 수도 있잖아!” 시온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어쨌든 나는 그때 시온이를 보면서 브랜드와 접목하는 교육을 생각했어. 예를 들어 어떤 주부에게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불편함을 이야기해 보라고 하고, 그 불편함을 블록으로 만들도록 하는 거야. 그대로 상품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그것을 만들며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정리가 된단다.”

“아, 그런 방법이군요.” 유진은 뭔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만들어진 블록 장난감 중 불만을 가졌던 사람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블록을 찾는 거야.”

“잘 만들어야겠네요!” 상철이 말했다.

“잘 만들기보다는 느낄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겠지. 블록으로 만들 땐 오직 하나의 기능을 유달리 부각해야만 느낌을 살릴 수 있어. 좋다고 생각되는 기능들을 다 집어넣으면 그야말로 블록 덩어리가 되고 말아.”

“일종의 직관적인 접근인 거네요.” 유진이 물었다.

“맞았어. 직관이 필요해. 방법은 첫 번째로 예상 고객의 이야기를 듣는 거야. 두 번째는 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 가지 기능과 가치를 단어로 적는 거지. 그리고 세 번째는 그 세 가지의 키워드를 보여줄 수 있는 블록을 만들어 보는 거야. 여기까지는 생산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야. 더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야.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한 고객은 키워드 종이를 보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만한 단어가 무엇인지 선택해야 해. 그리고 그 키워드로 만들어졌을 거라고 예상되는 블록 조합을 찾는 거야.”

“만약 키워드 종이와 블록이 일치하면…” 시온이 말을 흐렸다.


“우리가 하는 훈련이 바로 그거야. 문제의 본질을 찾고, 본질 주변의 것을 삭제하는 훈련이지.”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할까요?” 유진이 질문했다.

“먼저 나의 가치 키워드를 세 가지씩 적어보고, 그 가치를 이루기 위한 블록 조합을 만들어보자. 그러면 나의 가치를 적은 세 가지 키워드와 너희가 적은 키워드를 보면서, 같거나 비슷한 키워드를 선택할게. 그리고 그 키워드로 만들어진 블록을 찾아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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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유진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수업은 모두 내가 했던 방식으로 하는 거야.”

상철은 뭔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승희도 미소 지었다.

“박상철, 너 혹시 선생님이 쓴 책에 나와 있는 것을 본 거 아니야?” 유진이 물었다. “책에 이런 내용은 없어. 하지만 선생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는지 알 것 같아.”

“그래? 뭘까?” 한승희는 궁금한 듯 상철을 쳐다봤다.

“선생님은 우리 블록을 알고 싶은 거죠? 우리가 어떤 블록인지 궁금하신 거예요. 그래서 만들어갈 브랜드 모형을 알고 싶은 것 아닌가요? 이번 수업의 핵심은 우리들의 아이덴티티 구축이죠?” 상철은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유진은 그런 상철을 보면서 황당한 얼굴로 말했다.

“저번 시간에 오늘 아이덴티티 구축 교육한다고 말했잖아!”

“정말?” 상철은 당황한 듯 되물었다.


“너는 그게 문제야!”

유진이가 팔뚝으로 상철을 툭 쳤다.

한승희가 적은 자신의 가치 키워드는 섬김, 사랑, 창조였다. 시온이 적은 엄마의 가치 키워드는 헌신, 만족, 관계이고, 유진이 적은 한승희의 키워드는 섬김, 창조, 열정, 상철이 적은 키워드는 혁신, 열정, 직관이었다. 한승희는 유진의 키워드 카드를 선택했고, 블록 장난감 조립은 시온의 것을 선택했다. 한승희는 시온의 블록을 만지면서 말했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이 블록은 나를 이해한 것 같아. 얼핏 봐도 이건 어떤 방의 열쇠 같은데… 자! 그러면 내가 적은 키워드를 보여줄게.”


“와! 제가 세 개 중 두 개를 맞혔어요!” 유진은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박유진, 너 완전 선생님이 마음으로 낳은 딸인데!” 상철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그래, 잘했어. 하지만 키워드를 맞춘 것이 다가 아니야. 두 사람은 나의 단면을 본 거고, 유진이는 정면을 본 거야. 시온이는 엄마로서의 가치가 더 크겠지. 상철이에게 나는 그야말로 스타워즈 제다이 같은 존재구나. 먼저 나의 가치 키워드를 설명해줄게. 나는 사랑으로 창조하고 섬기는 사람이야.”

