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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주 Aug 03. 2023

단상_부모님의 나이 듦을 마주하며

하우주의 세상살이

부모님의 나이 듦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많은 순간, 나의 경우에는 그런 현실을 마주할 때 부정하는 방법들을 택해왔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 일에는 하지 못할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뿐이다..


부모님이 영원히 사시는 것이 아니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한정적이겠구나라고 생각한 건 20대 후반 때였다. 해외 근무 1년을 하고 온 이후, 부모님을 뵙고 온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과 시간을 좀 더 많이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문득문득 그때의 다짐을 떠올리며 내 기준에는 부족하지만, 부모님을 자주 뵈려고 노력하며 살았다.


나이 드시면서, 70대 후반을 넘어가시며 병원 가실 일도 자주 생기고, 어디가 아프다는 말씀도 잦아지시고, 기력이, 총기가 예전 같지 못하다는 걸 느낄 때가 많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회피하고 싶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딸아, 엄마가 요즘 정신이 없어~”

매일 아침 통화하는 엄마가 가끔 이렇게 얘기하시면,

“엄마~ 엄마 건망증 심해졌다고 한 게 벌써 15년은 된 거 같아~ 괜찮아 ㅎㅎㅎ”

나는 이렇게 일축하고 넘기곤 한다. 고맙게도 보건소에서 무료로 주는 치매예방 약을 꼬박꼬박 드시고 계시고 여전히 건강하신 편이니 괜찮으시리라고 믿고 싶은 것이다. 꼬박꼬박 보내드리는 영양제가 부모님의 나이 듦을 조금은 늦춰주지 않을까 애써 믿고 싶은 것이다. 그래도 다른 부모님들에 비해 연세에 비해 건강하신 편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런데 늘 별말씀 없으신, 여전히 건강하시다 생각했던 아빠의 변화를 보니 가슴이 철렁한다. 몇 년이 지나긴 했지만 코로나 직전 중국 장가계도 무리 없이 다녀오실 만큼 건강하셨는데, 1킬로 남짓 좀 가파른 곳에 위치한 곳에 내려갔다 오시면서 아빠는 힘들어하시며 중간중간 쉬자고 하셨다.

“아빠 다리 아프셔? “

내색은 않지만 힘들어하시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니~ 숨이 좀 차서.. “


사진을 찍어봐도 부모님 두 분의 얼굴은 작년이랑 다르다.

“엄마, 등을 더 쭉 펴 봐~“

“아빠, 조만큼만 더 가보자~”

힘드실 수도 있는 부모님을 채근하는 건, 부모님의 늙어가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딸의 어리석음이다.


나는 부모님의 죽음을 종종 생각한다. 과연, 내가 부모님의 죽음을 감당할 수 있을까.. 부모님이 안 계신 삶을 상상하면 나는 벌써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차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시간이 한정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알기에, 살아계실 때 더 잘해야지라고 생각하고 다짐하게 된다. 한 번 더 전화하고, 한 번 더 찾아뵙고, 함께 보낸 날들을 기억할 수 있도록 이것저것 해보며 열심히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둔다. 걸을 때는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헤어질 땐 포옹을 하거나 어깨를 안아 드린다.


끝이 있음을 알기에 더 애틋하고 더 소중하다. 하루하루 주어지는 날들이, 매 순간이 감사하다. 그래서 어쩌면 죽음이 있는 삶이 더 아름다운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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