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칭찬일기 2편
첫째에게는 두 개의 저금통이 있다. 본인이 구분하길, 자동차 저금통은 '모으는 돈'이고 곰돌이 저금통은 '쓰는 돈'이라고 했다. 경제동화책을 읽고 얻은 아이디어 같은데 그 이론을 이해하다니 놀라웠다.
저금통의 존재는 칭찬 스티커와 같은 맥락인데 우리는 스티커 대신에 진짜 돈을 사용한다. 500원짜리 동전이고 특별히 동전에 '도토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경제동화책에서 그렇게 부르는데 우리도 따라 해 보면 어떨까 싶어서 일단 해보았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첫째는 이쪽 저금통에도 저쪽 저금통에도 도토리를 생각보다 많이 모았다.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들을 모두 정리하면 도토리 1개를 주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첫째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미션이라 그런지 하루에도 여러 번 '모두 제자리'를 해주었다. 이만큼 따라와 주는 것만으로도 대견했고 더 바랄 게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부턴 첫째가 본인의 그릇을 더 키워갔다.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먼저 나서서 남을 도왔다. 예를 들어, 엄마가 없을 땐 본인이 동생을 자진해서 보살폈고 동생의 의견을 많이 물어보면서 놀았다고 한다. 그리고 또 어느 날은 유치원 하원할 때 첫째가 선생님을 도와 잔디 위에 떨어져 있는 물풍선들을 같이 줍는 걸 보았다. 그럴 때마다 아이의 행동이 얼마나 대견하고 고마운 행동이었는지 진심을 다해 표현하고 말해줬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도토리도 개수에 맞게 증정해 주었다.
그렇게 모아지고만 있던 도토리들에게 큰 사건이 있었다.
장소는 할머니댁 거실 한편에 있는 약통 앞. 둘째가 반창고를 붙여달라고 노래를 불러서 첫째랑 셋이서 약통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그 많던 반창고들이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둘째에게 반창고가 하나도 없어서 붙여줄 수 없다고 여러 번 설명했지만 그 사실에 대해 인정할리 없는 둘째. 그때 첫째가 얼굴을 내밀더니 본인이 약국에 가서 사 오겠다고 했다. 할머니 선물이라고. 그러면서 내일 곰돌이 저금통을 들고 약국에 가자고 했다. 웃으면서 그러자고 하긴 했는데 사실 많이 놀랐다. 생각이 깊은 건지 할머니를 그만큼 사랑하는 건지. 벌써 어른이 된 건가 싶었다. 그리고 다음날 정말로 우리는 곰돌이 저금통을 들고 약국에 갔고 첫째는 반창고 두 박스를 집었다. 도토리 몇 개를 내야 되냐고 물어보길래 4개를 드리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4개를 꺼내고 나면 2개밖에 안 남아서 속상해할 줄 알고 내심 긴장했는데 신경도 안 쓰는 듯 보여서 한번 더 놀랬다.
그 길로 우리는 바로 할머니댁으로 가서 선물 수여식이 있었다. 감동받으신 할머니, 우리 어머님.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대견하고 기특해서 칭찬일기에 바로 적었다.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