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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호영 Aug 22. 2021

목각 예술의 도시 히바 4

금요일의 사원 주마 모스크


금요일의 사원 주마 모스크 


칼타 미나렛에서 계단을 몇 개 밟고 큰길로 내려오자 저 앞에 소박한 미나렛이 보입니다. 여섯 개의 푸른 띠를 두른 주마 모스크 미나렛 옆에 주마 모스크가 있습니다. 주마 모스크는 금요일의 사원이라는 뜻으로 이슬람 도시마다 있습니다. 금요일마다 도시 사람들이 다 모여 대규모로 예배를 보는 사원이지요. 그래서 이찬 칼라 가운데에 세워졌고 히바 사람들의 정신적인 요람일 겁니다.      

히바의 주마 모스크는 10세기에 처음 지어져 여러 번의 재건 공사를 거쳐 18세기 말에 지금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보통 모스크와는 달리 돔도 없고 아치 모양의 정문도 없습니다. 초원과 사막으로 둘러싸인 오아시스 도시의 사람들에게 사원의 원형은 으리으리한 대리석 돔 모스크가 아니었습니다. 늦게 출발한 종교답게 포교하면서, 정복하면서 그 지역의 큰 건물을 사원으로 사용했습니다. 숭배의 장소가 아니라 신과 직접 만나는 장소이기 때문에 주마 모스크처럼 소박한 경우도 많습니다.    

  


미나렛 담벼락에 붙은 주마 모스크의 출입구는 가느다란 나무 기둥 하나로 정사각형 처마를 받치고 선, 아주 날렵한 모습입니다. 여닫이문에 달린 동그란 쇠 문고리는 어릴 적 살던 한옥 대문같이 정겹습니다. 문안으로 들어서자 실내는 어둑합니다. 넓은 실내에는 편평한 나무 천장과 가로세로 줄 맞춰 늘어선 나무 기둥이 질서정연합니다. 주춧돌 위에 올라선 점점 좁아지는 나무 기둥의 단아한 곡선이 기품있습니다. 조명이 없어 어둑한 대신 저쪽 박공지붕 모양의 채광창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모스크 안에 빛과 나무로 만들어지는 신성함이 가득합니다.    

  

주마 모스크 입구 지붕이 주마 모스크 미나렛에 기대어 있다. 한옥 대문과 비슷한 입구가 정겹다.*


그렇게 안쪽에 눈이 팔려있는데, 아차차, 입장권을 보여달랍니다. 이찬 칼라는 표 없이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지만, 표를 검사하는 몇몇 건물에 들어가려면 표를 사야 합니다. 한 군데씩 따로 사는 것보다는 모든 곳을 들어갈 수 있는 자유입장권을 사는 것이 좋습니다.  

    


표를 검사하는 현지인의 설명에 일행이 서문으로 입장권을 사러 갔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는데도 오지 않아 답답해졌습니다. 정문 역할을 하는 서문은 가까운 편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문제가 생겼나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지하철 개찰구 같은 이 막대를 지나 눈 앞에 펼쳐진 저 기둥의 숲으로 들어가지 못할 것 같은 조바심마저 생겼습니다. 문제는 관광객과 현지인인 가이드가 사는 입장권 가격이 다르다는 점이었답니다. 정확한 가격은 기억나지 않지만, 열 배 정도 차이가 났던 것 같습니다. 


일행 대부분이 더위를 피해 가이드와 함께 호텔로 가고, 몇몇만 더위를 무릅쓰고 나서면서 벌어진 일이지요. 내국인과 외국인에 대한 가격 차별은 어느 관광지를 가든 흔히 겪는 일인데, 결국 현지 가이드가 와서 구입한 자유입장권을 받아오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현지인이 아닌데 가이드 덕분에 내국인 수준으로 엄청나게 할인받은 셈입니다. 갈등이 생깁니다. 나의 것이 아닌 것을 차지한 불편함 때문일까요? 니체가 차라투스트라, 아니 조로아스터의 입을 빌려 말했습니다. 


나는 사랑한다. 주사위를 던져 얻은 행운을 수치로 여기고 ‘나는 사기 도박꾼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는 자를. 


이미 땅에 묻힌 니체의 사랑을 받은들 뭐하겠습니까? 이런 문장을 마음에 새겨놓았지만 내가 주사위를 던지지 않았어도, 나를 위해 던져진 주사위로부터 얻은 행운에 순간적으로 미소 지은 얼굴 근육에 아차, 하는 거지요.      


목각 기둥과 빛이 빚어내는 신비


약 3m 간격으로 펼쳐진 기둥의 숲에 들어섰습니다. 나무 기둥 하나하나에 아라베스크 무늬가 화려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주마 모스크에 늘어선 목각 기둥은 212개라고 하니, 가히 목각 기둥 박물관이라고 할 만합니다. 지금도 히바에는 나무 기술 학교가 여러 개 있는데, 학교마다 특징이 다르다고 합니다. 


왼쪽부터 차례로 장인이 목각 기둥을 조각하는 모습. 코란 받침대를 만드는 모습. 코란받침대 **


기둥을 자세히 보니, 비슷한 무늬도 있지만 하나하나 조금씩 다 다릅니다. 나무 기둥마다 다르게 판 목각 무늬는 부서지는 빛에 따라 밝음과 어두움을 나눠 가집니다. 패인 부분과 도드라진 부분에 빛이 섞여 모스크를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냅니다. 기둥의 무늬는 원형의 띠로 한 층을 이루며 기둥을 한 바퀴 돌면서 반복됩니다. 그렇게 몇 층의 띠로 기둥을 채워나갑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살피는 사이, 주춧돌에 기대었던 목각 기둥 그림자가 사원 바닥으로 옮겨 눕습니다.


기둥이 질서정연하게 들어찬 주마 모스크. 기둥 하나하나가 정교한 조각품이다.

     

나무 기둥과 주춧돌 사이에 낙타털이 끼어 있는 기둥이 많습니다. 낙타털이 완충 효과를 내나 봅니다. 지진에 대비했다는 증거이지요. 그래도 여러 차례 지진으로 무너져 목각 기둥은 교체되었습니다. 16세기 이전의 기둥이 25개인데, 그중 4개는 처음 모스크가 세워진 10세기 무렵의 것이라니 기둥의 나이들이 다릅니다. 굵기도 다르고 모양, 나뭇결, 색깔도 다릅니다. 그래도 낡은 기둥 모두에 약간은 케케묵은 듯한 냄새가 배어있습니다. 아마도 쿠란을 낭송하는 소리도 배어있을 것입니다. 천년이 넘었는데, 어찌 소리라고 배어들지 않았을까요. 




* 사진 출처  https://www.orientalarchitecture.com/

** 사진 출처 https://www.khivamuseum.u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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