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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Aug 22. 2022

휴먼브랜드 회고록(8)/웍샵

자기다움(2) -활용 편

휴먼브랜드 회고록 작성 교육과정에서 기억나는 사건만 기록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 쓰는 이유는 기억에 붙어 있는 사실을 왜곡시키는 감정을 도려내기 위함이다. 아무리 잘 쓴 연애편지도 3일 묵혔다가 읽으면 창피한 것처럼, 기억에 남아 있는 사건도 글로 써서 몇 주 후에 보면 처음 꺼냈을 때와는 다르다. 거짓 감정이 사라진 기억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거나, 썩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썼지만 도저히 창피해서 읽을 수 없는 글을 ‘유치뽕짝’이라고 했다. 


대부분 기억은 자기 연민 캡슐로 보관되어 있다. 하지만 글로 그 껍질을 찢어 풀어 헤치는 순간에 기억과 기록은 뒤엉켜서 섞여 버린다. 비교적 큰 감정으로 붙어있었던 기억을 써보려고 하면 막상 3줄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좌뇌를 이용해서 감정을 빼고 사건을 쓰다 보면 추억이란 자해와 자작극에서 만들어진 조작된 기억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이 부분은 설명하기 어렵다. 사람마다 그 양상이 다르다.


회고록 교육 과정 초반에 글을 써야 되는 이유를 설명하지만 직접 해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것 같다. 나도 그랬으니깐 … 글로 쓰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쓴 글을 묵혔다가 다시 읽으면서 기억에 붙어 있는 조작, 주작, 연민, 자해, 오해와 같은 것들을 도려내야 한다. 이것은 자신만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억 글쓰기에는 교정 교열이라는 것이 필요 없다. 휴먼 브랜드 회고록에서는 진실과 사실도 중요하지 않다. 사건에 대한 나의 반응이다. 내가 무엇 때문에 반응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휴먼브랜드 회고록의 핵심이다. 이렇게 해서 휴먼브랜드의 콘셉트와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것이다.


사과나무의 사과는 셀 수 있지만, 사과 씨 안에 있는 사과는 셀 수 없다.

사과 씨가 사과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씨는 땅에서 죽어야만 한다.

이런 말을 겨울에 눈 내리는 소리라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는 아니다.

“당신의 인생을 단계별 콘셉트로 적어 보세요?”

“당신의 아이덴티티 변화를 설명해보세요?”

“당신이 존재했다는 그 시기는 언제입니까?”

“당신이 지금의 당신으로 살게 된 것은 언제인가요?”

“몸무게 말고 당신에게 변화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어떻게 성장했습니까?”

“당신의 인생의 시간 중에서 사건별 혹은 기간별로 주제곡이나 제목을 붙여 보세요.”

“당신의 인생을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만든다면 주인공, 등장인물을 적어 보시고, 포스터 제목도 적어 보세요.”


휴먼브랜드 회고록 교육 프로그램[모노드라마] 중에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시간이 있다. 처음에 이런 시간을 갖고 교육을 시작하면 초반에 50%는 그만둔다. 자신에 대해서 더 고민하고 참여하겠다고 말하지만, 아직 다시 교육에 참여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이것을 중간에 두었는데 반응은 비슷하게 나왔다.


 결국에는 이 과정은 졸업식을 앞둔 졸업 프로그램이 되었다. 하지만 제대로 한다면 처음에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만 절망이 무엇인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까지 헛살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졸업 프로그램이 되면 그동안 회고록을 쓰면서 어느 정도 훈련받아서 그 충격을 받아 낸다. 고의로 좌절하게 만든 이유는 휴먼 브랜드로 부활하기 위해서다. (이 부분은 다른 프로그램에 동영상과 매뉴얼로 만들어 놓았다)


휴먼 브랜드 회고록 작성 프로그램에서 입학과 졸업에서 두 번 쓰는 리포트가 있다. 하나는 [자기 사용설명서]와 [자기 사용계획서]이다. 기업에 취직할 때 자기소개서를 쓰고, 사업을 할 때 투자자에게 사업 기획서를 작성한다. 그렇다면 휴먼브랜드가 되는 자신에게는 무엇을 써야 할까? 자신이 자신에게 설명/설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자기 사용설명서’는 자신이 어떻게 작동(행동)하고, 무엇에 반응하고, 어떤 것을 목적으로 태어났는지에 관해서 쓰는 글이다. 주의사항과 특이사항이라는 여러 가지 항목을 최소 A4 10장, 11포인트로 작성한다. 이것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신을 관찰한 내용을 작성한 내용이다.


