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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호영 Aug 30. 2021

히바_낙타가 되어 가리라 5

쿠나 아르크의 호레즘 박물관_리셉션 홀_마당



이완 옆의 문으로 여름 사원을 빠져나오면 박물관이 있습니다. 고대 호레즘 박물관입니다. 네 개의 목각 기둥이 정사각형으로 늘어서 두 개의 대들보를 지탱하고 있고 가운데에는 커다란 지구의가 놓여 있습니다. 네 면 가득 유리장 안에는 유약 발라 구운 도자기와 토기 등 호레즘에서 발굴된 것들이 가득 놓여 있습니다. 토프락 칼라를 처음 발견한 톨스토프가 사막 탐험에서 사용한 노트와 물병도 있습니다. 사방 벽마다 양피지같은 느낌의 두루마리에 네 명의 얼굴이 그려져 걸려 있습니다. 얼굴 아래 쓰여 있는 글자는 읽을 수 없지만 그중 두 명은 알 콰리즈미와 알 비루니임에 틀림없습니다. 터번에 화려한 장식을 단 사람은 울르그 벡일테지요. 울르그 벡은 티무르제국의 네 번째 술탄이자 학자였습니다. 사마르칸트에 그의 업적이 짙게 남아 있습니다.   

  

쿠나 아르크 안에 있는 고대 호레즘 박물관



아가키의 시가 새겨진 주춧돌     


쿠나 아르크의 리셉션 홀은 의외로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유르트를 설치하기 위한 원형 기단을 둘러싼 삼면의 건물은 화려한 타일 없이 흙벽돌로 마감되어 있습니다. 목각 기둥 두 개가 서 있는 이완만 타일로 꾸며져 있고요. 기록에 의하면, 사이드 무함마드칸은 아가키에게 억압받는 사람들의 정의와 지지에 대해 말하는 정당한, 부당한 판결에 대해 시를 쓰라고 명령했다고 합니다. 히바의 유명한 장인이 그것을 대리석에 새겼고 그 대리석으로 여기 리셉션 홀의 왼쪽 기둥의 주춧돌을 삼았다지요. 칸은 항상 진실을 따르고 억압받는 사람들을 지원한 필요를 상기하기 위해 그렇게 했답니다. 타쉬 하울리와 마찬가지로 쿠나 아르크에도 아가키의 시와 잠언들이 여기저기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쿠나 아르크의 리셉션 홀의 화려한 문양의 벽면, 왕의 의자가 놓인 방, 망루에서 내려다본 풍경

     

이층으로 올라가면 왕의 의자가 놓인 방이 있습니다. 거기서 다시 망루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악 셰이크 보보는 성벽 위에 세워진, 성안으로 열린 2층의 이완이 있는 요새입니다. 10세기에서 11세기 사이에는 견고한 성벽이 있는 요새였다고 하는데, 토프락 칼라처럼 다 허물어져 버렸습니다. 지금 남은 것은 이 망루뿐입니다. 서쪽 성벽의 돌출부에 세워진 이 망루에 올라 한 바퀴 돌며 히바를 내려다 볼 수 있지요. 성 밖에 나지막한 흙빛 집들이 늘어선 풍경과 성안의 똑같은 풍경, 그러나 화려한 미나렛과 푸른 돔이 보이는 오래된 도시의 풍경을.     

리셉션 홀을 나오면 성문으로 들어올 때는 여름 사원으로 가느라 바삐 지나친 나무 마루를 깐 넓은 마당이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궁궐의 월대처럼 지면보다 조금 높게 설치되어 있습니다. 높은 담장 너머로 칼타 미나렛이 보입니다. 저 담장이 처음 서문으로 이찬 칼라에 들어올 때 보았던 담장이지요. 칼타 미나렛을 1/3 정도 가리는 것을 보니 높이가 10m 조금 안 될듯싶습니다. 그러면 3층 정도 건물의 높이인가요? 그래도 밖에서 볼 때보다는 위압감이 조금 덜합니다. 아마도 여기 마당이 넓어서 그런가 봅니다. 


쿠나 아르크 안쪽 마당. 데크가 깔려 있고 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마당 이쪽 편으로는 무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하얀색으로 서 있는 저것은 스크린인가 봅니다. 야외무대에서 히바의 전통 공연을 볼 기회가 있다면 무척 흥이 날 듯싶습니다. 저 무대에서만이 아니라 이 넓은 나무 마루도 공연 장소가 아닐까요? 원래는 다른 지면처럼 벽돌만 깔려 있었겠지요. 수십 년 전에 히바를 복원하여 관광객들을 불러들일 때 나무 마루를 깔았겠지요. 이제 히바 칸국의 전사들이 군사 훈련을 했던 흔적은 찾을 길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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