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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Jul 25. 2022

휴먼브랜드 회고록(2)/웍샵

자기다움(2) -활용 편

2년 전까지만 해도 ‘혈액형 교육 프로그램’에 관한 기획서가 플로피 디스크에 있었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변환기를 구해 열어 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지금은 홍해를 가르고 건널 때 앞장섰다는 이스라엘 법궤처럼 이렇게 이야기로 남아 있다. 터키에 있는 어느 만년설에 덮인 산에서 보았다는 노아의 방주처럼 아주 가끔 희미하게 그 모습이 내 기억에 남아있다.


 이준희는 그렇게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김 이사의 사무실은 압구정역 근처에 있었고 한 번 더 만난 것 같았다. 나는 그 이후로 군대에 입대했고, 우리는 소식이 끊겼다. 그리고 아주 우연히 한번 만난 것으로 기억난다.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는 기억은 안 나지만 한 번은 만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쩌면 이것은 나의 기억 조작일 수 있다. 김 이사는 호주(뉴질랜드였나?)로 이민을 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고마운 사람 명단에 올리라고 한다면 이준희와 김 이사는 5명 안에 들어가는 사람이다. 나에게 인생의 전환점을 알려준 사람이다. 그래서 나도 사람들에게 책 추천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내가 받은 것만큼의 피드백은 없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책을 추천한다. 


광고 기획론을 읽은 후에 나는 아마도 교보문고에 있는 광고에 관한 모든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제대 후에 광고 기획자가 되기로 1992년도 나의 미래 어딘가에 좌표를 찍었다.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광고 기획, 카피라이터, 마케팅, 브랜드 전략기획, 브랜드 기획자, 브랜드 컨설턴트, 브랜드 잡지 편집장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살았지만 하는 일은 늘 똑같았다. 나의 상대역은 [브랜드]였다. 


나는 왜 혈액형 맞춤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을까? 동기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깊이 생각을 해보았지만, 혈액형에 관한 일본 번역판 책을 보았다는 느낌만 남아있다. 이것도 내가 만들어낸 기억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브랜드만큼 교육에 관한 일을 끊임없이 해왔다. 


최근순으로 나열하면 휴먼브랜드 교육, 스콜레 직무 교육, 기업 브랜드 문화 교육 등 나의 모든 일은 교육과 관련된 일이다. 그리고 앞으로 런칭할 프로젝트도 [비영리단체를 위한 브랜드 교육]이다, 2022년. 6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사교육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일까? 누군가를 돕는 것에 본능적인 소명이 작동되는 것일까? 브랜드는 좋아했고 브랜드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반면에 교육이라는 행위는 좋지만 그렇다고 전문적인 교사가 되는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렇게 나의 인생에서 브랜드라는X축과 교육이라는 Y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어딘가에 작은 점이 되어서 그 어디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혈액형과 광고 기획은 30년이 지나서 자기다움과 브랜드로 바뀌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은  나의 회고록이 아니다 

휴먼브랜드 회고록 프로그램을 위한 회고록 샘플이다. 

휴먼브랜드에 관해서 설명이 필요하지만 궁금한 사람은 아래에 링크를 달아 두었다. 

휴먼브랜드는 사람을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런칭할 브랜드가 되어 보는 것이다.

따라서 지식이 필요한데 자기다움에 관한 휴먼 지식, 브랜드 지식이 필요하다

회고록의 역할은 자기다움을 발견하는 것도 있지만 자신이 브랜드를 런칭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것에 가깝다. 회고록을 쓰는 것은 휴먼 브랜드의 교육 과정에서 기초와 기반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회고록을 통해서 자기다움(identity)을 확인하고 결정한다. 개인의 자기다움을 연결하여 핵연료봉같은 브랜드다움을 만든다. (앞으로 이 부분은 계속 이야기를 해야 하기에 이렇게 정리하겠다.)   


나는 교육을 위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회고록 작업을 통해서 이제 나는 이 일을 왜 하는지 언제 했는지 언제까지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시간여행은 물리적으로 그러니깐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한다.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방법 중에 첫 번째는 인간이 빛의 속도와 가깝게 이동해서 상대성 이론에 따른 시간 지연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질량이 있는 우리는 빛의 속도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광속으로 이동하지 못한다고 한다. 두 번째는 영화에서 많이 나온 이야기인데  블랙홀과 웜홀의 시공간 왜곡 현상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이런 모든 이론을 적절히 이야기로 만든 것으로 워프 warp는 시공간을 일그러뜨려 4차원으로 두 점 사이의 거리를 단축시켜서 광속보다도 빨리 원거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방법이다. 과연 시간여행이 언제쯤 가능해질까? 하지만 회고록을 씀으로 개인적인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회고록 작성 프로그램을 워프 warp라고 부른다. 


