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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Aug 30. 2022

휴먼브랜드 회고록(14)/웍샵

자기다움(2) -활용 편

이번 글은 [휴먼브랜드 회고록 쓰기]의 방법론 부분을 설명합니다. 동영상을 보고 읽으시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0A7lcQuI88






권민, 자가면역질환


조태현(과거의 나)에게 권민(미래의 나)은 자가면역질환 루푸스였다.

권민이라는 필명을 사용하면서 7년 동안은 조태현이 권민을 공격하는 것인지, 권민이 조태현을 공격하는지 몰랐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 차이에서 생기는 ‘통제 가능한’ 부작용이라고 착각했다. 


만약 ‘권민’이 아닌 또 다른 휴먼브랜드 이름(‘유 솔’)로 다시 시작한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으로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방법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많은 부작용을 경험했다. 권민이라는 이름으로 10년을 휴먼 브랜드 매뉴얼대로 살아 보고, 다시 10년을 권민이 되는 Dos &Don's로 살아보니 삶에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했다.


 타인의 심장을 이식하는 사람에게 심리적 증상으로 이인증(離人症, Depersonalization)이라는 것이 있다. 이인증은 스스로가 자기 몸과 마음에서 분리되어 있거나, 또는 자신의 관찰자가 되는 듯한 증상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나는 휴먼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이인증을 활용했다. 관찰자 시점으로 나를 목적 중심으로 리셋하는 것은 좋았으나 조태현(수십 년 동안 습관과 선입견으로 살아온 나)이 겪는 거부 반응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류의 시작은 ‘이인증’을 남용한 것이다. 특히 조태현도 분명 나였는데 권민이 실수한 조태현을 가혹하게 정죄했던 부분을 모른 척했다. 그래서 조태현인 ‘나에게’ 지금까지 여전히 ... 미안하다.


휴먼 브랜드 교육과정에서 [회고록 쓰기]를 첫 번째 교육 프로그램을 정한 이유가 바로 나처럼 자기다움이 아닌 자가면역질환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다. 

 다른 사람의  신체 이식과 조혈모 세포를 이식할 때 반드시 ‘면역 체계의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처럼, 휴먼브랜드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오류와 부작용이 '반드시' 일어난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휴먼브랜드의 시작이다.



나는 모라비안바젤 컨설팅 회사를  경영하면서 권민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시작부터 조태현은 존재하지 않았다. 권민은 패션인사이트에서 1년 동안 얼굴 없이 활동했던 고스트 에디터였다. 얼굴 없는 에디터로 활동하다가 갑자기 패션 컨설턴트 권민으로 론칭(?)했다. 권민은 전문적인 마케팅 보고서 발표하고 여러 세미나에서 강의를 했다. 브랜드 론칭으로 본다면 제법 성공한 전략이었다. 앞서 말했지만 이렇게 ‘권민’에 취해있을 때 나에게 벌어졌던 루푸스 사건이 나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만든 것이다.


 루푸스 오진 사건은 회사 이사들과 직원에게 약속한 모라비안 바젤 대표의 임기는 3년 남은 때였다. 경기는 갑자기 어려워졌고, 컨설팅 오더는 들어오지 않았다. 회사에 와도 할 일이 없었던 시기가 였다.


 ‘운명처럼’ … 정말 아침 드라마에서 귀찮은 작가가 시청자의 항의에 할 수 없이 동쪽에 귀인과 주인공을 만나게 해주는 것처럼, 나는 고즈윈 출판사의 고세규 대표를 만나게 되었다. 고 대표는 내 인생에 삼아 기획 김 이사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고세규 대표는 현재는 김영사 대표이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고세규 대표는 김영사에서 최연소 편집장을 하다가 고즈윈이라는 출판사로 창업했던 때였다. 우리의 만남은 환경재단 이미경 님의 소개로 ‘우연히’ 소개받아서 만나게 되었다. 그는 나에게 제다이 스승 요다와 같은 존재였다.


