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호영 Aug 27. 2021

히바_낙타를 타고 가리라 1

이슬람 호자 미나렛과 파흘라반 마흐무트 영묘


길거리 평상에 깔린 알록달록한 카펫     


이찬 칼라에서 복구해놓은 공공건물들은 동문과 서문 사이의 대로 주변에 무리 지어 있습니다. 서문에서 출발해서 동문까지 왔으니 이제 국자 모양으로 남쪽으로 좀 내려갔다가 올라오려고 합니다.  

    

어느덧 주마 모스크 옆 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저 앞에 이슬람 호자 미나렛이 보이니 남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 맞네요. 미나렛의 곡선이 아름답습니다. 위로 갈수록 살며시 좁아지는 곡선이 마치 배흘림기둥처럼 편안합니다. 왼쪽으로는 카페와 호텔입니다. 아직 뜨거운 낮이어서 그런지 손님이 보이지 않지만, 밤이 되면 호텔 마당이 떠들썩할 것입니다. 탁자마다 음식을 나누며 고대 도시에서의 하루가 어땠는지 나누는 담소가 시원한 바람을 타고 둥실 떠가겠지요.     


이슬람 호자 마드라사 가는 길의 노점(왼쪽). 길거리의 쉼터. 건조한 지역이라 카펫이 깔려 있다(오른쪽).

      

모든 건물을 흙벽돌로 지어 색깔도 같은데다 모양까지 비슷해서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이 흙 담장이 모스크인지 마드라사인지, 들어갔던 곳인지 처음 온 곳인지 구분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건물마다 들어가기 전에 입구에서 현판을 꼭 찍습니다. 어디 들어갔는지는 기억을 하고 싶어서지요. 현판은 보통 세 가지, 네 가지가 붙어 있습니다. 현지어와 영어로 건물 이름이 쓰여 있고, 다시 현지어와 영어로 부수적인 소개가 쓰여 있습니다. 이슬람 호자 마드라사의 경우, 문 양편에 이슬람 호자 마드라사라는 영어 현판, 응용예술 박물관이라는 영어 현판과 우즈벡어 현판이 붙어 있습니다.      


이슬람 호자 마드라사라는 영어 현판, 응용예술 박물관이라는 영어 현판과 우즈벡어 현판이 붙어 있다.

     

응용예술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이슬람 호자 마드라사


이슬람 호자 미나렛에서 상상해본 칼타 미나렛의 높이   

  

이슬람 호자 마드라사 앞에는 상인들이 카펫과 수놓은 소품들을 즐비하게 깔아놓았습니다. 이불보다 큰 것부터 쿠션 커버로 사용하면 좋을 만한 크기까지 다채롭습니다. 

우뚝 솟아오른 듯한 이슬람 호자 미나렛의 무늬도 카펫만큼이나 화려합니다. 가장 아래쪽에는 칼타 미나렛의 그 십자 문양이 한 바퀴 감고 있습니다. 한 칸 한 칸 올라가면서 문양이 달라집니다. 고개를 한껏 젖히고 올려다봅니다.      

  

히바에서 가장 높은 이슬람 호자 미나렛


칼타 미나렛이 완공되었다면 얼마나 높았을까요? 두 미나렛을 모양이 똑같게 짓는다고 가정하고 단순하게 비교해보겠습니다. 칼타 미나렛의 기단 지름은 14.2m이고 이슬람 호자 미나렛의 기단 지름은 9.5m입니다. 이슬람 호자 미나렛의 꼭대기까지는 56.5m라고 합니다.


                                      9.5 : 56.5 = 14.2 : (칼타 미나렛 완공 높이)


위 식에서 칼타 미나렛의 완공 높이를 구하면 꼭대기까지는 84.5m가 됩니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20층 건물 이상의 높이이지요. 당시 기술로 이렇게 높은 탑을 지을 수 있었을까요? 참 궁금한 일입니다.     

 

푸른 돔의 적막한 파흘라반 마흐무트 영묘     


주마 모스크 뒤로는 히바에 하나밖에 없는 푸른 돔이 보입니다. 수피 성지순례 장소이자 많은 사람들이 결혼 서약의 장소로 찾는다는 곳입니다. 제목은 파흘라반 마흐무트 영묘. 파흘라반 마흐무트는 13세기 히바의 존경받는 시인이자 철학자이자 레슬러였습니다. 무함마드 라힘칸은 파흘라반 마흐무트를 히바 칸국의 수호 성인으로 정하기도 했지요. 아마도 육체적인 힘과 지적인 능력까지 닮고 싶었나 봅니다. 무하마드 라힘칸은 무덤 주위를 아름답게 꾸미고 자신도 여기에 묻혔다고 합니다. 이후 아들인 알라 쿨리칸과 마지막 칸이라고 할 수 있는 이스판디야로프칸도 여기 묻혔지요.     

         

파흘라반 마흐무트 영묘(동쪽). 파흘라반 마흐무트와 알라 쿨리칸, 무함마드 라힘칸, 이스판디야로프칸도 묻혀 있다.


 가장 큰 푸른 돔은 성도들의 모임 장소이고 그곳의 동쪽 돔이 알라 쿨리칸의 묘, 북쪽 돔이 무함마드 라힘칸의 묘입니다. 돔 주변에 흙벽돌로 만든 작은 돔과 봉긋이 아치 모양으로 둥근 구조물은 모두 왕족들의 묘입니다. 크고 작고, 높고 낮은 묘들이 모두 흙빛으로 고요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히바_돌의 궁전 타쉬 하울리 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