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을 찾아서
매년 4월과 5월은 아지와 냥이 예방접종을 한다. 국가에서 일 년에 두 번 지원하는 광견병 주사가 상반기에는 이 즈음에 있어 올해도 어김없이 이 시기에 맞춰 광견병과 다른 예방접종 주사들을 맞혔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국가지원 광견병 주사는 보통 1만 원이고, 지원이 끝나면 3만 원에서 3~4만 원을 내야 한다. 3배가 넘는 금액 차이가 나기 때문에 공고를 확인하면 빨리 가서 맞히곤 했다.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운다는 우스갯소리에 마냥 웃을 수도 없을 만큼, 반려동물들의 병원 비용에 대한 부담은 상당하다. 의료보험이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워낙 병원들마다 진료비 차이가 크고, 때론 과잉진료인 듯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병원에서 하는 대로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때도 많다. 반려 동물들이 어릴 때 예쁘다고 덥석 데리고 왔다가 예방접종부터 시작해서 병원에 한 번씩 가면 몇 만 원에서 십만 원을 훌쩍 넘는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다시 유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다행히 아지와 냥이는 자주(?) 크게 아프지는 않아서 그동안은 집 근처 동물병원을 다녔었다. 그 병원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아지를 처음 데리고 오고 맘 편히 사료를 먹자 아지가 쑥쑥 크고 살이 쪘는데 어느 날 보니 엉덩이 한쪽에 뽈록하게 혹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아파하지는 않았지만 급한 마음에 가장 가까운 병원을 갔더니 종양일 수 있다고 절제해서 조직검사를 해 보아야 한다고 했다. 젊은 수의사 선생님의 자신 없어 보이는 이야기가 영 불안해 아지를 차에 태워 한 시간을 달려 처음 데리고 왔던 병원으로 가 보았다.
수의사 선생님은
"갑자기 많이 먹어서 지방이 뭉친 걸 수도 있겠는데요. 며칠 두고 보세요"
라고 했다. 그리고 며칠 만에 혹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 이후로 가까운 그 동물병원은 신뢰할 수가 없었다. 다만, 아지가 차 타는 것을 힘들어하니 이후로도 몇 년간 일 년에 한 번씩 산책하다가 들러 예방접종을 맞혔고 크게 아팠을 때는 처음 병원에 다시 데리고 가곤 했다.
냥이도 마찬가지였다. 냥이 역시 차 타는 걸 싫어해서, 지난 3월 입원하기 전까지는 가까운 병원에 가 예방접종만 맞히고 결막염 같은 가벼운 진료만 받았었다. 동물병원 유목민 같은 생활을 꽤나 오래 한 셈이다.
냥이의 입원 이후로 차로 15분 거리인 병원에 정착하기로 하고 아지 먼저 데려가 광견병과 종합백신을 맞혔다. 광견병 주사비는 동일한데 종합백신은 동네 동물병원이 5천 원이 더 비쌌다.
'그래 이 정도는 차이 날 수 있지'
그리고 지난주에 냥이를 데리고 가 광견병과 종합백신을 맞혔는데 동네 병원보다 3만 원이 저렴했다. 가계부를 보니, 작년 냥이의 주사비용은 광견병 3만 원, 종합백신 4만 5천 원이었고 올해는 광견병 1만 원, 종합백신이 3만 5천 원이었다. 동네 병원은, 고양이는 광견병 국가지원을 받을 수가 없다고 했었고 이번에 간 병원은 고양이도 해당이라고 했다. 종합 백신도 만원 차이가 나이 전부 3만 원의 차이가 났다.
아지는 3종을 더 맞아야 하는데, 작년 동네 병원에서는 전부 9만 원을 지불했고 이번에 간 병원에서는 우선 2종을 3만 원에 맞혔다. 남은 1종의 가격은 2주 후에나 알 수 있겠지만, 접종 하나가 6만 원을 하진 않을 듯하다.
올해 예방접종을 작년보다 저렴하게 했다는 기쁨도 잠시, 동네 동물병원의 폭리에 살짝 화가 났다. 혹시 고양이 광견병 국가지원이 올해부터인가 싶어 검색을 해 보았지만 작년에도, 그전에도 고양이도 광견병 주사 지원은 계속 있었다. 지자체마다 다른 것일까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동네 병원은 다른 주사비들도 1-2만 원을 더 받는 것을 가계부로 확인했다. (가계부 앱 칭찬합니다)
어쩌면, 나름의 사정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멋대로인 동물병원들의 횡포에 집사들의 지갑은 얇아져만 간다. 그래서 간혹, 반려동물들은 돈으로 살리고, 돈이 없어 죽는다는 이야기들도 듣게 된다. 아이들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생각해야 하는 건가 싶다가도, 기준 없이 들쭉날쭉한 동물 병원비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집사들과 아이들을 생각하면 답답해진다. 팩트이다, 아니다 말은 많지만 반려인구 1500만이라는 뉴스가 나오고 있는 현시대를 살아가는데 제도나 규제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그저 지금은 크게 안 아프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반려동물들에게 고마워하고, 가끔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병원비를 감당할 수 있음에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게 집사들이 선택하는 차선이다. 차선을 선택할지언정 아이들과 함께 사는 것을 선택한 이 땅의 모든 집사님들을 응원하며, 좀 더 빠른 시일 내에 모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 생기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