 나는 고세규 대표에게 [블랙홀 시장 창조 전략]이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마케팅 책을 제안했다. 미국 드라마 X파일을 콘셉트로 멀더와 스컬리를 통해서 시장 상황을 풀어간다는 의도에 대해서 관심을 보였다. 그렇게 그와 책을 만들고 나서 고즈윈에서 [리더십 바이러스] 외 10여 권의 책을 출판하였다. 


패션인사이트가 나를 에디터로 만들었다면, 고즈윈 출판사는 나를 3년 뒤에 론칭하게 될 유니타스브랜드 편집장 권민으로 만들어 주었다. 고세규 대표는 나의 원고를 읽고 틀린 부분을 지적해주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해 주었다. 업계 신문 에디터의 지식이 전문성이라고 한다면 단행본 편집인의 지식은 작가와 긴 호흡을 함께 하는 것이다.  


나는 그의 손에서 기자가 아닌 작가로서 훈련을 받았다. 그때는 몰랐지만 2007년에 유니타스브랜드 잡지를 론칭을 할 때 나는 그에게 배운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나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갑자기 인생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다. 컨설팅 클라이언트였던 이엑스알 브랜드에서 자기 브랜드의 광고 홍보만을 위해 별도의 홍보 대행사를 세우고 싶어 했다. 클라이언트 민복기 대표의 요청이었다. 그래서 나는 EMC 엔터테인먼트라는 홍보 PPL대행 회사를 세우고 직원 5명으로 출발했다. 그 이후에 또 하나의 오더가 들어왔다. 


이엑스알이 중국 진출을 위해서 드라마를 제작하는 프로젝트였다. 중국에서는 길거리 광고판과  TV광고를 하는 것보다 PPL로 잘 만들어진 드라마를 제작하여 방송하는 것이 더 좋다는 전략을 세웠기 때문이다. 황당한 접근이었지만 전략적인 접근이었다. 이엑스알에서 나에게 50억을 투자해서 드라마 제작사인 XONYX를 설립하게 되었다. 여기에 원래 운영하고 있는 광고대행사 Basel까지 합치면 나는 갑자기 4개 회사의 대표이사가 갑자기 되었다. 하지만 루푸스 사건으로 회사에 정나미가 떨어진 나는 약속한 임기를 채우고 나는 공부를 하기로 어느 정도 마음에 결정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마음에 떠있는 상태에서 일을 하다 보니 타석에서 자꾸 헛스윙만 하는 타자가 되었다. 공을 보지 않고 투수의 동작을 보면서 대충 맞혀서 나가려는 게으른 타자였다. 


 이때 내 인생에 가장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나는 XONYX를 운영하면서 드라마 작가가 되어서 시나리오를 제작하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절대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었다. 지금은 직업 전문 드라마가 어느 정도 장르로 있었지만, 그때는 형사물 외에는 없었다. 나는 고즈윈에서 출간한 마케팅 장편 소설인 [마음 사냥꾼 1,2,3]을 대본으로 드라마를 만들었다. 이 책으로 드라마를 만들자고 말한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채택이 되어서 방송 시나리오를 썼다. 그렇게 우리는 사전 제작 드라마는 6편으로 만들었다. 주인공은 백종원 씨의 아내 소유진과 김유석 배우였다. (아직도 내가 CD로 가지고 있다)


 엄청난 양의 업무로 죽을 것 같았지만, 그럴 때마다 40세에 모두 그만둘 것이라는 마음으로 버티면서 회사를 경영했다. 원 없이 일해보다가 후회 없이 끝내자는 마음이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내가 [유니타스브랜드] 잡지를 론칭하게 될 줄은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모든 것을 작위적으로 해석하는 것 같지만, 이렇게 황당한 모든 과정도 유니타스브랜드 편집장 권민이 되기 위한 일련의 훈련이었다. 광고 기획으로 시작해서, 브랜드 지식, 패션업계 지식 그리고 브랜드 론칭까지 나는 지식과 경험을 통합하면서 유니타스브랜드 편집장 권민이 되어가고 있었다.