과거의 시간에서 미래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회고록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워프외에 랩 wrap(포장하다/ 마무리하다)의 기능도 있다. 나의 경우에는 과거의 일이 현재와 미래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많다. 예를 들어 과거에 용서하지 않았던 사람, 사건 그리고 나의 실수가 항상 나의 미래를 끌고 가는 것을 목격했다. 회고록을 쓰면서 그런 것들을 기억에서 의도적으로 삭제하려고 노력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나의 경험으로는 불가능했다. 반면에 나의 과거에 있었던 상처와 아픔을  포장하고 마무리함으로 정리할 수 있다. 여기서 포장이란 포장지로 겉면을 화려하게 감추는 그런 것이 아니다. wrap랩의 포장은 패키지 package의 개념으로 pack팩은 한 묶음을 말한다. 그러니깐 포장지와 박스로 더 좋게 만들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상처와 회복, 고난과 성공을 한 팩으로 묶는 것을 의미한다. 


  1990년에서 1992년까지 연구했던 혈액형별 교육법을 가지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유치원에 보급을 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다행히 운명은 나의 그런 무지한 발상을 쓰레기통으로 던져 버려서 회사까지 만들고 실행하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그때는 고작 혈액형 4분류에 따라서 교육을 한다고 주장했지만, 지금은 교육은 사람마다 달라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러니깐 그때의 어리석음은 부끄러운 무지함이 아니라 지금의 상태를 이루는 한 팩이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이런 랩 wrap이 나의 회고록 랩업wrap up이다. 이렇게 결정해버리는 이유는 딱 하나다. 과거에 묶여있고 싶지 않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이렇게 자기 긍정으로 묶어 버리는 것은 아니다. 묶어 버리기도 한다. 이 부분은 앞으로 계속 사례로 설명을 하겠다. 


회고록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만 시간여행 warp과 묶음 처리 wrap가 가능하다. 그러니깐 내 인생에서 어느 정도 데이터가 쌓여야만 판단할 수 있다. 20~30대 사람이 휴먼 브랜드를 하기 위해서 회고록을 쓸 수도 있지만 회고록을 통해서 자기다움과 브랜드 가치 키워드를 찾는 경우는 드물고 어려웠던 것 같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경험과 생각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운명과 소명을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이 만들어진다. 그런 점들이 만들어져야만 이을 수 있고, 그렇게 점을 이어 보면서 자신이 본능적으로 그리는 (아니면 그 누군가에 의해서 그려지는) 그림을 볼 수 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졸업식 때 축사 내용을 살펴보자.


"물론 제가 대학을 다닐 때는 미래를 보고 점들을 연결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10년 후 되돌아보니 그것은 아주 아주 분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 당신은 점들을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과거로 되돌아보았을 때 그것들을 연결할 수

그러니까 지금의 점들이 당신의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지 연결된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당신의 배짱, 운명, 삶, 업보 등등 무엇이든지 간에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점들이 미래로 연결된다는 믿음이 여러분의 가슴을 따라 살아갈 자신감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스티브 잡스의 말에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감히 그의 말에 무엇을 보태는 것이 그렇지만 내가 경험한 것을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스티브 잡스가 말한 인생의 ‘그’ 점들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만약에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스티브 잡스가 인생의 ‘그’ 점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살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이 회고록을 쓰면 그 점들이 보일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점이라는 것은 지금 하고 있는 일 그리고 앞으로 하고 있는 일과 관계된 점이다.  중학교 때  부산 해운대 수영장에서 죽을 뻔한 일을 비롯해서 황당한 사건들이 나에게는 너무나 선명한 점으로 나와있지만 그것은 지금의 내가 창조하는 브랜드와 관련된 점이 아니다. 지금 보면 너무나 황당한 혈액형 교육 관리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휴먼브랜드 교육으로 출발하는 점이 된 것은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준희와 김이사에 관한 기억이 3줄밖에 안 되는 것으로 본다면 나의 뇌는 그것을 정말로 작은 점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잠깐, 지금 이 글은 회고록 잘 쓰기가 아니라 휴먼브랜드 교육과정에 있는 ‘자기다움 회고록 교육 과정’을 다시 한번 강조하겠다. 따라서 기존의 회고록 접근과는 다르다. 우리는 휴먼브랜드와 브랜드 론칭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과거를 돌아다니고 있다. 그러니깐 우리는 살다 보니깐 점과 점이 연결되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연결하는 선을 현재에서 그으면서 과거로 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9년 동안 유니타스브랜드 잡지의 편집장을 하면서 브랜드 전문가들을 많이 만나보았다. 이것은 내가 만들었던 점을 연결하는 선이 되었다. 이 부분은 나중에 회고록을 쓰면서 다시 이야기할 것이기에 제3의 물결의 저자인 앨빈 토플러의 이야기로 급히 선을 잇고 마무리하겠다.


