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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호영 Aug 30. 2021

히바_낙타를 타고 가리라 2

쿠나 아르크 궁전 앞 처형의 광장


동서로 쭉 뻗은 팔반 카리 길     


다시 서문과 동문을 잇는 대로로 나왔습니다. 이 길의 이름은 팔반 카리 길입니다. 길 한쪽에 늘어선 노점 뒤로 나무들이 작은 공원을 만들고 있습니다. 벤치도 있습니다. 그 뒤의 거대한 벽은 굴다스타와 피치타크로 보아 마드라사입니다. 러시아의 보호국으로 전락하기 전 독립 히바 칸국의 마지막 칸인 무함마드 라힘 II세가 지은 무함마드 라힘칸 마드르사입니다. 그리로 가는 길에 좀 색다르게 생긴 카페가 있습니다. 네모난 모서리를 깎아 놓은 듯한 모양인데 그 위에 돔이 얹혀있습니다. 온통 흙벽돌로 지어져 소박한 모양입니다. ‘하나의 돔이 있는 찻집’이라는 뜻인 비르 굼바즈 카페인데, 원래는 셰이크 무흐타르 아타 모스크입니다. 19세기 초에 지은 건물로 복원된 것이지요. 동네 모스크는 모양이 모두 소박합니다.      


셰이크 무흐타르 아타 모스크와 무함마드 라힘칸 마드라사 사이로 들어서면 모스크의 북쪽 면에 두 개의 이완이 보입니다. 이완의 목각 기둥이 유난히 낡아 보입니다. 옆에 있는 단층 건물은 팔반 카리 교역 센터입니다. 1905년에 히바의 상인 팔반 카리가 지었습니다. 러시아 박람회에서 가져온 직물, 향수 등 다양한 물품을 취급하였답니다. 지금은 여행안내센터와 전시장, 기념품 가게가 들어서 있습니다. 센터를 지나자 확 트인 광장이 나타납니다. ㅁ자로 막힌 공간이 아닌 탁 트인 광장은 처음 만났습니다. 아무래도 쿠나 아르크 성곽 앞이라 넓은 광장을 만들어 두었나 봅니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팔반 카리 길의  북쪽에 쿠나 아르크가 크게 자리하고 있다. 정문 광장은 무함마드 라힘칸 마드라사으로 이어진다. 

 

화려하고 오래된 궁전 쿠나 아르크      


쿠나 아르크는 17세기 후반 아랑칸 통치 시절에 지은 요새입니다. 이찬 칼라 안에 또다시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성곽 속의 성곽입니다. 서문으로 들어올 때 왼쪽에 있었던 높은 성벽이 바로 쿠나 아르크의 성벽입니다. 18세기에 페르시아의 침략으로 크게 파괴되어 19세기 초, 옹그라트 왕조 시조인 일투자르칸이 다시 지었다고 합니다. 그의 아들 무함마드 라힘칸이, 또 그의 아들 알라 쿨리칸이 증축하였고요. 사십 년에 걸친 이때가 히바 칸국이 누린 마지막 전성기였답니다. 쿠나 아르크라는 이름도 그때 붙여진 것으로 보입니다. 오래된 성이라는 뜻인데, 알라 쿨리칸이 타쉬 하울리를 지으면서 이곳도 호화로운 궁전으로 변신했습니다. 화려하고 ‘오래된’ 궁전으로.     


높은 성벽과 더 높은 두 개의 굴다스타로 위엄을 드높인 문 왼쪽에 네모난 작은 건물이 보입니다. 가까이 가니 ‘KAZIKHANA INTERIOR’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kazi는 판사라는 뜻이랍니다. 이곳은 재판 전에 죄인들을 가두어놓고 재판이 끝나면 처벌을 했던, 진단이라고 부르는 감옥이랍니다. 히바 칸국이 러시아의 보호국이 된 이후인 1910년에 러시아가 지었습니다.     


쿠나 아르크 성문 앞. 멀리 이층인 망루가 보이고 성문 왼쪽에 진단이 있다(왼쪽).*  진단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일행(오른쪽)


진단 안에는 쇠사슬과 수갑 같은 사람을 묶는 도구들이 진열되어 있고 끔찍한 사진과 그림들이 걸려 있습니다. 재판관인 듯 의자에 앉은 사람과 등을 보이고 바닥에 꿇어앉은 세 사람이 있는 재판 광경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제목이 ‘여자 처벌’인 그림에서는 여자가 야생 고양이가 가득 찬 포대 자루 안에 갇혀 공포에 질려 있는데 그 옆에 칼을 찬 남자가 몽둥이를 들고 있고 저 멀리에는 낙타를 탄 사람이 무심히 지나갑니다. 그다음 그림은 미나렛에서 던져버리는 처형을 당하는 그림입니다. 미나렛 아래 아이를 끌어안고 절망하는 여인과 팔을 내지르며 절규하는 여인, 그리고 그냥 바라보는 남자들이 있습니다. 미나렛에 또 다른 용도가 있었네요. 쿠나 아르크 앞 넓은 광장에 성난 사람들로 둘러싸여 교수형을 당하는 남자와 반쯤 묻힌 채 돌을 맞고 있는 여자를 그린 그림의 제목은 ‘돌팔매 처형’입니다. 그림만 봐도 여자와 남자가 처형당하는 이유가 짐작이 갑니다. 바닥에 사람 허리춤까지 오는 날카로운 막대를 박혀 있는 그림에서는 결박당한 사람이 끌려와서 곧 당할 일이 끔찍합니다. 발바닥만 보이는 생매장당하는 그림도 있습니다.      


쿠나 아르크의 감옥인 진단에 걸린 그림. 여러 가지 방법의 처형 장면들이 걸려 있다.

   

 근대 이전의 처벌은 신체형이었지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막강한 권력의 힘이 죄인의 몸을 공격하는 것이 처벌이었지요. 여기 걸린 그림처럼. 장소는 꼭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개적인 장소이어야 했을 겁니다. 그래서 이들 그림의 장소도 쿠나 아르크 앞 광장입니다. 이제야 쿠나 아르크 앞에 그렇게 넓은 광장이 있었던 이유를 알겠네요. 




* (사진 출처) https://www.khivamuseum.u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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