 자가면역질환 루푸스는 오진이었지만 나에게 사람과 세상을 다시 바라보는 관점을 갖게 했다. 모라비안바젤 컨설팅 권민 대표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지만 이로 인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다. 이에 따라서 내 안에 평생 대답해야 하는 질문이 있게 되었다. 권민이라는 탈을 쓰고 생활하면서 근본적인 질문을 나에게 했다.


자기다움은 무엇인가?

자기답게 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떻게 자기답게 사는 것인가?

권민은 자기다움인가? 자기기만인가?

나는 2007년에 모라비안 바젤 대표를 사임했다. 그리고 5년 뒤에 모라비안 바젤 대표를 하면서 자기모순으로 고민했던 내용을 정리한 [자기다움]이라는 책을 썼다.


그렇게 나는 사임하고 [새벽 나라에 사는 거인]을 다시 기다리는 조태현이 되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다면 나는 모라비안 바젤 컨설팅을 안 했을 것이다.

권민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전에 먼저 회고록부터 썼을 것이다.



회고록의 목적 


휴먼브랜드 회고록을 쓰는 첫 번째 목적은 브랜드 창업을 위한 브랜드 DNA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첫 번째 목적과 같은 순위에 있는 두 번째 목적은 창업을 막는 방법이기도 하다. 나는 유니타스브랜드 잡지 편집장으로 있으면서 많은 브랜드 창업자와 인터뷰했다. 창업자에게 하는 인터뷰의 첫 번째 질문과 마지막 질문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질문은 “왜 소비자가 이 제품을 사용해야 합니까?”

마지막 질문은 “대표님께서는 인터뷰하면서 받아보고 싶은 질문은 무엇입니까?”


첫 번째 질문은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골든 서클 WHY에서 시작되는 질문이다. 왜 이것을 만들지? 왜 우리는 이 브랜드를 론칭했는가?라는 목적이 없으면 대답하지 못한다. 엉겁결에 “싸고 좋으니까.” 혹은 “트렌드를 잘 반영하는 친환경이니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게는 브랜드의 정의는 제품이다. 마지막 질문을 받으면 둘 중의 하나다. 난처해지거나 아니면 빙그레 웃으면서 나를 쳐다본다. 난처한 이유는 이런 질문을 받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다. 그리고 질문을 이해한 것 같지만 스스로 질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쑥스럽게 웃으면서 뭔가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은 희한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다.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안경으로 사람은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맛있는 과일을 통해서 세상은 얼마나 더 좋아질까요?”

“모두가 목적으로 하나 된 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한 그루의 나무가 사람을 살릴 수 있을까요?”

“비료 없이 식물을 키워 땅이 회복되면 세상이 아름다워진다고 생각하시나요?”


자신에게 하는 질문 내용을 살펴보면 어떤 대답을 듣고자 하는 질문이 아니다. 이들은 질문으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용기를 내라고 응원하는 중이다. 자신에게 하는 질문은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서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격려이고, 자신이 존재하는 목적을 향한 외침이다.

 개인적이고 일반화된 통계치이지만 나는 이 두 개의 질문으로 브랜드를 진위와 미래를 판단한다. 그렇다면 이것을 자신에게 그대로 적용한다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왜 나는 존재해야 합니까?”

“당신이 신에게 질문을 받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만약'이 질문의 대상자가 신이 싫다고 한다면 다른 대상자가 있다. 

죽어가는 당신에게 자녀가 이렇게 물어본다면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이것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과거의 당신과 미래의 당신이 지금의 당신에게 어떤 질문을 하기를 바랄까?”


이것도 정해진 대답이 없다. 그 대답이 바로 지금까지 당신의 자기다움이다. 그것이 완성체인지 아니면 씨앗인지도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오직 당신만 대답할 수 있는 대답이라는 것이다. 자기다움은 그 질문과 대답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휴먼브랜드 회고록도 그 질문과 대답을 찾기 위한 글쓰기이다. 결론적으로 휴먼브랜드 회고록을 통해서 자신은 자신을 만나게(될 수도 있다) 된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슬쩍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창업을 하기 전에 이런 질문의 대답을 통해 자기 안에 있는 3명 중에 한 명의 자신을 만난다. 