‘자기 사용계획서’는 ‘자기 사용설명서’를 참고하여 자신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이고, 어떤 일을 할 수 있으며, 어떤 브랜드가 될 수 있는지를 작성하는 글이다.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떻게 학습하고 변화할 것인지 그리고 자신에게 위협되는 것들은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관한 여러 항목을 작성한다. 이것도 최소 A4 10장, 11포인트로 작성한다. 


그러니깐 … 원래는 처음과 마지막에 두 번 작성하는 시간인데 이것도 제대로 작성하는 경우가 50%, 아니 30% 미만이다. 모노드라마 교육과정을 통과한 사람들이 이것을 작성하다가 50%가 그만둔다. 결국에는 휴먼 브랜드 교육과정에 100명이 신청하면 오리엔테이션에서 90% 이상이 포기한다. 이렇게 시작한 휴먼브랜드 회고록 과정에서 남는 사람은 1명 혹은 0명이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글로 쓰는 것이 정말 어렵다.



1997년 ~ 2000년

나의 시기에 이름을 붙인다면 [죽음의 기원]이라고 쓸 것이다. 사실 ‘부활’이라고 쓰고 싶지만, 부활의 시기는 2000년부터이다. 이 시기는 겨울보다 추운 여름이었다. 주제곡을 뽑는다면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앤 해서웨이가 판틴 역으로 불렀던 ‘I dreamed a dream’


https://www.youtube.com/watch?v=JrLtrDnLjss



판틴의 노래 'I dreamed a dream' | 레미제라블


There was a time when men were kind

When their voices were soft

And their words inviting

There was a time when love was blind

And the world was a song

And the song was exciting

There was a time

Then it all went wrong

I dreamed a dream in times gone by

When hope was high and life worth living

I dreamed, that love would never die

I dreamed that God would be forgiving

Then I was young and unafraid

And dreams were made and used and wasted

There was no ransom to be paid

No song unsung, no wine untasted

But the tigers come at night

With their voices soft as thunder

As they tear your hope apart

As they turn your dream to shame

He slept a summer by my side

He filled my days with endless wonder

He took my childhood in his stride

But he was gone when autumn came

And still I dream he'll come to me

That we will live the years together

But there are dreams that cannot be

And there are storms we cannot weather

I had a dream my life would be

So different from this hell I'm living

So different now from what it seemed

Now life has killed the dream

I dreamed



이때,

내가 담당했던 광고 브랜드는 약 22개였다. 혼자서 22개의 브랜드를 관리했다. 지금 회상하면 업무 강도의 수준은 끔찍했다. 하지만 나는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콘셉트를 정하고, 시안을 만들고, 카피를 쓰고, 모델을 정하고, 촬영해서 매체 지면 광고를 진행했다. 하지만 몇 년 하지도 못하고 모든 것이 사라지는 사건이 대한민국을 덮쳤다. IMF가 시작되었다.


 브랜드가 가장 먼저 했던 것은 광고를 중단하고 현금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광고를 더 이상 할 수 없었고 나의 역할은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광고부서 인원들은 인력 재배치에 들어갔고 더러는 퇴사했다. 나도 더 이상 광고하지 못하게 되었고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았다.

4년 동안 꿈꾸었던 것을 하고 있었는데 … 모든 것이 사라졌다.

세상이 나의 꿈을 죽여 버렸다.


Now life has killed the dream

I dreamed


그리고 

새벽이라는 태명을 가진 첫 번째 가진 아이는 유산되었다.

 







유니타스 매트릭스 


골목대학의 장소 이름을 유니타스 매트릭스라고 정했다.

매트릭스Matrix는 어머니를 뜻하는 'mater-/matr-' 가 어근으로 만들어진 단어다. 이 단어는 라틴어에서 임신한 동물이라는 의미에서 자궁이란 의미로 확장되었다.

골목대학은 골목 가게를 브랜드로 만드는 자궁의 콘셉트로 세워졌다. 

꿈을 브랜드로 만드는 그런 자궁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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