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연말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요? 저는 생각보다 책을 많이 읽지 못한 채 올해가 끝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며 밀린 숙제를 하듯 책 읽기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채 십 분도 못 가는 집중력을 붙들어 메고 어떻게든 읽어보겠다고 작정하듯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손에 책을 매일 들어봅니다.
어제는 늘 제게서 도망치듯 달아나는 집중력을 절로 주저앉힌 책, 가브리엘 제빈(Gabrielle Zevin)의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소설책에 푹 빠져봤습니다. 최근 들어 소설책을 잘 읽지 않기도 하지만 언뜻 보아서 게임 이야기라는 말만 보아도 내 취향이 아닐 것임이 너무 확실해 보였기 때문에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볼 때마다 거들떠보지도 않던 책이었습니다.
묘하게도 이 책의 표지는 항상 눈에 잘 들어왔고 그날따라 읽고 싶은 책이 없던 도서관에서 마침 내 눈앞에 놓여있었기에 그냥 영어 공부한다 생각하고 한번 읽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빌려온 책이었습니다. 아마도 한 번도 펼쳐보지도 않고 그대로 다시 반납한다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테이블에 함부로 올려뒀던 책이었습니다.
책을 펼치기까지 수일이 걸렸고 책을 펴고도 진짜 읽기를 시작하기까지는 또 꽤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정말 읽기를 잘했습니다. 이 작가의 위트 있고 영리한 스토리 전개는 굉장히 천재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다 보니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작가의 흡입력 있는 문장력에 연신 찬사를 날리며 읽었습니다. 한국어 번역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영어 문장이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을 이 정도 감탄하며 읽게 만들다니 그저 놀라웠습니다.
그 무엇도 온전하게 영원한 것이 없고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이 복잡한 세상에서 세월을 거슬러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것을 발견하게 해 준 이 책을 감히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시는 것도 이번 연말을 보내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 글을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To all the Sams out there who fear but pretend to be cool, I truly appreciate your sincerity and brav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