‘창업을 지금 하면 안 되는 사람’

‘창업을 절대 하면 안 되는 사람’ 

‘창업을 반드시 해야 하는 사람’ 그 외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사람도 만나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면 창업하지 말아야 하는데 모르겠다고 말하고 창업하고 망하는 사람이 많았다.


 휴먼브랜드는 자기다움을 확인하고 확장하는 위한 방법이다. 휴먼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퍼스널 브랜드와 다른 개념이다. 평화시장에서 파는 실크 스카프는 7만 원이지만 이것이 에르메스 브랜드가 되면 90만 원이 된다. 퍼스널 브랜드가 되면 이런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휴먼브랜드란 자기다움으로 완성된 브랜드를 경험하는 것이다. 가격과 품질의 상승을 얻는 것이 아니라 목적과 가치와 하나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휴먼브랜드 파트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모라비안바젤에서 브랜드 컨설팅과 루푸스 비영리단체의 관계가 나에게 정의할 수 없는 또 다른 세계로 인도했다. 한일합섬, 두란노, 이랜드그룹, 낮은 울타리 그리고 내가 창업한 모라비안바젤까지 사람이 만든 조직이기에 사람이 겪는 질병이 법인 안에 그대로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바이러스, 암 그리고 기생충과 염증과 비슷한 조직의 문제가 사람의 문제와 동일하게 드러났다. 물론 모든 문제는 그 회사 중심에 있는 나를 통해서 시작했고 경영에 대한 무지와 무식이 나의 뼈를 썩게 했다.
 

20년이 지나서 돌이켜 보니 내가 머물렀던 그 산의 크기를 볼 수 있었다. 이제 시공간의 산에 내려와서 돌아왔던 길을 보면서 내가 모라비안바젤에서 배운 것은 명확해졌다. SF소설처럼 썼던 [새벽 나라에 사는 거인]과 가상의 만들었던 권민 그리고 여전히 조태현으로 존재했던 내가 겪었던 그 모든 것은 인생의 픽션 FICTION, 팩트 fact 그리고 페이크 FAKE를 경험한 것이다. 아직도 그때 나를 보면서 그 어떤 것이 나였는지를 파악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내가 다행히도 더 악화하지 않은 이유는 나에 관한 회고록 같은 책을 썼기 때문이다. 나의 모습을 보면서 썼던 [리더십 바이러스], [양손잡이 리더십], [성공하는 30대의 리더십, 헬퍼십]을 쓰면서 끊임없이 나에 대한 문제점을 찾았다. 이 또한 고세규 대표의 가르침과 지도함 가운데 이루어진 자가 학습이다. 다음에 [새벽 나라에 사는 거인]은 모라비안바젤 회사를 사임하고 다시 [새벽 거인]이라는 개정판을 내었다. 7년 동안 새벽을 살다가 드디어 현실로 돌아와서 다시 영점 조정을 한 책이다. 다음에 나오겠지만 [새벽 거인]은 [새벽 나라에 사는 거인]을 7년 동안 경험했던 사실을 근거로 쓴 나의 새로운 대본이었다. 이때부터 나는 지금의 휴먼브랜드와 권민이라는 원래 나였던 내가 되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훈련을 했다. 나는 [새벽 나라에 사는 거인]의 소설이 아닌 회고록인 [새벽 거인]이 되기 위해서 조태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는 권민이라는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권민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


이 질문의 대답은 “나는 가치와 약속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단체를 브랜드로 그들의 경영을 돕고 싶습니다.”였다. 이것은 뜬금없는 선언이 아니라 1997년 9월에 [약자를 돕기 위해 전문가가 되자]라고 썼던 나의 만트라에서 나온 것이다. 약자를 돕기 위한 전문가는 나의 생각이 아니라 마더 테레사가 ‘재능은 이웃을 위한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그녀의 깨달음에서 가져왔다.