“와! 짱이네요!” 상철이 엄지 손가락을 들었다.

“내가 정말 그렇다는 게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내 모습이라고 할 수 있어.”

“정말로 선생님은 ‘그 누군가를 사랑해서 창조의 능력으로 섬겨주는 사람’ 같아요.” 유진이 진심이라는 듯 힘주어 말했다.

“그렇게 보였다면 감사한데, 여하튼 이건 내가 세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나를 정의한 거야. 어찌 보면 세 글자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성과 이름을 풀어서 설명한 거라고 할 수 있지. 내가 나를 정의하고 스스로 새로운 이름을 부여한 거야.”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상철과 유진이 이번에도 동시에 물었다.

“정말 너희는 쌍둥이 맞구나!” 시온이 웃으며 말했다.


“나의 키워드는 ‘Creativity Love Service’야. 이것을 다시 ‘The Creative Service from Love’라고 정의했는데, 부언하면 ‘사랑으로부터 시작된 창의적 섬김’이라는 뜻이지. 그래서 나의 이름을 ‘Crevice frove’라고 지었단다.”


“Prove, 증명하다, 균열을 증명한다는 말인가요?” 상철이 물었다.

“아니, P가 아니라 F야. Frove, 뜻은 From Love야.”

“그럼 전체적인 의미는 뭔가요?” 유진이 물었다.

“사랑으로 시작되지 않은 것은 모두 사라지게 돼 있어. 창의적인 섬김도 그것이 돈에서 시작되었다면 결국 사라지게 돼.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도 있지만 신과의 사랑, 자연과의 사랑 그리고 동물과의 사랑도 있지. 브랜드는 반드시 사랑으로 시작되어야만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돈의 유혹을 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어. 사랑하면 눈이 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눈이 밝아진단다. 상대방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진짜 필요한 것과 좋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니까. Crevice는 Creative Service를 한 단어로 축약한 거지만, 원래 뜻인 균열과 갈라짐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어.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깨어져 갈라진 곳, 사람과 자연, 사람과 문화의 균열을 사랑으로부터 시작된 브랜드로 메우겠다는 뜻이야. 그리고 이런 브랜드는 자기의 원형에서 시작되어야 해.”

모두 진지한 얼굴로 듣고 있었다. 한승희의 이야기는 사람의 말로 들리지 않고 북소리처럼 그들의 심장과 박자를 같이 하며 울림을 만들어냈다.

“그러면 이 블록은 누가 만들었지?” 한승희가 물었다.

“저예요, 엄마.” 시온이 답했다.

“역시! 아들이네!” 상철이 받아쳤다.

“내가 이 블록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어떤 열쇠 같아서야. 왠지 사랑이 담긴 브랜드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상자를 열 수 있는 단서 같아서… 이것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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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들은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사람의 운명과 연결 지어 스토리로 만들었잖아요. 그리스 신화에도 운명을 결정하는 세 여신이 나와요. 모든 운명은 이 여신들이 가진 실에 따라 결정된다는 거예요. 클로토(Clotho)는 운명의 실로 베를 짰고, 라케시스(Lachesis)는 베에 무늬를 그렸고, 아트로포스(Atropos)는 그 베를 잘랐어요. 이렇게 인간의 삶이 끝났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옷(Clothes)의 어원은 클로토(Clotho)에요. 엄마는 옷을 만들고 파는 사람이잖아요. 왠지 엄마의 옷을 보고 있으면 클로토 여신 같아 보여요. 이 블록은 원단을 짜고 있는 클로토의 블록 작품이에요.” 시온은 멋쩍은 듯 피식 웃었다.


“우와! 대단하다!” 이번에도 유진과 상철이 동시에 말했다. 서로 의식했는지 얼굴을 쳐다보고는 시온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폈다.

