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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주 Jan 04. 2024

리더의 품격

뒤늦게 ‘최강야구’를 보며

3일이었던 신정 연휴, 어찌하다 보니 별다른 일정 없이 집에서 쉬게 되었다.

내 기준에선 좋아하는 잠도 줄여가며 꽤나 타이트하게 살았던 2023년을 보내며, 며칠만이라도 좀 쉬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연휴가 길어 꿀맛 같은 휴식의 시간(센스쟁이 친구의 표현으로는 나태지옥)을 가졌다.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유튜브의 알고리즘 덕분에 최강야구 쇼츠를 보게 되었고, 김성근감독님의 등장부터 보게 되었다. 쇼츠를 몇 개 보다가 '우와~ 이 감독님 너무 멋지신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최강야구와 김성근 감독님 유튜브를 찾아보고 유퀴즈에 출연하신 것도 보게 되었다.

야구는 1도 모르는데, 아무 관심도 없고 재미도 없고 아는 선수들도 없고, 야구장이라곤 십수 년 전에 회사 분들과 한 번 가서 치킨 먹었던 기억밖에 없는데.. 김성근 감독님에게 꽂혀 유튜브만 내내 보며 나태지옥의 시간을 연장 중이다.

몬스터즈 팀의 감독이시지만 상대 팀의 어린 고등학생 선수를 정성스럽게 코치해 주시기도 하고, 게임에 지면 모든 비난은 감독이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인터뷰 내용들을 보면서 야구에 대한 열정과 진심에 놀라기도 하고, 제자들에 대한 진심에 울컥 눈물이 나기도 한다.

지금까지 본 동영상들 중에 유퀴즈에서 하신 이야기가 마음에, 머리에 깊이 남아 있다. 승리에 집착하는 편이고 그러다 보니 징크스도 많으시다는 이야기를 하시던 중에 나온 이야기.


“사람이 신념이 있으면 몰리게 돼 있다.
김성근이 하는 야구는 너무 승부에 집착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나는 감독 목적이 뭔지 아냐.
이겨서 선수한테 돈을 더 줘야 한다는 거다.
이기면 보너스 받지 연봉 올라가지.
그럼 가족이 행복하지.
감독이 모든 것을 해야 한다.
- 유퀴즈 중 - “



승리에 집착하는 이유.. 이겨서 선수들에게 돈을 줘야 하니까. 선수들이 성장해서 잘 돼야 연봉 올리고, 보너스 받고 그러면 가족들이 행복하고. 또 그렇게 성장해서 좋은 선수가 된다면 누구에게 가장 좋을까. 당연히 선수 자신에게 가장 좋을 것이다.

찾아보니 감독 생활을 하시던 중에 승리에 집착한다, 선수들을 혹사시킨다 등등..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김성근 감독님의 코칭을 받은 선수들은 성장하고 발전한다. 사람들은 감독님을 비난하는데 정작 선수들은 그 시간이 귀했다고 한다. 이런 어른들이, 이렇게 아낌없이 후배들과 제자들을 위해 본인을 내어주는 큰 어른들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여든이 넘은 나이에 펑고를 몇 시간씩 하시는 열정으로 후배들을 코칭해 주는 어른들이 몇이나 될까(펑고가 뭔지 몰라 검색해 보기도 ㅋㅋ).



한 해가 가고, 2024년이 되면서 또 한 살 나이를 먹고, 원치 않고 바라지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누군가를 가르치는 직위와 나이가 되어간다. 나는 나의 후배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는 자격은 되고 실력은 되고 그만큼 성숙하긴 한 걸까, 나아지고 있는 걸까 고민이 될 때도 많다. 인생의 절반 정도를 살았다는 생각이 들 때즈음이면 이젠 슬슬 나의 무언가를 내어주는 기버가 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계속하다 보니 회사가 이익을 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질문까지도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고, 좋은 어른에 대한 정의도 다시금 정리가 되기도 했다.


2024년에 신년 목표에 대해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어쩌다가 접하게 된 김성근 감독님을 보면서 나이 듦의 방향성에 다시 한번 고민을 하게 된다. 큰 어른의 모습이 어떠한지, 리더의 품격을 갖춘다는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있는 중이다.

언제나 삶은, 예기치 못한 방법으로 가르침을 주고 기회를 준다. 그래서 언제나 마이클 싱어의 책의 문구처럼 "Life knows better"이다. 비록 나태지옥에 빠져 있을지라도, 삶의 방향에 대해 길을 알려주는 현재의 모든 시간들에 감사하며, 올 한 해는 나의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 차길, 그 사랑을 잘 나누길 그리하여 행복하길 두 손 모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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