 이런 사람이 될 것이라고 처음 작성했을 때는 뿌듯했고, 몇 년이 지나서 유치했고, 몇 년이 지나서는 한심하게 보였다. 그러나 40대가 된 이후에는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했고 지금은 나의 목적이 되어서 간절하다.


휴먼브랜드 회고록을 쓸 때 지금의 목적을 과거의 이유와 연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억지로 꿰맞추는 것이다. 자기다움이 아니라 자기기만으로 만들어지는 왜곡된 기억을 조심해야 한다. 내 경우에 과거의 기억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한다. “너는 루푸스 카페가 비영리 단체 휴먼브랜드의 동기라고 생각해?” 자신에게 솔직하다면 3번 질문을 하면 사실과 거짓이 드러난다. 그래도 내가 스스로 나를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렇게 묻는다.


‘루푸스  오진 사건을 비영리 단체 휴먼브랜드의 연결점으로 선정해야 하는 이유 100가지, 선정하지 말아야 할 이유 100가지’를 써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200개까지 모두 써 본 적은 없었다. 대부분 20개 정도를 쓰다 보면 나 자신이 나를 속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지금 갖게 된 국어 실력은 어떻게 배웠고 언제 향상되었을까? 나의 관찰력은 언제부터 독특해졌고, 성장했으며 지금은 어떤 단계일까? 내가 배우고 성장하고 성숙하는 과정을 아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한글은 학교에 가기 전에 배웠지만, 그것만으로 내가 한글을 지금처럼 사용하게 된 것은 아니다. 회고록을 쓰면서 내가 지금 가진 자기다움(재능, 장점 혹은 차별화된 그 무엇)이 어떻게 발전해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나를 배우는 학습의 기초단계이다. 회고록을 쓰면서 발견해야 하는 것은 내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배워가는지를 발견하는 것이다. 시간대별, 쓸 때, 말할 때, 걸으면서, 혼자 있을 때 … 내가 나를 느끼고 나의 성장을 느낄 때가 있다. 곤충의 변태 같은 순간이 오는데 이것도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질문이 바뀐다]. 나에게 하는 질문이 바뀔 때 나는 또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을 느꼈다. 2000년도부터 일기를 쓰면서는 질문을 기록했지만 아쉽게도 그 이전에는 내가 어떤 질문을 나에게 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질문을 통해 나를 보는 방법을 배웠다.


나는 언제부터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내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일까? 내가 배워서 알고 있는 것일까? 왜 나만 그것을 느끼는가? 사실 그것이 습관인지 본능인지를 알지 못하지만, 분명한 것은 광고기획 발표 보고서 때부터 갖게 된 습관인 것 같다. ‘소비자 관점’이라는 것이 나에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소비자 조사를 하면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대안이 나올 때가 많았다. 


특히 나는 포커스 소비자 조사를 하면서 다르게 생각을 시작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렇게 배운 소비자 관점은 여러 책을 쓰면서 계속 강화된 것 같다. 그러나 어떻게 내가 배우는 것을 배웠는지를 알 수 없다. 거의 본능에 가깝다. ‘배우는 것을 배우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나에게 물어본다면 나는 외우고 있는 답이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처럼 말할 수 있다. [자기다워지는 것이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물은 자신만의 생존본능이 있다. 특히 다른 생명체를 잡아먹는 모든 곤충과 생물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이 있다. 사자와 곰의 사냥 방법이 다르고, 늑대와 거미가 사냥 방법이 다르다. 그렇다면 나의 사냥방법(자신의 생존을 위한 학습 방법이라고 하자)은 무엇일까? 남이 알려주거나 남이 나에게 주는 음식을 먹는다면 우리는 가축 혹은 애완동물이라고 한다. 같은 월급을 받더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월급을 받는다면 다르다고 생각한다.


