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원자화
원자를 어디까지 쪼갤 수 있을까?
세상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 단위인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주장은 기원전 레우키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자 현미경조차 없던 그 옛날, 어떻게 그런 사유에 닿을 수 있었는지 그 통찰의 깊이가 경이롭기만 하다.
물론 레우키포스가 말한 ‘원자’는 철학적 가설이었고, 오늘날 우리가 아는 분해의 단계는 현대 과학이 밝혀 낸 구조다. 과학의 언어로 말하자면 원자는 원자핵으로,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나뉜다. 더 깊이 들어가면 쿼크에 이르며, 현재의 물리학에서는 그보다 더 작은 내부 구조가 확인되지 않은 수준에 닿는다.
인간이라는 존재도 원자처럼 쪼개어 들어가면 그 근본에 닿을 수 있을까? 사람을 쪼갠다는 것은 생물학적 세포 분해가 아니라, 정체성의 구성을 살피는 일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라는 질문은 기원전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영원한 화두다.
그 답을 찾기 어려워 우리는 오랫동안 별자리나 띠(12간지)에 기대어 자신을 파악하려 애써 왔다. 20년 전만 해도 혈액형 분석이 지배적이라 〈B형 남자친구〉 같은 영화까지 나왔지만, 이제는 인간 유형을 16가지로 나누는 MBTI가 가장 널리 쓰이는 도구가 되었다.
나를 설명하는 가장 일반적인 ‘원자 단위’는 재능이다. 요즘은 ‘유치원 7세 고시’라는 기괴한 말이 돌 정도로 아주 어릴 때부터 재능을 검증받길 강요받는다. 하지만 타인의 기준에 맞춰 숨 가쁘게 달리던 시절이 지나고, 퇴직과 은퇴를 목전에 둔 40대 후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우리는 절박하게 자신의 재능을 다시 점검하게 된다. “과연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남은 생은 무엇으로 먹고살아야 할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 ‘1인 기업’을 권한다. 1인 기업을 시작한다고 해서 내 재능과 생계 수단을 즉각 깨닫게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홀로 서는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준비가 부족했는지, 자기 객관화가 얼마나 안 되어 있었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내가 자연인이 아닌 ‘법인’으로서 살아낼 수 있는지 가늠해 보며, 내 삶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아이덴티티, 재능, 소명 등)를 마주하게 된다.
브랜드 잡지를 만들며 배운 것이 있다면, 사업은 결국 창업자를 닮는다는 사실이다. 브랜드는 창업자의 영혼을 투영하고, 더 구체적으로는 의사결정의 습관과 두려움의 패턴까지 드러낸다. 우리는 사업을 통해 자신을 배우고, 실체를 선명하게 인식한다. 그러므로 사업은 단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이 되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브랜드를 만들 때 우리는 그 원자라 할 수 있는 핵심 가치, 본질, 비전과 미션을 정의한다. 개중에는 이를 외주로 맡겨 그저 웹사이트 장식용 문구로 쓰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자신에게 적용해 스스로를 쪼개어 보는 경험을 강력히 추천한다. 브랜드의 언어로 자신을 다시 정의하는 순간, 삶은 더 이상 막연한 불안이 아니라 실험 가능한 구조가 된다.
아래 소개하는 ‘브랜드 휠’은 이번 〈엔텔러키 브랜드〉 3호(1인 기업가의 휴먼브랜드)에서 나를 샘플로 삼아 분석한 것이다. 이 휠을 통해 자신을 집요하게 쪼개고 파고들면 둘 중 하나를 경험하게 된다. 핵분열처럼 자아가 분리되며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거나, 핵융합처럼 흩어졌던 모든 것이 하나로 결합하며 거대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 에너지로, 이제 1인 기업을 시작하면 된다. 에너지는 목적을 향해 흐를 때 비로소 브랜드가 된다.
“지금은 질문을 살아 내라.” —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4번째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