"A single conversation with a wise man is better than ten years of study.”

현명한 사람과 한 번의 대화가 10년의 공부보다 낫다.


그렇다면 연결할 점이 없는 20~30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 32세에 창업을 하면서 나는 내가 무엇이 될 것인지를 알지 못했다. 어떤 업무와 아이템을 할지 몰랐다. 하지만 무엇을 하고 싶은 지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휴먼 브랜드 소설을 썼다. (이 부분도 아래 링크를 참고하면 된다)

회고록은 현재에서 과거로 선을 긋는 것이라면 소설은 현재에서 미래로 선을 긋는 것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나의 목적을 가지고 소설을 썼고 아직 오지 않는 미래에서 나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하고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를 연습했다. 나에게 소설은 문학이 아니라 일종에 마인드 / 이미지 트레이닝에 가까웠다.  


 브랜드를 경험해보는 휴먼브랜드 교육과정에는 회고록과 소설 그리고 시를 쓰는 작업도 있다. 이 과정이 작가를 만드는 훈련은 절대 아니다. 우리는 글을 보고 평가하지 않는다. 모두 브랜드의 가치 키워드를 찾기 위한 리서치 작업이다. 금광산 근처에 흐르는 개울물에 접시를 넣어서 흙을 담아 돌려가면서 사금(沙金)을 찾는 작업과 비슷하다. 


  휴먼브랜드 교육과정에서 회고록, 소설 그리고 시 쓰기를 제대로 한다면 대략 1년이 걸린다. 나의 경우에는 혼자서 아무런 가이드 없이 4년을 했으니 물리적으로 글을 쓰는 시간에 충실한다면 1년이 걸린다. 하지만 2021년까지 1년 동안 휴먼브랜드 교육을 한 적은 없었다. 가장 긴 것이 6개월이었다. 


 2022년 3월에 드디어 1년 무료 코스로 휴먼브랜드 교육강좌를 열었다. 일반적인 교육비를 책정해보니 수강생들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회사의 ESG 차원에서 무료로 오픈을 했다. 2022년 3월  휴먼브랜드 과정에 공이 많이 들어갔다. 코로나 상황이기에 대면 강의를 하지 못할 것을 예상해서 모든 강의는 유튜브로 만들었다. 처음 비대면 교육 과정 작업이었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녹음을 하고 파이널 컷 프로라는 앱을 다운로드하여서 편집과 자막까지 혼자서 작업을 했다. 동영상은 101개를 만들었고 개당 10분 분량으로 1,010분이다. 이것만 본다면 약 17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대부분 10분이 넘긴 영상으로 모두 합치면 20시간 장편 교육 영상이다. 한편을 만들기 대본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편집을 하는 시간이 평균 15시간이 넘었다. 

시간으로는 1,515시간이고 63일 동안 작업 분량이었다. 그렇게 교육 자료는 2021년 3월 26일에 첫 영상을 올리고 2022년 1월 27일에 종결했다. 


이렇게 공을 들였던 이유는 이전 휴먼브랜드 교육에서 회의감과 반성 때문이다.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수강생들은 뭔가를 가져가야만 했다. 당연히 돈을 내었으니 그 돈에 맞는(더 많은) 교육 결과물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휴먼 브랜드 자체가 그렇게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수강생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자괴감과 회의감에 빠졌다. 휴먼브랜드의 교육 과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을 배우자]와 [자신을 가르치자]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것도 어려웠고 실생활에서 자기다움을 의식하는 것도 무리였다. 자기 안에 자신을 임신하고 기다려야 하지만 나는 강의 종료시간에 맞추어 알을 깨지 못하고 나오는 그들이 불쌍해서 핀셋으로 슬쩍 껍질을 깨어주는 경우가 많았다. 심한 경우에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휠을 도와주거나 이름과 콘셉트마저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업계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고객여정지도 작성법 (Customer Journey Map)을 응용해서 나의 이야기 여정 지도라고 쓸 수도 있다. 이렇게 쓰면 덜 부담스럽고 그럭저럭 브랜드 리소스를 빨리 찾을 수 있다. 

아주 심각한 것은 자신의 것이 아닌 것도 인정해주거나 계속 발전을 독려했다. 이것은 아직 태어나지 말아야 할 아이를 스케줄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유도분만과 제왕절개를 행하는 것과 같았다. 