“이제부터 나에게 했던 것처럼 서로의 블록을 만드는 거야. 너희가 숙제로 제출한 이 봉투 안에는 각자 생각하는 세 개의 가치 키워드가 들어 있어. 그것을 상상하면서 블록을 만들어보자. 시온이는 유진이와 상철이에게, 상철이는 유진이와 시온이에게 그리고 유진은 시온과 상철이에게 꼭 필요한 블록을 만들어보는 거야. 상대방이 필요한 것을 찾는 데는 인사이트가 있어야겠지.”

한승희는 유진이 제출한 과제 봉투를 열고, 그 내용을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세 명은 각자 다른 사람을 위해 블록을 만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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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진의 구인 광고와 편지 그리고 자신에 관한 포이에마와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구인광고

라이프 큐레이터를 모집합니다.

우리는 단지 작고 예쁜 물건을 파는 팬시 매장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꿈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을 만들어 파는 곳입니다. 우리가 작품과 상품을 만들지 않고, 소품을 만드는 곳입니다. 꿈에서나 볼 수 있는 물건들을 만드는 큐레이터를 찾습니다.



입사 편지

환영합니다.

오늘부터 저희와 함께 소풍을 떠납시다.

먼저, 초등학교 때 소풍의 추억을 떠올려 보세요.

무엇이 떠오르나요?

소풍의 목적지보다는 옆에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걸어갔던 순간이 기억날 겁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지금까지 기억할 정도로 소중한 추억입니다. 인생 자체를 소풍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소풍을 즐겁게 만들어줄 소품일 것입니다. 일상을 소풍처럼 만드는 일이 바로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이제 당신이 상상하는 것만큼 세상은 즐겁고 재미있어질 것입니다. 네버랜드로 떠나시죠.


가치 키워드 세 개

꿈, 사랑, 창조


포이에마

나는 작은 들풀이다.

이름도 없고 향도 다른 꽃보다 강하지 않은 그런 들풀이다. 나에게 꿈이 있다면 씨앗을 맺는 것이다.

씨앗을 맺으려면 꽃을 피워야 하는데

나는 어떤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나는 내가 피울 꽃을 상상하면서 이곳에서 바람에 의지해 춤을 춘다.

그렇다. 나는 꽃이 없는 들풀이다.

하지만 나는 꽃을 꿈꾼다.




한승희는 유진의 포이에마를 아무 말없이 보고 있었다. 유진의 아버지는 유진과 상철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에 위암 판정을 받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병으로 인해 유진은 어렵게 고등학교와 대학 생활을 마쳤다. 대학교도 1학년 1학기만 다니고 휴학해야 했다. 이후 상철은 바로 군대에 자원입대했고, 유진은 엄마와 함께 오후에는 작은 분식점을 운영하고, 저녁에는 미술학원 보조교사로 일하며 생계를 도왔다.

저녁 11시에 일이 끝나면, 틈틈이 도서관에서 빌린 인테리어 책을 보며 자신의 꿈인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건물을 꾸미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그 꿈만 가지고 살기에 인생은 너무 벅찼다. 아버지의 암 투병이 앞으로 얼마나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인테리어 공부를 다시 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한승희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기에 유진이 쓴 포이에마에 마음이 뜨거워졌다.




다음으로는 박상철이 구인 광고와 편지 그리고 자신에 관한 포이에마와 키워드를 소개했다.


구인광고

열정을 보여 주십시오, 제 꿈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한 사람이 미치면 미친놈이라고 하지만 여러 명이 미치면 법칙이라고 합니다. 세상을 바꿀만한 미친 생각을 하고 있다면 우리와 하나가 됩시다.

또 다른 법칙이 되어서 세상을 바꾸어 봅시다.



입사 편지

독불장군(獨不將軍)이 아닌 독불장군(毒不將軍)이 되십시오.

독선적, 독재적, 독단적.

혼자서 뭐든지 다하려는 독불장군은 조직의 독(毒)입니다.

하지만 그 독함에 독특한 가치인 ‘협력’을 넣는다면,

당신의 독이 또 다른 독을 치료할 수 있는 해독제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독한 것에서 독특함을 추구합니다.

그 독특함과 조직의 탁월함이 하나가 되면 독창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독보적이 될 수 있습니다.


가치 키워드 세 개

혁신, 열정, 협력



포이에마

내 심장에는 피가 아니라 불이 있다.

그래서 내 심장은 용광로다.

