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일하지 못할 때 나는 누구인가?

두 번째 나

by 권민

이 질문은 퇴직과 은퇴를 앞둔 중장년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 대학교 졸업을 앞둔 내 딸과 대학 2학년인 내 아들 앞에도 놓인 질문이다.


3일 전, 나는 메이비원(주)의 황 대표님(60)을 만났다. 그는 내가 ‘권민’이라는 필명으로 패션인사이트에 글을 쓰게 해준 발행인이기도 하다.


5년에 한 번쯤 만나거나 문자로 안부를 주고받던 황 대표님을 통화한 다음 날 바로 찾아간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인공지능으로 3개월 동안 코딩을 배우고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이야기가 내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인공지능으로 사는 두 번째 나」라는 컨퍼런스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문과 출신인 그가 직접 만들었다는 고객 주문 관리 프로그램을 직접 보고 싶었다. 솔직히 학생들이 인공지능으로 만든 테트리스 게임 정도의 수준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는 전문 개발자가 만들 법한 수준의 고객 관리 프로그램을 직접 시연해 보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인공지능을 통해 배우다 보니 마치 다시 30대가 된 것 같아요. 다시 30대가 되어 창업하는 기분입니다.”


그 말이 오래 남았다. 마치 다른 세상을 보고 돌아온 사람처럼, 어떻게 배워야 할지 묻는 나에게 그는 이렇게 조언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어린아이처럼 배워야만 디지털 원어민이 될 수 있어요.”


그 순간 나는 이 변화가 일부 중장년의 재교육 문제가 아니라, 이제 사회에 들어설 다음 세대 전체의 문제가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내 딸과 아들은 모두 의류학과에 다니고 있다. 나 역시 패션 회사에 5년 다녔고 최근까지의 패션 컨설팅까지 포함하면 20년 넘게 패션 분야에서 일했다. 『패션 마케팅』이라는 제목의 책도 3권이나 썼다.


그런데도 나는 자녀가 어떤 패션 회사에 가야 할지, 어떤 업종을 선택해야 할지, 창업을 한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선뜻 답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인공지능 이후 너무 많은 분야가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이 일로 자신을 증명하던 방식이 무너지고 있다는 데 있다. 책만으로 지식을 익히거나 사람에게서만 지혜를 전수받는 방식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두 번째 나를 준비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은 노안이 오면 안경을 쓰는 일처럼 자연스러운 적응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질문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더 이상 일하지 못할 때 나는 누구인가.


더 이상 배울 수 없을 때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지금도 배우고 있는가.


이제 진짜 디지털 문맹은 기술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낡은 자신을 내려놓고 새로운 자신을 배우지 못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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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브랜드와 중장년 자기다움에 관한 내용은 아래 비지니스 레터(무료)를 통해서 더 자세히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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