사람들은 자기다운 얼굴을 원했기에 나는 같은 키워드와 콘셉트 휠을 가지고 성형수술을 도와주었다. 


교육을 하면서 항상 양심에 가책을 느꼈다. 그래서 이번 교육은 회사 지원을 받아서 무료로 진행한 것이다.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고 눈치 보지 않으면서 정공법으로 알려주려고 했다. 


그런데 … 이것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 수강생들이 과제를 제출하지 못했다. 회고록을 힘들게 쓰는 분도 있었다. 소설은 도입 글만 쓰고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여러 책을 소개하면 그 책에 매달려서 시간을 내지 못했다. 모두들 생계와 직업이 있었기에 점점 중단의 그림자가 발목까지 덮었다. 


수강생들과 회고록을 쓰는 것은 마치 바다낚시를 처음 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노련한 선장과도 같다.(참고로 나는 낚시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낚시에 대한 로망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느꼈고 수많은 낚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바다에서 물고기를 들어 올리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보았다.

낚시는 모르지만 손맛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대충 알 것 같다. 손으로 전해지는 바다 밑에 물고기, 과거의 자신을 건져내는 것과 같지 않을까? 물고기를 끌어올릴 때 보면 힘을 주었다고 잡아당겼다가 이러기를 반복하면서 물고기의 힘을 완전히 빼고 난 후에 물고기를 끌고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것이 낚시라고 한다면 회고록도 비슷하다. 망각의 바다에 있는 과거의 자신을 끌어올려야 한다. 글을 줄처럼 풀어서 쓰다가 다시 생각나는 기억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이다. 이 모든 과정은 뇌에서 이루어진다. 머리가 무겁고 복잡하고 짜증이 나며 피곤해진다.

낚시의 줄이 끊어지거나 미끼가 입에서 나가면 모든 것이 허무해지는 것처럼 글을 쓰다가 감정을 설명할 수 없거나 표현할 수 없거나 자신이 싫어지거나 그 인간들이 미워지거나 열받거나 입에서 욕이 나거나 화가 나면 그렇게 자신은 망각으로 도망간다. 

회고록을 쓴다고 자기다움이 발견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자신이 자신을 직면하는 용기와 기술을 배우게 된다


굳이 이렇게 어렵게 해야 하나? 

휴먼브랜드 교육 과정을 마친 수강생에게 시간이 좀 지나면 그들에게 질문을 해본다. 수업시간에 나와 같이 만들었던 자신과 브랜드의 가치 키워드를 물어보았을 때 대답을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정확히 말하는 사람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수업 이후에 업데이트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 바빠서 잊는다. 내가 이들과 6개월 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 그래서 굳이 1년 코스로 교육을 설계한 것이다


나의 회고록을 보여주고 싶었지만(소설은 보여주었다)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는 대부분 손글씨로 쓴 단편 일기이다. 회고록의 내용은 대부분 특정인을 향한 욕과 저주 그리고 분노가 피딱지처럼 그대로 있기에 보여줄 수 없다. 나의 회고록은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가 없을 정도의 오물로 가득 차 있다. 건져 올리는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대부분 나의 옛 모습, 괴물이었기에 누구에게 보여줄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이렇게 쓴 회고록은 내가 죽기 몇 년 전에 모두 불태울 예정이다. 오늘 샘플로 보여주는 나의 회고록은 이해를 돕기 위해서 쓴 것이다. 


처음 쓰는 나의 회고록은 온통 욕만 썼다. 하지만 한번 그렇게 욕을 하고 안보는 것이 아니다. 다시 보면서 내가 아직도 그 사람들과 그 실수에 묶여 있는 것을 본다. 나는 닭장 같은 개장에 갇혀서 계속 으릉렁거리는 짖는 미친 개였다. 그런 개 같은 감정을 들고 살면 … 결국 나만 피곤한 일이 아닌가? 일단 나를 달래기 위해서 나는 욕을 하고 기다리고 그리고 나의 유약함과 유치함을 계속 기다린다. 그렇게 곪았던 살을 긁어내는 것이 아니라 썰어 내어 버리는 것이다. 회고록은 습윤밴드처럼 붙여 두고 기다리면 물이라고 올라오는 것을 보는 것 같다. 

 회고록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점차 시간이 맞지 않는 손목시계 태엽을 감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금 내가 론칭하려는 휴먼브랜드를 마음에 두고 과거의 나를 찾는 것은 크라운(용두)를 돌려서 늘어진 나의 시계를 움직이게 하는 것과 같다. 이것을 설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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