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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바로 너의 보사노바야

Desafinado

by 송영채

우리 둘째는 어려서부터 세상을 남달리 보는 눈이 있었어. 하늘이 너무 아름다울 때, 너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지. 종이를 꺼내 그 풍경을 너만의 방식으로 담아내곤 했어. 다른 사람들이 하늘을 ‘파란색’으로 칠할 때, 너는 그 안에서 보라빛과 초록빛, 그리고 주황빛까지 찾아내서 칠했어. 그것이 네 눈에 비친 진짜 하늘이었던 거야.


그리고 너는 사물을 구석에 작게 그려두는 법이 없었지. 커다란 종이 한가운데에, 마치 그게 세상 전부인 것처럼 가득 채워 그렸어. 그러면 그 사물은 이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을 만큼 큰 존재감을 지닌 주인공이 되어 있었어.



하지만 이렇게 다른 시선을 가진 네가 솔직하게 표현하다 보면, 언젠가 사람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어.


"그건 좀 이상한데? 그렇게 해서는 안 돼. 그건 정답이 아니야."


세상이 정해 놓은 방식을 들이밀면, 너는 자꾸 스스로가 어긋난 것처럼 느껴질지도 몰라. 네가 느끼는 감정, 바라보는 방향, 표현하는 방식이 모두 정답이 아닌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어. 그럴 때 마음이 무너지지 않기란 참 어려울 거야. 다른 사람들이 옳다고 외치는 것과는 다르게 걸어가는 건, 정말 외로운 일이니까. 하지만 모든 위대한 발견은 처음엔 낯설고, 외롭고, 때로는 틀렸다고 여겨졌다는 걸 아니?


사람들이 편견과 고정관념에 갇혀 진실을 놓치고 있을 때, 세상을 남다르게 볼 줄 아는 사람들이 항상 그 벽을 깼단다. 모두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을 때,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별을 관찰하고 ‘지구가 돈다’고 말했어. 세상은 그를 이단이라 했고, 그는 재판에 끌려가기까지 했지. 하지만 결국 그의 색다른 시선이 옳았다는 게 밝혀지고, 인류는 우주의 진실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어.


엄마와 네가 좋아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살아생전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대. 그 당시에는 사람들이 고흐의 색이나 붓질이 이상하다고 여겼다는 거야. 고흐는 정말 외로웠지. 하지만 그는 끝내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랑을 담아 그리기를 멈추지 않았어. 그가 세상의 아름다움을 얼마나 잘 알아채고 표현했는지, 지금은 모두가 인정하게 되었지. 그리고 많은 사람이 고흐를 사랑하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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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네가 내 음이 어긋낫다고 한다면, 사랑아

그 말은 내게 깊은 상처가 될 거야


너처럼 뛰어난 귀를 가진 사람은 드물거든

나는 그저 신이 내게 준 귀를 가졌을 뿐이야


네가 굳이 평가하려 든다면

내 노래가 음악답지 않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라도 해가며 이렇게 말하고 싶어

이건 보사노바야, 이건 아주 자연스러운 거라고


Desafinado≫ 가사 중



≪Desafinado≫는 ‘음이 맞지 않는, 음정이 벗어난(out of tune)’이라는 뜻이야. 노래의 주인공은 음정이 맞지 않는다고 비난받지만, “내 음악과 마음은 진심이고, 사랑에는 완벽한 음정이 필요 없어. 나의 이 어긋난 음이 바로 보사노바야”라는 당당한 목소리를 되찾게 돼.


둘째야, 네가 남과는 다르게 바라보고 표현한다고 해도, 결코 네가 틀린 게 아니야. 너의 시선은 오히려 세상에 없는 걸 볼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자산이란다.


언젠가 네가 이 세상의 리듬과 맞지 않아 괴로움을 느낀다면, 그건 네가 잘못된 게 아니라, 세상에 없던 너만의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증거일 거야.


그러니 그런 날이 오더라도 스스로를 의심하거나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 눈에 비친 세상을 일부러 희미하게 바라보거나, 남들처럼 색칠할 필요도 없어. 그럴 땐 이렇게 말해보렴.


“네 멜로디도 좋지만,

이게 바로 나의 보사노바야”





≪Desafinado≫(음정이 틀린)는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 뉴톤 멘돈사(Newton Mendonça)가 만든 노래로, 조앙 질베르투(João Gilberto)가 1959년 발표한 앨범 Chega de Saudade에 수록되었어. 보사노바가 태동하던 당시 ‘보사노바는 음이 안 맞는다’는 비난을 받았는데, 이에 대한 재치 있는 응답으로 이 노래가 만들어졌다고 해. 엄마는 지금 Terra Brasilis (1980) 에 수록된 버전을 감상 중인데,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이 일부러 음을 떨어지게 부르는 보컬이 재치있게 들린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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