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툭, 투두둑, 툭툭툭툭툭, 쏴아아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자 본능적으로 내 몸은 뛰려고 발등을 구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발뒤꿈치를 땅에서 떼어 내딛으려다 말고 움찔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걷던 속도 그대로 빗속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비를 피해 서둘러 뛰려고 했지만,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두 소녀를 보는 순간 뛰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뛰지 않았다. 빗줄기가 제법 굵어졌지만 가던 길을 아무렇지 않게 계속 걸어가거나 잠시 비를 피해 처마 밑에 있을지언정 뛰는 사람은 없었다.
바삐 사는데 익숙한 나는 빗방울을 보자마자 빗줄기가 굵어지기 전에 더 빨리 뛰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비를 맞고 걸을 수도 있고 비가 오는 동안 잠시 멈춰서도 되는데 그런 생각을 미처 떠올리기 전에 이미 내 몸은 구름에 쫓기듯 뛰려고 반응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조금 힘을 빼도 괜찮아. 이제 몸에 힘을 빼고 천천히 혹은 느리게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