내 심장에는 피가 아니라 물이 있다.

그래서 내 심장은 심해처럼 깊다.

내 심장에는 열정이 있다.

그래서 내 심장은 혁신을 향해 달리는 기계다.



마지막으로 윤시온의 구인 광고와 편지 그리고 자신에 관한 포이에마와 키워드다.


구인광고

소질(Aptitude)과 열정(Passion)을 합치면 태도(Attitude)가 바뀌어서 기회(Opportunity)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기회는 하늘이 준 기회입니다. 이것을 믿는 사람과 만나고 싶습니다.


입사 편지

어떤 질문은 인생의 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잘 죽기 위해 질문하고, 잘 살기 위해 대답해야 합니다.

첫 출근한 아침, 당신에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왜 당신은 내일도 여기에 앉아 있어야 합니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큰 소리로 자랑스럽게 동료 앞에서 외칠 수 있나요?

바로 그 외침이 내일 아침 신문에 실린다면

당신은 어떤 기분일까요?

그 마음을 고객의 감동으로 바꿔서 그들이 느끼게 해 주십시오.


가치 키워드 세 개

포기하지 않음, 가능성, 진리


포이에마

나는 세상을 흑과 백으로 본다.

그래서 세상의 그림자를 볼 수 있다.

모든 것에는 그림자가 있다.

그림자를 통해서 실체를 알아볼 수 있다.

그림자 중에는 무거운 그림자도 있다.

바로 성공한 사람들이 뽐내는 그림자이다.

그들은 자신의 그림자를 자랑한다.

많은 사람이 그런 그림자를 갖기 위해서 자신의 생명을 건다. 하지만 그림자는 그림자일 뿐이다.

신에게도 그림자가 있다.

가장 낮은 사람을 돕는 사람은 가장 높이 있는 자들이며,

그들은 신 앞에 있다.

신의 빛이 드리운 그들의 그림자는 낮은 자를 향하여 길게 뻗어 있다. 나는 세상을 백과 흑으로 본다.

그래서 세상의 그림자를 통해서 실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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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도 사람의 그림자다.’ 한승희는 시온이 쓴 포이에마를 서너 번 반복해서 읽다가 혼잣말로 읊조렸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세 명이 쓴 포이에마를 마음속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30분 동안 그녀는 세 개의 포이에마를 보며 그들에게 펼쳐질 미래를 상상했다.


“자,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이제 상대방을 위해서 만든 블록을 보여주고, 어떤 키워드로 이것을 만들었는지 이야기해보자. 먼저 시온이가 유진이와 상철이의 블록과 이유를 설명해 주겠니?”

“이 블록은 상철이의 에너지 박스예요. 상철이가 타인의 말을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담겨 있던 그들의 이야기를 뿜어내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마치 태양의 폭풍과 흑점처럼… 그래서 이건 상철이의 가치를 담아둘 소형 원자입니다. 상철이의 가치는 열정에서 시작해 열정으로 끝나니까요.” 시온은 블록으로 만든 작은 상자를 상철이에게 주었다.


“야! 윤시온, 네가 내 영혼을 알아주는구나!” 시온은 유진에게 줄 블록 제품을 꺼내 들었다.

“이것도 상철이에게 준 것과 같은 개념인데, 상철이는 열이라면 유진이는 빛과 향이에요. 열은 없지만 모든 것을 비추는 힘이 있어요. 하지만 빛과 향은 휘발성이라서 뚜껑을 열면 쉽게 사라지죠. 제가 만든 건 뚜껑을 열 필요 없이 그 빛이 밖에서도 보이고 향도 나는 병이에요. 이 병으로 유진이의 꿈을 오래 간직하고 자신의 내일을 밝히기를 바라요.” 시온은 병처럼 만든 블록을 유진에게 주었다. “윤시온! 너 완전 언어의 마술사 아니 연금술사인데!” 상철의 외침에 유진은 따뜻한 미소로 대답했다.

“좋아, 이번에는 상철이가 만든 것을 전해줘.” 한승희가 상철을 가리켰다.


