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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국 Jan 12. 2017

아무도 나에게 다그치지 않았다

#8 런던, 크라이스트 처치 그곳의 고요함

고요함과 웅장함을 겸비한 그곳
크라이스트 처치


런던에서 시간을 보낸 지 벌써 6일이 되었다. 이제야 시차 적응이 되기 시작했고, 이곳 런던의 길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화려한 도시 런던의 중심지도 가보고, 웅장한 건물을 보기 위해 하루 20km 이상 걸으며 여행을 하고 있다.


지하철을 탈 줄 몰라서 런던을 걸어 다니는 것은 아니다. 거리를 걷고 사람을 만나며, 런던에 더 빨리 익숙해지기 위해서 우리는 매일 걸으며 이야기하고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만나고 있는 중이다. 걸으면서 여행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생각할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조금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싶어서였는지, 우리는 런던 외곽으로 나가기로 했다. 어디를 갈지 고민하던 중 해리포터 촬영지이면서 명문 대학이 있는 옥스퍼드를 가기로 했다.

크라이스트 처치의 고요함


그곳엔 아무도 없었고,
아무도 날 다그치지 않았다.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고요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무언가에 시달려야 했던 그 생활을 이번 여행을 통해 벗어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2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가면서 이병률 작가의 산문집을 읽다 보니 어느덧 옥스퍼드에 도착했다.


대학으로 가는 길은 런던 시내 못지않은 매장과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옥스퍼드 대학은 너무 넓어 다 둘러보지도 못했을뿐더러, 외부인은 출입이 안되기 때문에 해리포터 촬영지인 크라이스트 처치로 이동했다. 아쉽게도 시간이 늦어 입장은 못했지만, 그 옆 통로를 통해 교회 외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유난히도 큰 달이 눈에 보였고, 아무런 고민과 생각 없이 그 달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그 주변을 살펴봤을 때 느껴지는 고요함, 그리고 그 웅장함 속에 작은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선 아무도 날 다그치지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


오롯이 나와 대화할 수 있었던 그 짧은 시간, 그 달을 바라보며 참 많은 생각에 잠겼다. 문득 달과 6펜스 소설이 떠오르며, 그동안 나는 내 앞에 떨어진 6펜스만 줍느라, 밤하늘의 달빛은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화려한 도시 런던보다, 고요한 이곳 크라이스트 처치가 나에게 가장 아름다우면서 기억나는 곳이 될 것 같다.

크라이스트 처치 그리고 달


브랜드를 만나기 위한 여행
'나'라는 브랜드를 만나다.


이번 여행의 콘셉트는 'Brandbackpacker'로 런던의 다양한 브랜드를 보고 인사이트를 얻어오고 싶었다. 그러던 중 오늘 크라이스트 처치에선 '나'라는 브랜드를 만나고 온 것은 아니었을까?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한 답은 구하지 못했지만, 방향은 명확해진 것 같다.


내 삶에 정답을 구하고 싶진 않다. 큰 방향을 설정하고 그때마다 고민이 생기면 이번 여행처럼 고요한 곳에서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해 나가면서 나를 완성하고 채워나갈 뿐...

그녀와 걷고 싶었던 거리 그리고 같이 보고 싶었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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