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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_김환기 전, 거장의 담담한 죽음을 마주하다

‘꿈은 무한하고 세월은 모자라고’

by 하우주

호암 미술관, 김환기 전을 보고 왔다.

부지런한 친구의 예약으로 소문으로만 듣던 그림들을 드디어 보게 되었다.


가을을 기다리는 맑은 하늘도,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만큼 정말 관리가 잘 되어 있는 호암미술관도,

알차게 구성된 전시도 모두가 감동이었으나

전시 그 자체, 그림 한 점 작품 한 점들이 모두 오롯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시인처럼 짧게 써 둔 기록들을 통해 작품들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타국에서 죽음을 앞두고 담담하게 써 내려간 화백의 글을 보니, 어쩌면 아픈 몸으로 한 점 한 점 그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을 그림의 점들이 알알이 마음에 와 박히는 느낌이다. 뭉클해진다.


‘꿈은 무한하고 세월은 모자라고’라고 쓰셨다… 일 하다가 본인이 생명이 다해가고 있음을 문득문득 깨달았을 그 마음이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나가는 길에 걸린 화백의 사진


저 큰 크기의 캔버스에 하나하나 점을 찍은 화가의 작품들을 보면 경외심이 든다. 수천수만 개의 점들을 보며, 나는 더 열심히 살지 않은 것 같아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7월 12일의 일기를 본다, 화백은 7월 6일 작품의 마지막 점을 찍고 7월 25일 세상을 떠났다.

죽음을 앞두고 이리 담담할 수 있었을까..

죽음을 앞두고 한 달 전, 화백은 시를 쓰듯 일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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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들을 보고 나오니 무심코 지나쳤던 창 하나도 다르게 보인다


그림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고 그저 보고는 좋다~ 라며 감탄하는 수준밖에 안 되지만, 예술 작품이 주는 감동과 영감에 언제나 매번 경외하고 감사하게 된다.

전시를 보고 나올 때면 매번 세상이 새롭게 보인다.


화백이 큰 캔버스에 하나하나 찍고 그렸을 점을 보니 세상의 모든 선과 면들이 달라 보인다. 감동과 경외가 밀려오는 것은 좋은 작품들은 신의 만든 세상의 온전함과 완전함에 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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