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쉬어가는 이야기
서로 충돌하는 미래의 모습들이 마음을 온통 채운 채 희망이나 두려움을 번갈아 가며 불러일으킬 테니까. … 우리 임무는 장차 일어날 일을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는 것이지. …
따라서 네 임무는 … 오로지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는 미래의 일들에만 줄곧 매달려 있도록 조처하는 거다.
- C.S 루이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P56~57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C.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라는 책이 있다. 종교를 떠나 무신론자가 되었다가 다시 그리스도교로 회심한 C.S 루이스가 역설적이게도 ‘악마’의 입을 빌려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 소설이다. 보통의 종교 서적과는 다르게 이 책은 노련한 고참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그의 조카이자 초보 악마 ‘웜우드’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악마의 입장에서 ‘어떻게 인간을 타락시킬 것인가’를 그려낸다.
놀랍게도 스크루테이프가 강조하는, 인간을 지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거창한 악’이 아니다. 오히려 일상적이고 미묘한 심리적 틈새를 노리는 부분이 많다. 책의 곳곳에서 그는 ‘현재를 망치기’, ‘막연한 감정에 호소하기’, ‘사소한 죄에 익숙해지기’ 같은 전략을, 인간을 무너뜨리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꼽는다.
그중에서도 마음에 오래 남은 대목이 있다. 스크루테이프는 웜우드에게 인간의 마음속에 ‘충돌하는 미래의 모습들을 집어넣으라’고 조언한다. 인간은 미래를 생각할 때 ‘잘 될 거야(희망)’와 ‘망하면 어쩌지(두려움)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간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소진되고, 정작 ‘지금’ 해야 할 일에는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불안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싹트기 때문이다. 그렇게 악마는 인간의 상상력을 이용하여 ‘아직 일어나지 않은 가상의 시나리오’ 속에 인간을 묶어두려 한다.
얼마 전, 좋아하는 예전 직장 동료를 만났다. 전혀 교차점이 없던 다른 부서 사람이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엄마의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던 비슷한 시기에, 그 동료의 어머님도 건강이 안 좋으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로 엄마의 안부를 묻고 근황을 공유하며 힘내라고 응원과 격려를 해 주던 사이였다. 그런 동료가 회사를 다니면서 진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기에, 만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생각지도 못하게 마음공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뜻밖에도 그 동료는 나와 비슷한 순서로 마음공부의 길에 들어서 있었고, 최근 어머님의 건강이 점점 더 안 좋아지면서 불안과 걱정,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그런 그 친구에게 누군가 필요했던 걸까. 나는 누군가에게 ‘해답’을 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불안과 걱정에 압도될 때 그 까마득한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두려움을 알 것 같아서, 내가 알고 있는 가장 단순한 것들을 건네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그 동료에게 “내가 사용하는 팁”이라고 부르는 세 가지를 말해줬다.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불안이 올라올 때마다 현재로 돌아오는 손잡이 같은 것들이다.
1) 걱정은 ‘미래에 거주하는 습관’이 된다
걱정은 그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기도이다. Worry is a prayer for what you don't want
- John Assaraf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시크릿(The Secret)의 영화에 등장하는 존 아사라프는, 뇌가 우리가 집중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한다. 걱정에 집중하면 뇌가 그것을 목표로 착각하고, 그 방향으로 삶을 밀어붙이기 쉽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가 긍정과 부정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설명과 함께, ‘끌어당김의 법칙’의 사례로 소개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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