 휴먼브랜드 회고록을 쓸 때, 내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확인해보아야 한다. 어떤 책을 읽고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그리고 어떤 것에 질문을 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지구의 자전 속도는 약 1667km/h이다. 1시간에 1,667킬로미터를  이동한다. 1초에 0.463km / sec(초속 463m이다). 지구의 공전은 더 빠르다. 초속 약 29.8km/sec이다. 음속의 87배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구 안에 있기 때문에 속도를 느끼지 못한다. 인간의 가청주파수는 20Hz부터 16,000Hz까지  밖에 들을 수 없으므로 지구가 돌아가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우리 눈에는 태양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태양도 자전과 공전을 한다. 태양은 은하를 한 바퀴 공전하는데 약 2억 년의 시간이 걸린다. 태양이 탄생한 지 약 50억 년이 되었다고 하니 지금까지 25번 공전했다. 태양의 공전 속도는 초속 217km 정도이다.


 우리가 모두 죽음을 향해 공전하고 있는데 시간의 속도를 알지 못한다. 모든 사람이 같은 달력과 하루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오늘이라는 시간 안에 들어가면 24시간의 속도감은 빠르지만 느리게 움직인다. 식사를 하면서 하루를 다 쓰고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회고록을 쓸 때 비로소 시간의 속도와 방향을 알 수 있다. 내가 지금 얼마나 빠르게 죽음을 향해서 가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눈 깜작할 사이에 시간은 지나간다. 그런 상황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고 성장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은 불가능한 영역이다. 우리의 가청 주파수 때문에 지구 자전과 공전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과 습관 그리고 여러 가지 사건으로 인해서 내가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알 수 없다.


경험상 유일한 방법은 나의 질문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질문의 변화는 나무의 나이테와 같다. 겉으로 보기에 성장이 느리고 알 수 없지만, 질문의 갈구와 노력은 내 인생의 테를 만들어간다.


미래를 만드는 질문들.

휴먼브랜드 회고록의 시작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나는 왜 휴먼브랜드가 되어야 하지?’ ‘나는 왜 브랜드를 론칭해야 하지?’ 이런 질문으로 이유가 될 수 있는 기억을 찾는다. 지금 이 회고록을 쓰는 질문은 “왜 나는 ‘브랜드 비영리 단체’를 운영해야 하는가?”에서 시작했다. (물론 휴먼브랜드 교육과정에서 회고록 쓰기에서 샘플을 보여주는 목적도 있다.) 이런 질문을 가지고 회고록을 쓰면 예전에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들을 마주하게 된다. 꼭 회고록을 쓰기 위한 질문이 아니더라도 인생의 질문이 대답보다 얼마나 더 진지하게 만드는지를 말하고 싶다.


우선 내 인생의 최고의 질문은 2001년부터 2015년까지 가졌던 ‘브랜드란 무엇인가?’이다 이 질문을 통해서 브랜드 컨설팅 회사를 창업했고, 모라비안바젤 출판사를 만들고, 유니타스브랜드 잡지사, 유니타스 클래스라는 교육회사도 만들었다. 특히 이 질문의 대답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서 만든 [유니타스브랜드] 잡지는 지금까지 살면서 질문에 가장 충직한 대답을 하려는 나의 태도였다. 2019년까지는 “사람도 브랜드가 될 수 있는가?”가 나의 질문이었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질문은 “지속 가능한 지구 환경과 인간의 삶을 위해서 사회적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이다. 최고의 질문은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게 만든다. 질문은 나를 앞으로 밀고 나가게 만든다.


 휴먼브랜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많은 질문은 자신이 휴먼브랜드가 된 것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에 관한 질문이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나의 질문을 내가 받는다면 휴먼브랜드입니다.” 선문답 같지만 이것 외에는 대답이 없다. 내가 만약에 ‘브랜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면서 살아가다가 누군가가 나에게 ‘브랜드는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내가 이 질문의 대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너는 왜 권민이 되려고 하는가? 이 질문에 100개의 대답을 써볼 것 같다.

그리고 99개를 지우고 오직 하나의 대답에 대해서 진짜인지를 확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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