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를 조절하고 방향을 바꾸는 것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것을 붙잡고 산다. 생각을 붙잡고, 관계를 붙잡고, 결과를 붙잡는다. 하지만 어떤 순간이 오면 알게 된다. 붙잡고 있을 때보다 놓기 시작할 때 삶이 가벼워진다는 것을.
지난 글까지 관계, 일과 돈, 몸과 말을 통해 의식이 현실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살펴보았다.
이제 이 연재의 마지막 여정이 시작된다. 나는 이 마지막 여정을 ‘REMEMBER의 완성’이자 ‘되돌아가기’로 정했다.
되돌아간다는 건,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완전하고 온전했던 그 ‘자리’를 기억해 내는 것이다. 빈 도화지처럼 아무것도 더하지 않아도 이미 완전했던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또한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내가 에고로 살아가며 불필요하게 덧칠했던 군더더기들을 알아차리고, 기꺼이 놓아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모닝 페이지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모닝 페이지를 쓴다. 줄리아 캐머런이 『아티스트 웨이』에서 소개한 방법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떠오르는 대로, 그냥 쓴다. 테이블이 있는 거실까지도 가지 않고 침대에 엎드려 노트를 열고 날짜와 시간을 쓴 뒤 세 페이지를 적는다. 잘 써야 한다는 생각 없이, 의미 있는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 없이, 그냥 떠오르는 대로, 손이 가는 대로 써 내려간다. ‘뭘 쓸까, 무슨 내용을 써야 하지’라고 쓰기도 한다. 앞에 쓴 내용들은 한 달간 보지 않기로 했다. 내가 쓴 내용들에 묶이지 않고, 쓰이는 대로 쓰기로 했다. 그렇게 세 페이지를 채우면 50분 정도가 흘러 있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예전의 나였다면 이렇게 못 했을 것이다. 어떤 날은 글이 전혀 써지지 않았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어도 문장은 한 줄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브런치에 올라오는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읽다 보면 내 글이 한없이 부족해 보였다. 더 좋은 문장을 써야 한다는 생각, 의미 있는 말을 해야 한다는 부담, 이 글이 과연 괜찮을까 하는 불안, 내가 이런 글을 써도 될까 하는 의심. 그런 생각들이 늘어날수록 문장은 더 멀어졌다. 쓰려고 애쓸수록 오히려 아무것도 쓰지 못하게 되는 시간들이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항상 그렇게 잘했던가? 내가 뭐 얼마나 완벽했다고 그게 무서워서 못 하고 있지?’
조금 서툴러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마음을 풀었다.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그냥 쓰기 시작하니, 조금씩 글들이 모였다.
모닝 페이지를 처음 시작할 때도 그랬다.
‘세 페이지를 어떻게 다 쓰지?’
그러나 의미 있는 글을 쓰겠다는 욕심을 놓으니 생각보다 쉽게 페이지는 채워졌다.
산책
산책도 비슷하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얼만큼 해야 한다는 시간을 정해놓지 않는다.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일하는 시간을 그에 맞춰 조절한다. 산책 루트도 정하지 않는다. 그냥 강아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간다. 어느 날은 산에도 갔다가, 어느 날은 동네를 한 바퀴 돌며 골목길 이곳저곳을 탐험하기도 한다. 늘 가는 길로 다니기도 한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요즘은 아침 산책을 나가면 뒷산에 자주 오르는데, 오늘은 아지가 여러 갈래길이 있는 곳에서 평소에 잘 가지 않는 길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오려면 멀리 돌아와야 하기에 평소에 잘 가지 않던 길이었다. 오늘 내로 끝내야 할 많은 일들이 떠오르면서 잠시 멈춰 섰다가, ‘그래봐야 30분’이라는 생각에 아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걷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