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 모스크에서 만나는 고구려 고분 천장
고개를 들어 천장을 봅니다. 기둥이 네 개씩 모여 규칙적으로 정사각형 천장을 받치고 있습니다. 정사각형 편평한 천장의 모양은 여러 가지입니다. 일렬로 나란히 각목을 덧댄 천장, 귀퉁이에 직각삼각형을 만들 듯 각목을 덧대어 결국 팔각형을 만들어낸 천장.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정사각형을 겹겹이 쌓은 듯한 ‘반복되는 정사각형 구조’ 천장입니다.
‘반복되는 정사각형 구조’는 이찬 칼라의 다른 모스크에서도 자주 사용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아나톨리아 반도에서부터 중앙아시아, 인도 및 동북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와 여러 시대에 걸쳐 발견되고, 고구려 고분의 천장에서도 많이 보입니다. 고구려에 불교가 전해지면서 사원 건축의 형태로 들어왔다고 하지요. 고구려 고분에서는 정사각형 모양의 지붕의 네 귀에 삼각형 굄돌을 걸쳐 안쪽에 정사각형을 만드는 식입니다. 모(서리)를 고여 가면서 반복하여 쌓아 올린다는 뜻에서 모고임천장 구조라고 부릅니다. 예전에는 한자어로 말각조정, 말각조정식 천장이라고 불렀지요.
반복되는 정사각형 구조에서 연이은 정사각형 두 개만 생각하면, 큰 정사각형은 작은 정사각형보다 넓이가 두 배입니다. 넓이가 두 배가 되는 정사각형을 만드는 문제는 플라톤의 『메논』에 등장합니다. 탁월함이란 무엇인가, 가르쳐질 수 있는 것인가에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소크라테스가 메논에게 배움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소크라테스는 노예 소년에게 넓이가 두 배가 되는 정사각형의 한 변의 길이가 얼마인지 묻습니다. 교육받지 않은 노예 소년은 변의 길이가 2배가 되면 넓이도 2배가 된다고 대답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고 질문을 합니다. 오직 질문만 합니다. 결국 노예 소년은 소크라테스가 그린 그림에서 넓이가 두 배가 되는 정사각형을 짚어냅니다. 루트2 배라는 대답은 할 수 없어도 모양을 보고 넓이가 2배가 되는 정사각형을 찾아낸 것입니다. 노예 소년은 이번 생에서 이것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불멸의 영혼이 간직하고 있는 전생의 인식을 상기한 것입니다.
이것이 플라톤이 소크라테스를 등장시켜 주장한 상기론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라고도 하지요. 주마 모스크, 어둑한 곳에서 우리 인연이 전생에 이곳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플라톤에 따르면, 잘 상기하면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플라톤이 탐구와 배움은 ‘상기’라고 주장할 때 소재로 쓰인 ‘반복되는 정사각형 구조’는 고대 그리스에서 처음 연구된 도형은 아닙니다. 이미 고대 그리스에서도,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도 사용되었습니다. 영국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어 BM 15285라고 이름 붙여진 점토판을 볼까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견된 이것은 기원전 이천 년에서 기원전 천오백 년 사이의 것으로 여깁니다. 점토판 앞뒤에 40개의 문제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고대부터 이미 경작하는 땅이나 건축물, 장식물에서 이러한 도형들의 넓이나 길이를 계산할 줄 알아야 했겠지요.
이 점토판의 문제들은 그려놓은 도형에서 넓이나 길이를 구하라는, 당시 학생들에게 내어준 문제입니다. 그림만 봐도 머리가 아픈가요? 당시 학생들도 그랬나 봅니다. 무더기로 발굴된 점토판 중에는 틀린 풀이가 새겨진 것들도 발견되니까요.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고대 그리스를 거쳐 퍼져나간 이러한 문양을 우리는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도, 히바의 모스크에서도 만나고 있습니다. 문명이 교류한 흔적이겠지요.
* 사진출처. 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