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 고마움으로 변하는 순간
나는
갑자기 깜빡이도 없이 훅 들어오는 어둠의 감정들이 너무 싫다.
청소년기땐 이 감정들이 있기에 내가 있는 거라 생각하고 나 스스로 어둠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몸도 마음도 많이 망가졌다. 다행히 나의 손을 끝까지 잡아준 가족이 있었기에 밝은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감정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보이지만 않을 뿐 잘도 숨어 있다.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아주 어렸을 때 만들어진 녀석들인 것 같다.
어른이 돼서는 이 녀석들을 없애보고자 상담도 받아보고 약도 먹어보았다. 치료할 수는 없어 치유되길 바랐지만 그건 그저 나의 바람일 뿐. 별 차도가 없었다.
다행히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아주 귀여운 아가들이 태어나줘서 아주 바쁘게 살았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감정들이 빼꼼 나올 새도 없이 살고 있다.
그러다 문뜩. 아주 문뜩. 그 감정들이 깜빡이도 없이 훅 나타난다. 그러면 나는 끝도 없는 구덩이에 빠진 것처럼 하염없이 아래로 떨어지는 기분이다. 아주 무섭고, 두렵고, 심박수가 올라가면서 가슴이 아프게 조여 온다.
아주 오랫동안은 이 감정들을 피하기 위해 폭식을 했다. 가장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어른이 되면서부턴 자연스럽게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찾아낸 한 가지 '글쓰기'. 다양한 글쓰기가 있지만 종류는 상관없다. 그저 나의 생각을 글로 적어서 풀어내기만 하면 된다. 방금도 다행히 이 방법이 먹혔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마음이 건강한 어른이 되고 싶다. 누구나 할 순 있지만 아무나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이러한 어른이 되고 싶은 이유는 단 한 가지. 내가 나의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어둠의 감정들로 나의 어린 시절이 고통스러웠지만 덕분에 많이 배웠고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
내가 늙어가듯,
이 감정들도 꼬부랑 할매가 되길 바란다.