“나는 직설적으로 만들었어. 아쉽게도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인용구가 없어서… 일단 시온이는 프리즘 안경이야. 네 눈이 예전과 다르지만 언젠가는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을 꼭 이룰 거라 생각해. 넌 한번 한다면 반드시 하는 근성이 있잖아. 그래서 네게 있는 불멸의 정신과 어울리는 무지개 프리즘을 만들었어. 그리고 유진이는 보기에 다소 와일드하지만 마음은 여린 여자거든. 그래서 힘들 때 이것을 가슴에 두면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아서 만들었어.” 상철은 자신이 만든 블록을 유진과 시온에게 건넸다.


“박상철, 표정은 진지한데 만든 것은 참…” 유진은 다소 어이없다는 듯 상철이 만든 블록을 바라보았다.

“자, 상대방이 만든 것에 대해서는 감사함으로 받고, 이번에는 유진이 차례!”

“상철이의 가치는 의리인 것 같아. 그래서 나는 블록의 단단함을 이용해서 의리를 만들었어. 시온이의 가치는 긍정적인 관점인 것 같아서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블록을 종류별로 모아둔 거야. 너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잖아.” 유진은 시온에게 컬러와 사이즈 별로 모은 블록을 주고, 상철에게는 검은색의 단단한 상자를 건넸다.

“잘했어. 지난 9개월 동안 함께 공부하며 서로를 많이 알게 된 것 같구나. 이제는 좀 어려운 시간인데, 너희가 뽑은 세 개의 가치를 한 줄로 써볼 거야. 그 한 줄은 네 이름이 될 거야. 내 이름의 세 개의 가치 키워드로 만든 ‘Crevice frove’ 기억하지? 나처럼 영어 단어를 분리하고 조합해서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은유적으로 만들 수도 있어. 나와 함께 브랜드를 론칭했던 사람들은 나를 시멘트(Cement)라고 불렀어.”

“시멘트요? 건물 지을 때 그 시멘트요?” 유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래 바로 그 시멘트야. 원래 시멘트의 라틴어 어원은 Cementum인데 부서진 돌이라는 뜻이지.”


“저, 그 별명이 왜 생겼는지 알 것 같아요. 선생님은 틈을 메우는 일도 하지만 건물의 철근과 벽돌을 하나 되게 하잖아요. 그래서 시멘트라고 부른 거죠?” 유진이 알아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상철도 유진의 말에 바로 이어서 답했다.

“이름을 부여하는 힘은 곧 호흡하는 힘이야. 바라는 관계를 창조하고 다시 창조하면서 그 안에서 누군가, 혹은 무엇과 함께 진정한 자신을 끊임없이 만드는 것이 바로 이름을 부여하는 힘이지.”

“상철! 그 사람은 또 누구냐?” 유진이 쏘아붙이면서 말했다.

“음… 니체!”

“자, 그러면 이제부터 너희가 쓴 구인 광고와 입사 편지를 다시 살펴보자. 이 글은 너희가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썼지만 실제로는 자신에게 쓴 글이야. 구인광고와 입사 편지에 각자 적었던 세 개의 가치 키워드는 열쇠와 같은 거야. 만약 오늘 이름이 안 지어지면 다음 주까지 이것만 할 생각이야. 그만큼 중요하단다.”

“그러니까 이 글을 진짜 읽어야 하는 사람은 우리군요.” 상철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의 가치 키워드를 바라보았다.

“정확히 맞는 것 같아요.” 시온도 자신의 가치 키워드를 보면서 말했다.

“이제 너희는 구인 광고를 보고 입사해서 첫 출근한 사람의 이름을 붙여주는 거야. 바로 너희지. 자, 그럼 새 이름을 만들어보자.” 한승희는 콘셉트 휠 종이를 나눠주었다.

“사람들은 보고 있어도 보고 있지 않아. 단순히 보지만 말고 생각해야 해. 표면적인 것 이면에 숨겨진 놀라운 속성을 찾아야 한다고.” 상철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콘셉트 휠에 자신의 가치 키워드를 그리려고 했다.

“박상철, 이 얘긴 누가 한 말이야? 참을 수 없는 네 표현 욕구는 이해하지만 인용한 사람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은 너답지 않아. 참고로 내가 미술 역사 좋아하는 건 알고 있지?” 유진은 콘셉트 휠 앞에 자신의 블록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파블로 피카소…” 상철이 유진을 보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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