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타짜

by a universal seoulite

내가 처음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마셔본 것은 베로나 여행 중이었을 때다.


아직 일행들이 일어나지 않은 이른 아침, 커피나 한 잔 할까 하는 생각으로 혼자 조용히 나갔다. 이른 아침이라 카페는 아직 오픈 전이었고 눈에 띄는 첫 번째 골목상점에 들어갔다. 우리로 치자면 구멍가게같은 작은 상점에서 다행히 Caffe Vergnano 1882라는 이탈리아 브랜드 커피를 팔고 있었다. 아메리카노나 아이스 라테는 찾아볼 수 없는 단출한 메뉴판에서 나는 용감하게 에스프레소를 선택했다. 이웃집 할아버지와 담소를 나누던 주인아주머니는 투박하지만 거침없는 동작으로 재빠르게 에스프레소 한 잔을 내려 종이컵에 내어주었다. 그냥 골목길을 산책하기에는 멋쩍으니 한 손에 커피 한잔 들고 걸어 다니려는 심산으로 산 커피였다.


'와! 오우! 와우!!'


아무 기대도 없었던 작은 골목상점의 커피가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나 싶었다. 다크한데 부드럽고 쌉싸름한 것이 너무 맛있었다. 내가 알던 그 쓰고 떫고 맛없는 에스프레소가 아니었다.


그러고 나서 로마에 있는 'Tazza D'Oro'(타짜 도르)에 갔을 때 일이다. 여행책자에 따르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타짜도르 커피를 마시고 눈이 번쩍해서 감탄을 했다고 적혀 있었다. 친구와 둘이서 이게 말이 되냐며 과장이 심한 것 아니냐며 혀를 끌끌 찼었다. 문 밖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유명 관광지의 입소문 난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겠지'라고 생각했다. 긴 줄 끝에 우리 차례가 드디어 왔고 바리스타는 능숙하게 빛의 속도로 에스프레소를 내어주었다.


'아니, 이거 머야??!!'


에스프레소 한 모금을 채 넘기기도 전에 우리 둘의 눈이 번쩍 뜨였고 코끝을 스치는 향은 정말 끝내줬다. 디카프리오도 같은 사람이었다! 아, 우리는 왜 한 잔만 시켰던 것인지 너무나도 애석했다. 도저히 다시 긴 줄을 설 시간은 없고 그나마 원두 한 봉지를 같이 계산했던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나는 더운 날씨에 원두가 상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보물 다루듯 애지중지해서 서울까지 데려왔다. 커피를 좋아하는 지인과 함께 로마에서 가져온 커피를 내려서 마시는데 타짜도르 바리스타만큼은 아니어도 여전히 기가 막히게도 맛있어서 감탄을 했다. 내 부족한 문장력으로는 그 느낌을 전달할 길이 없으니 가끔 이럴 때는 향과 맛이 전송이 되는 전자시스템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 이탈리아에서 온 여성이 커피와 모카포트를 트렁크에 싸들고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때는 '아니, 어딜 가나 카페가 있는데 이탈리아 커피 부심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저렇게 싸들고 다니면서 유난을 떠나' 그랬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탈리아인에게는 고대 로마인들로부터 전수받은 특별한 로스팅 비법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에스프레소를 기가 막히게 뽑아내는 DNA를 물려받은 것이지 아무튼 그들이 만드는 에스프레소에는 분명 남다른 특별함이 있다.


작은 골목상점부터 레스토랑까지 다양한 곳에서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를 마셔봤지만 정말 다 맛있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꼽으라면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가벼운 안부를 나누며 바에 서서 마시는 지극히 이탈리아스러운 작은 골목 카페의 에스프레소일 것이다.


나는 언젠가 자유의 몸이 되면 이탈리아로 커피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북부에서부터 남부까지 속속들이 골목, 골목을 누비며 에스프레소 바를 찾아다니는 상상만으로도 벌써부터 너무 행복하다.


*한국에도 강남과 동탄에 타짜도르가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직영점은 아닌 듯). 한 번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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