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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호영 Aug 25. 2021

히바_돌의 궁전 타쉬 하울리 2

19세기 히바 칸국의 궁전_타쉬 하울리


알라 쿨리칸이 세운 타쉬 하울리   

   

알라 쿨리칸 마드라사를 끼고 오른쪽으로 돕니다. 양쪽으로 알라 쿨리칸 마드라사와 타쉬 하울리 궁전이 높게 서 있습니다. 타쉬는 돌, 하울리는 마당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타쉬 하울리는 돌의 궁전입니다.  

    

1804년 히바 칸국은 옹기라트 왕조로 혈통이 바뀌면서 다시 한번 중앙아시아의 패권을 잡게 됩니다. 일투자르칸, 무함마드 라힘칸, 알라 쿨리칸, 무함마드 라힘 쿨리칸, 무함마드 아민칸, …… , 샤이드 무함마드칸, 무함마드 라힘 II세로 이어지며 힘을 과시합니다. 무함마드 아민칸은 서문 앞에 히바에서 가장 큰 마드라사와 미완의 칼타 미나렛을 남긴 바로 그 칸입니다.      


악 모스크에서 타쉬 하울리로 가는 길. 왼쪽 건물은 타쉬 하울리, 오른쪽 건물은 알라 쿨리칸 카라반세라이.

     

알라 쿨리칸은 히바의 중심지를 동문 쪽으로 옮겼습니다. 동문 앞에 타쉬 하울리 궁전과 함께 마드라사, 카라반세라이(여행자 쉼터), 돔 지붕의 시장을 지으며 새로운 복합 단지를 건설하였습니다. 이찬 칼라에는 두 개의 궁전이 남아 있는데, 정복과 약탈의 역사가 점철된 중앙아시아에 궁전이 남아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라고 합니다.     

 

타쉬 하울리는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누어집니다. 왕실 주거 영역인 하렘, 칸의 리셉션 홀 겸 연회실로 사용되는 건물, 관공서 건물. 세 개의 커다란 궁정과 다섯 개의 작은 중정, 163개의 방이 있답니다.   

   

  

 타쉬 하울리 궁전의 하렘으로 먼저 들어갔습니다. 하렘은 칸과 왕비들이 사는 공간이지요. 하렘 역시 기다란 직사각형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아름다운 정원이었을 중정엔 텅 빈 돌바닥만 남아 있습니다. 온통 직사각형으로 가득 찬 중정 가운데 원 모양의 우물이 덩그러니 있습니다. 중정 남쪽면으로는 1층으로 된 다섯 개의 이완이 있습니다. 가장 동쪽에 있는 조금 더 큰 이완이 칸을 위한 공간이고 나머지 네 곳은 왕비들이 머물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완 뒤쪽으로 실내 공간이 더 있습니다.       


타쉬 하울리 하렘은 동서로 길다. 남쪽(왼쪽)은 칸과 왕비들을 위한 다섯 개의 이완 형식의 공간이 있다.

      

    

이슬람에서는 아내를 네 명까지 둘 수 있습니다. 흔히 이것을 이슬람에서 남녀 차별이 심하다는 또 하나의 증거로 삼지만, 이슬람 초기에 있었던 포교 전쟁으로 남자 신도가 많이 전사하면서 생겨난 제도라고 합니다. 갑자기 많은 과부와 고아가 생겨났기 때문이지요. 쿠란 4장 3절에는


고아들을 공평하게 대해줄 수 없으리라 우려된다면 좋은 여성 중에서 둘, 셋, 네 명과 결혼해도 좋으니라.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어서


그녀들에게 공평하게 대해줄 수 없을 것 같으면 오직 한 여인과만 결혼하라.


는 말도 있습니다. 이들의 다처제는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아내 사이에 지위 차별도 없고 모든 아내의 상속 지분도 같아야 했습니다. 누구의 자식일지라도 법적 사회적 차별은 없고 모두가 적자입니다. 그러니 일부일처가 근본 취지이고 네 명까지 부인을 둘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경우로 한정하는 혼인제도로 보아야 할 듯싶습니다. 물론 세월이 흐르면서 제도의 취지가 바뀌는 건 어느 사회에서나 벌어지는 일이겠지요.   

   

벽면의 기하학적 무늬는 수학자와 장인의 합작품      


이완이 화려합니다. 벽면마다 갖가지 무늬의 푸른 빛 채색 타일로 가득합니다. 빈틈없이, 조금씩 다른 무늬가 반복됩니다. 어떻게 이렇게 복잡하면서도 아름다운 무늬를 반복해서 그려낼 수 있었을까요?              

    

하렘의 화려한 기하학적 무늬. 북쪽 이층 공간(왼쪽), 두 번째 이완(가운데), 칸의 이완(오른쪽).


호레즘의 남쪽 지방인 호라산에서 태어난 10세기의 수학자 아불 와파가 남긴 책에서 그 배경을 알 수 있습니다. 아불 와파가 『장인에게 필요한 기하학적 작도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그는 바그다드에서 기하학자들과 장인들의 정기적인 모임에 참석하였습니다. 이런 모임은 이슬람 세계에서는 널리 퍼져 있는 현상이었습니다. 이스파한에서, 사마르칸트에서 장인과 수학자들이, 장인과 수학자와 고위 관료들이 정기적인 모임을 가진 기록들이 남아 있습니다.  

    

건축물의 외벽에 높은 온도에서 구운 도자기 타일을 조각조각 붙여 반복되는 기하학적 문양을 입히는 작업을 생각해보세요. 아불 와파에 따르면 이런 모양의 타일 작업을 할 때 장인들과 수학자가 함께 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고 합니다. 장인들은 원하는 문양의 도면을 멋지게 그리긴 하지만 수학 지식의 부족으로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아라베스크 문양은 복잡한 문양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 수학적인 기반 위에서 정교하게 그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불 와파가 남긴 책에 의하면 당시 장인들이 제안한 정사각형 세 개를 잘라 큰 정사각형 한 개를 만드는 아래의 두 가지 방법은 성립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언뜻 보면 될 듯 하지만, 조각들을 맞추면 아래 그림의 점선 부분처럼 큰 정사각형 밖으로 삐죽 튀어나오게 된다는 것을 계산으로 상세히 밝혀놓았지요.  

      

장인들이 제시한 정사각형 세 개를 잘라 큰 정사각형으로 만드는 과정. 아불 와파가 길이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렇다고 수학자들에게만 디자인을 맡길 수도 없습니다. 수학자들은 이론적으로 타당하게, 정확한 도형을 그려내지만 아름답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디자인을 실물로 만들려면 한고비를 더 넘어야 합니다. 이들의 디자인은 실물이 아닌 도형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수학자들은 부피 없이 선만 그리곤 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이유로 아름답고 정확한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 중앙아시아 오아시스 도시에서는 이미 10세기에 학자와 장인들이 모여 함께 연구하고 검증하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내었던 것입니다. 




* (그림 출처) Alpay O¨zdural, Mathematics and Arts: Connections between Theory and Practice in the Medieval Islamic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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