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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바 Nov 18. 2020

우울증의 늪에 빠진 그대들에게


인생이 카트라이더 같은 게임이라고 해보자. 


누군가는 빠르고 좋은 차를 가졌다. 어떻게 운전해야 빨리 가는지 가르쳐주는 사람도 어디가 지름길인지 알려주는 지도도 있다. 그가 활주로처럼 뻥 뚫린 도로를 질주하는 사이 누군가는 느리고 낡은 차를 타고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른 채 구불구불한 길을 힘겹게 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둘에게 목적지는 같다. 목적지에는 트로피 대신 죽음이 기다리고 있고 누가 그곳에 먼저 도착할지는 미정이다.

 

좀 느려도 열심히 앞만 보고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질척거리는 진흙탕에 빠진다. 바퀴는 공회전을 하고 설상가상 먹구름마저 몰려와 비가 내린다. 차는 점점 더 늪으로 빠져들고 도저히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목적지까지 완주하는 것을 포기하고 여기서 백기를 들고 그만둬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이 버겁고 춥고 불편한 이 자리를 떠나고만 싶다. 내일 아침에도 다시 진흙탕에 처박힌 카트 위에서 눈을 뜰 바에야 차라리 다 끝내는 게 나을 것 같다. 우울증이란 그런 것이다. 

 

누구나 이런 구간을 만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이 구간을 쉽게 지나간다. 어차피 바퀴가 빠진 김에 잠시 쉬어가기도 하면서 여유를 부리고 먹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쏟아져도 이는 금방 지나갈 것임을 안다.


어떤 이는 소나기 속에서 폭풍우를 걱정한다. 늪에 빠져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같이 출발선에서 출발한 카트들이 다들 저만치 앞서 갔으니 이미 따라잡기는 너무 늦어버렸다고 생각한다. 비는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다. 끝이 없이 빠져들 것 같은 늪도 먹구름이 지나가고 해가 비치면 말라버린다. 삶에는 다른 계절들이 온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 계절은 지나갈 것이다.  어떻게든 그 계절과 그 구간을 버텨내고 나면 바닷가의 시원한 바람을 피부에 느끼며 가슴이 뻥 뚫리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부드럽게 내리쬐는 햇빛을 만끽하며 해변도로를 달릴 날이 언젠가는 온다.  


중요한 것은 인생이 레이스가 아니라 여정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인생이란 여정에서 누가 먼저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설사 지금 빨리, 먼저 가는 것 같은 차들도 잘못된 길에 빠져서 내 뒤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리고 이 여정에는 모든 영웅의 여정이 그렇듯이 역경과 고난이 따르기도 행운과 은인이 찾아오기도 할 것이다. 


지금 웅덩이에 빠져있다면 여정을 포기하지만 않아도 성공이다.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 뒤에서 밀어줄 수도 앞에서 끌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코 잊지 말자. 해는 언제나 다시 뜬다. 우리는 다시 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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