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는 무더위임에도 불구하고 어제부터 테이블 위에 올려놨던 레몬이 자꾸 눈에 밟혀서 결국 커다란 냄비를 꺼내 들어 물을 끓인다.
'탁탁탁...'
너무 더운 나머지 공기마저 무겁게 내려앉은 거실에 경쾌한 도마 소리는 한없이 무기력하게 늘어져있고 싶은 마음조차도 활기차게 만든다.
무슨 레몬이 이리도 상큼한 건지! 껍질도 얇고 생긴 건 비루해서 오르가닉이라 부르고 상품성 없는 그저 그런 레몬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처음 느껴보는 레몬의 사랑스러운 상큼한 맛이다. 과하지 않은 딱 적당한 정도의 새콤한 맛과 끝에는 단맛까지 올라오는 조화로운 맛이다. 이제껏 내가 먹어온 레몬은 레몬이 아니었던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온다.
알맞게 따뜻해진 물속에 잘 썰어놓은 레몬 조각들을 넣고 나니 청량감은 더욱 짙어지고 그 모양은 더없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이미 더위는 저 멀리 날아가버렸구나.
** 따뜻한 물에 레몬을 넣으면 비타민C 섭취에 더욱 효과가 좋다 하여 일단 넣고 식혀서 마시기로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