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브런치를 알게 되어서 기웃거리다가 '나 같은 사람도 글을 써도 될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글을 쓴다면 어떤 글을 써야 하나, 글솜씨가 있을까, 작가 신청은 통과할 수 있을까, 누가 읽어줄까, 욕만 먹지 않을까 고민만 한가득 하면서 일주일이 지났다.
그냥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졌다. 직장인으로서 나, 새로운 꿈을 꾸는 나, 그리고 점점 꿈에 가까워지는 나를 기록하다 보면 내 꿈을 더 빨리 이룰 수 있게 도와줄 것 같기도 했고, 더 나아가 단 한 명이 될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힘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나는 부모님께 미운 오리 새끼이다. 나이가 차고 넘도록 여전히 미혼이고 욜로 라이프를 몸소 실천하며 모아둔 돈도 없고 가장 최악은 매일 회사가 싫다며 관두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고 있다. 이 꼴을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부모님께는 참으로 못난 불효자인 것이다.
회사에서도 나는 미운 오리였다. 무리에 끼지도 않고 그 흔한 아부 한 번 못해서 라인도 타지 못하는 미운 오리.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는 나 스스로를 비주류 중에 비주류라고 생각하면서 내 능력의 한계치를 그어버리고 정작 하늘을 날아 더 큰 세상 밖으로 날아갈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작년 여름, 나는 15년 차 직장인으로서의 내 삶에 셀프 사망 선고를 내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그토록 미련하게 붙들고 살아온 월급쟁이 삶의 안온함과 남들이 정한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는 삶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깨달은 바로 그 순간, 나는 철석같이 오리라고 믿고 스스로 꺾어버렸던 날개를 펴서 날갯짓을 시작하게 되었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회사에서 철석같이 오리라고 믿고 사는 동안 오리는 자고로 겸손하고 착실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겸손과 성실이 미덕이 아닌 평생 오리로 머물게 만드는 주술임을 드디어 알게 된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 엄청난 사건으로 인하여 대학 입학, 취업이라는 어릴 적 꿈을 일찍이 달성하고 꿈이 사라진 세상에 살고 있던 중년의 오리는 그제야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꿈을 꾸기 시작했다.
백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현타가 온 나는 백조가 되기 위해 마음가짐을 바꿔먹기로 했다. 생각의 방향을 살짝 바꿨을 뿐인데 정말 많은 기회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곧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덕분에 마음은 분주해졌지만 이 분주함이 하나도 싫지가 않다. 오히려 시간 가는 게 아까울 정도로 바쁜 게 즐거울 지경이다.
꿈을 이룰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상관없다. 이미 새로운 꿈을 꾸고 행동을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패하더라도 나는 결코 무기력한 삶을 살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 인생을자랑스러워할 것이다. 내가 대박 날 유니콘이 될지 실체도 없는 스펙주로 끝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오늘부터 미운 오리 중년은 새로운 미래를 위한 꿈을 향해 차근차근 도전해 볼 예정이다.
이제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알 것 같다. 오리 주술에 걸려 무한한 가능성을 봉인한 채 살고 있는 나 같은 백조를 만나기 위해 나는 브런치에 성장일기를 쓰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